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식의 농구생각] 연속 더블더블, 그 꾸준함의 미덕
입력: 2017.02.23 05:00 / 수정: 2017.02.23 05:00
동부 로드 벤슨. KBL 제공
동부 로드 벤슨. KBL 제공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농구에서 더블더블은 한 경기에서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슛 가운데 두 부문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을 말하는데 보통 득점과 리바운드 또는 득점과 어시스트에서 나온다. 트리플더블과 달리 자주 나오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그러나 그 숫자가 많아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더블더블을 가장 많이 기록한 선수는 지난해 은퇴한 팀 던컨이다. 통산 840차례로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그 다음이 칼 말론의 811차례다. '미스터 기본(Mr. Fundamental)'으로 불린 던컨은 그야말로 밥먹듯이 더블더블을 했고. 말론은 경기마다 꼬박꼬박 득점과 리바운드를 배달한다고 해서 별명이 '우편 배달부(The Mailman)'였다.

윌트 체임벌린은 1964년부터 1967년까지 227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ABA와 NBA가 통합되기 이전에 나온 기록으로 공식적으로는 케빈 러브가 2010~2011시즌에 기록한 53경기가 최고다. 그 이전까지는 말론의 51경기 연속 더블더블이 최고 기록이었다.

최근 KBL에서 연속 경기 더블더블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부의 로드 벤슨이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벤슨은 지난 12일 SK전에서 23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 재키 존스의 종전 기록을 16시즌 만에 넘어서며 신기록을 세웠다.

벤슨은 22일 열린 모비스와 홈경기에서도 15점 11리바운드를 올려 기록을 27경기로 늘렸다. 그러나 팀은 모비스에 78-82로 패해 홈경기 연승이 3경기로 끝났다.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도 23경기 연속 더블더블로 존스를 넘어 역대 2위로 올라서며 벤슨의 뒤를 쫓고 있다.

연속 더블더블의 미덕은 말할 것도 없이 '꾸준함'에 있다. 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선수가 경기마다 제 몫을 해준다면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삼성과 동부가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는 것에는 라틀리프와 벤슨의 기복 없는 활약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매치업 때문에 부진해도 빼기가 어려운 외국인선수가 어느 경기에서는 40점을 넣고 다른 경기에서는 한자리 득점에 그친다면 팀이 흔들리게 된다.

물론 더블더블의 공헌도에도 질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혼자 공격을 독점해 많은 득점을 올린다거나 자신의 슛이 거듭해 실패하면서 두세 개의 공격리바운드를 거푸 잡아내 숫자를 늘리는 경우는 팀의 승리와 직결되는 활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벤슨도 공격리바운드를 재차 잡아내며 전체 리바운드 숫자를 늘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인다. 벤슨은 현재 평균 13.21개의 리바운드로 2위 라틀리프(12.98)와 거리를 둔 채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수비리바운드(7.9)에 비해 공격리바운드(5.3)의 비율이 높다. 라틀리프는 수비 8.5, 공격 4.5의 비율이다. 물론 공격리바운드도 팀의 공격 횟수를 늘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수비리바운드쪽이 허수가 없다.

라틀리프는 지난 19일 KT전에서 21점 19리바운드로 23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팀도 90-85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탈출했다. 그는 경기 후 "더블더블을 기록한다는 것은 항상 좋은 일이고 팀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기에서 패한다면 어떤 기록이라도 좋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모범답안 같은 말이지만 어쨌든 옳다. 팀에 배달할 가장 소중한 우편물은 득점도 리바운드도 아닌 승리인 것이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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