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영환이 4쿼터 막판 역전 3점슛을 터뜨리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프로농구 부산 KT의 김영환이 지난 24일 열린 창원 LG와 원정경기에서 기적 같은 버저비터를 터뜨려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도저히 들어갈 것 같지 않아 보였던 슛이 득점이 되는 순간 '헤일 메리'가 떠올랐다.
'헤일 메리(Hail Mary)'는 '아베 마리아'를 뜻한다.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적진 깊숙이 던지는,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긴 전진 패스를 '헤일 메리 패스'라고 부른다. 1975년 미국프로풋볼리그(NFL) 플레이오프에서 댈러스 카우보이스는 미네소타 바이킹스에 10-14로 뒤지고 있었다. 댈러스의 쿼터백 로저 스토백은 경기 종료 직전 와이드리시버 드류 피어슨에게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롱 패스를 던졌는데 그것이 터치다운으로 이어졌다. 스토백은 경기 후 "패스를 하면서 눈을 감고 '아베 마리아'를 외쳤다"고 밝혔다.
이처럼 성모에게 기도하는 심정으로 공을 던지는 것이 농구에서는 '헤일 메리 슛(Hail Mary shot)'이다. 보통은 하프라인을 넘기 훨씬 전에 먼 거리에서 던지는 슛을 말한다. 그 정도 돼야 득점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내 농구에서는 1989년 농구대잔치에서 삼성전자의 이삼성이 기아산업과 경기에서 종료 직전 자기 진영 베이스라인 근처에서 던진 슛이 들어간 것 정도가 '헤일 메리 슛'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영환의 슛도 골이 되기 힘들기로는 이삼성의 슛 못지 않았다. 형태 상으로는 장거리 훅슛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LG의 제임스 메이스와 기승호가 팔을 치켜들고 막아선 상황이었다. 슛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승리를 원하는 간절한 몸부림이었다고 할 수 있다.
'헤일 메리'는 미국 대학 미식축구에서 아일랜드계 선수들의 신앙에서 비롯됐다. 과학이 아닌 종교가 스포츠와 만나는 지점이다. 막다른 지경에서 성모 마리아를 부를 정도의 간절함이 불가능한 득점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조성민과 트레이드돼 유니폼을 바꿔입은 뒤 처음으로 친정팀과 경기에 나섰던 김영환이 마지막 공을 던지는 순간 그의 마음에는 기도나 다름
없는 염원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다.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는 믿음 가운데 하나가 '볼 돈 라이(Ball don't lie)'다. '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파울 판정 이후 자유투가 빗나가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무생물인 농구공이 인간인 심판이 하지 못하는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KT가 경기 막판 공격을 할 때 심판은 리온 윌리엄스의 공격자 파울을 지적했다. KT로서는 억울할 만한 상황이었다.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공격자 파울을 불 정도는 아닌 듯했다. 심판의 파울 콜을 이끌어내려는 LG 조성민의 의도적인 동작으로 볼 수도 있었다. KT는 조동현 감독이 이 판정에 못마땅한 반응을 보이다가 벤치 테크니컬파울까지 받았다.
'볼 돈 라이'가 맞다면 판정은 공정했다. 조성민의 자유투가 들어갔다. 김시래의 슛까지 터져 1점을 앞서던 KT는 2점차로 뒤지게 됐고 남은 시간은 2초. 버저가 울리기 직전 상대 수비의 벽에 막혀 물러나며 몸을 솟구친 김영환이 기댈 것은 기적을 바라는 '헤일 메리'의 기도뿐이었다.
때로는 비과학적인 생각이 스포츠를 흥미롭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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