[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지난 시즌 징계를 받아 경기에 못 나갔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안양 KGC인삼공사 오세근이 27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16~2017 KCC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차지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65표를 얻어 팀 동료 이정현(35표)을 여유있게 제쳤다.
오세근은 프로 데뷔 이후 지난 다섯 시즌에 대해 "정상에도 올라 봤고 바닥에도 떨어져 봤다. 길지 않은 동안 롤러코스터를 탔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질문을 받자 대학 시절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문제로 지난 시즌 2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때라고 밝혔다. 그는 "어릴 때 저지른 일이지만 정말 반성을 많이 했다. 수술을 받았을 때보다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1~2012시즌 평균 15.점 8.1리바운드를 기록할 정도로 맹활약하며 신인왕에 올랐지만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발목 수술을 받아 두 번째 시즌을 공백으로 남겨야 했다. 복귀한 2013~2014시즌에도 신인 때의 모습은 보이지 못했다. 그에게는 가장 힘겨운 경험이었을 수도 있었지만 그 자신에게는 팀과 리그의 명예를 실추시킨 선수라는 낙인이 더 아팠던 것이다.
오세근은 신인상과 MVP를 모두 수상한 여섯 번째 선수다. 그 이전에 주희정, 신기성, 김승현, 김주성, 양동근만이 두 상을 모두 받았다. 이들 가운데 빅맨은 김주성뿐이었다. 신인상은 받지 못했지만 MVP가 됐던 빅맨으로는 서장훈 등이 있다. 외국인선수가 있는 프로농구에서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선수들은 가드들이었고, 장신 선수들은 리그를 대표할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힘들었다. 중앙대 시절 한국농구 사상 최초의 쿼드러플 더블을 기록하며 독무대를 이뤘던 오세근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의 신장은 200cm. 결코 크지 않다. 원래 힘이 좋지만 골밑에서 외국인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골밑 장악은 물론 패스 등 동료들을 살려주는 능력이 뛰어난 그가 리그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천부적인 재능과 함깨 근력을 키우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그런 노력은 올시즌 결실을 맺고 있다. 평균 14점 8.4리바운드 3.4어시스트로 무서울 것 없었던 루키 시절의 활약을 재현하며 팀을 첫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제 5년 전에 이어 또 한번 챔피언을 꿈꾼다. 수술 후유증과 대학 시절의 실수로 잃어버렸던 시간을 되찾으려는 그는 "눈물이 날 것처럼 기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플레이오프에서의 활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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