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부담감 떨친 이상화와 자신감 얻은 고다이라, 평창의 승자는?
입력: 2017.02.22 05:00 / 수정: 2017.02.22 05:00
이상화(오른쪽)와 고다이라 나오가 21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레이스를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이상화(오른쪽)와 고다이라 나오가 21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레이스를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승자는 자신감을 얻었고 패자는 부담감을 떨쳤다.

한국 빙상의 간판스타 이상화가 고다이라 나오에게(일본)에게 또 졌다. 21일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 70으로 함께 레이스를 펼친 고다이라(37초 39)에게 0.31초 뒤져 2위를 기록했다.

이상화는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고다이라에게 계속 밀리고 있는데 대해서는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올시즌 4차례의 월드컵과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까지 고다이라와 여섯 번의 대결에서 모두 진 이상화는 "올림픽을 앞두고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 부담이 크다. 2위라는 현재 위치에 만족한다"며 "부담 없는 상태에서 평창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올림픽에서는 스케이팅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1인자가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승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에서 느끼는 심리적 중압감이 큰 까닭이다. 물론 그런 압박감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강자들도 많다. 이상화도 그랬다.

이상화는 2012~2013시즌 월드컵 시리즈 종합 우승과 종목별 세계 선수권 대회 2연패 등을 달성하며 500m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시즌 소치올림픽에서 최강자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정상에 올랐다.

지금의 이상화는 2013년 36초 36의 세계기록을 세웠던 때와는 경기력에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11월 입은 오른쪽 종아리 부상도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다. 1년도 안 남은 평창올림픽에서 3연속 금메달에 도전해야 하는 부담감도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고다이라와 경쟁에 신경쓰기보다는 평창에 맞춰 자신의 페이스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2위 자리에 만족한다'는 말이 스스로 위안을 삼기위한 것은 아니다.

고다이라는 500m에서 역전 레이스를 펼쳐 전날 1000m에 이어 2관왕에 오른 뒤 "현재 컨디션은 80% 정도"라며 "평창올림픽을 위한 좋은 시뮬레이션이 됐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의 올시즌 페이스는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500m에서 국내외 대회에 11번 출전해 모두 우승했다. 올림픽 경기가 열릴 강릉에서 펼쳐진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37초 13으로 자신의 일본기록을 경신하며 일본 여자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 1위를 차지했다. 그 자신이 "최고로 좋은 모습은 평창에서 보여야 하는데"라고 했을 정도의 상승세다. 일본 언론이 "부상만 없다면 올림픽 금메달은 문제 없다"고 확신할 만큼 이 종목의 최강자 자리를 굳혔다.

부상 이외에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부담감이다. 전례가 있다. 일본의 '스키점프 여왕' 다카나시 사라는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지금의 고다이라처럼 적수가 없는 최강자였다. 그런데 올림픽에서 4위에 그쳤다.

일본의 빙상 관계자들은 "고다이라는 멘털 면에서도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 그 근거로 드는 것이 네덜란드 유학이다. 고다이라는 소치올림픽에서 5위를 한 뒤 단신으로 스피드스케이팅 강국 네덜란드로 가서 프로 클럽에서 운동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에서 직접 운전하고 직접 밥을 해먹으며 코치,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위해 생소한 네덜란드어를 배우는 등 힘겨운 생활을 이겨낼 정도의 강인한 정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금메달을 위해 부담감을 덜어낸 이상화와 새로운 1인자로 떠오르며 자신감 충만한 고다이라, 평창에서는 누가 웃을까?
malish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