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식의 농구생각] 이름에 진다는 것
입력: 2017.02.16 05:00 / 수정: 2017.02.16 05:00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우리가 상대보다 절실함이 부족했던 것 같다."

경기에서 패한 감독들이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이길 수 있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그런데 절실함이라는 것은 수치로 측정할 수 없다. 따라서 절실함의 부족은 원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결과다. 그렇다면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이 15일 홈경기에서 우리은행에 또 졌다. 전반을 16점차로 크게 뒤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추격을 계속했고, 4쿼터 한때 역전까지 했다. 그러나 이후 슛이 들어가지 않고 실책이 나오면서 결국 72-85로 패했다.

삼성생명은 연승 행진이 3경기에서 끝났고, 플레이오프 진출 자력 확정도 뒤로 미뤄야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올시즌 우리은행과 여섯 번 싸워 모두 졌다는 사실이다. 삼성생명의 목표는 포스트시즌에서 우리은행과 만나 이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대를 아직까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남은 것은 챔피언결정전 우승 뿐이다. 위성우 감독이 '상대팀들에 대한 예의'를 들어 잔여 경기도 정상적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선수들이 필사적이기까지 할 리는 없다. 어느 쪽의 절실함이 더 클 지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우리은행은 이날까지 29경기를 치러 단 두 번 졌다. 2위 삼성생명과의 승차가 무려 11.5게임이다. 우리은행의 트레이드 마크인 압박 수비는 매우 강하다. 박혜진과 임영희 같은 좋은 선수들도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압도적일 수 있을까. 삼성생명도 포지션별로 고른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규시즌 성적으로만 보자면 우리은행에 맞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상대다. 그런데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있다.

해답은 삼성생명 사령탑이 내놓았다. 임근배 감독은 경기 후 "우리은행은 이기기 힘든 팀이다. 그렇지만 상대가 우리은행이라고 해서 경기를 하기도 전부터 마음가짐에서 지고 들어가면 더 이길 수 없다. 우리은행과 경기에서는 잘 하다가도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흐름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그래도 큰 점수차로 뒤지고 있다가 따라간 것은 칭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이 4연속 통합우승을 이루며 쌓아 놓은 자산이다. 삼성생명 뿐 아니라 다른 팀 선수들도 뒤지고 있을 때, 앞서고 있지만 추격을 당할 때, 경기 막판 승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일 때마다 상대가 우리은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임근배 감독이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었던 것은 적어도 크게 뒤지고 있을 때는 상대가 우리은행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다음달 6일 열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대결이다. 삼성생명 선수들은 일곱 번째 대결에서는 우리은행이라는 '이름'에 지지 않을 수 있을까?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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