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트럼프와 아베의 라운드, 골프는 효과적인 외교 수단일까?
입력: 2017.02.13 05:00 / 수정: 2017.02.13 05:00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최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골프 외교'가 눈길을 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의 트럼프 소유 골프장 두 곳에서 모두 27홀 코스를 돌며 친분을 다졌다. 이번 회담은 양 측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골프는 어떻게 효과적인 정상외교 수단이 될 수 있을까?

골프는 좋은 사교 수단이다. 함께 라운드를 하면서 홀과 홀 사이, 그리고 클럽하우스에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다. 공통의 관심사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처음 만나서도 금세 친숙해지고 깊은 관계를 맺기 쉽다. 이 때문에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성공담도 많다.

아베 총리는 외국 지도자와 개인적으로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는 것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신의 고향에 있는 온천 리조트로 초청하는가 하면 필리핀 방문 때는 로드리고 두아르테 대통령의 관저에서 함께 조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같은 친분 관계 구축은 특히 상대가 독선적이고 '예측 불가'의 인물일 때 더욱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골프를 좋아한다는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아베는 트럼프와의 골프 라운드를 통해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일본의 무역 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을 누그러뜨리려 했을 것이다.

이같은 생각은 트럼프도 마찬가지여서 지난주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에 대해 잘 알려면 점심 식사를 함께 하는 것보다 함께 골프를 치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각국 정상이 '골프 외교'를 펼친 것은 이전에도 있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총리는 1957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 근교 컨트리클럽에서 골프를 쳤다. 그리고 3년 뒤 미국와 일본은 안보조약에 조인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2000년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협정 타결 문제를 협상하기 위해 고촉통 싱가포르 총리와 골프를 쳤다. 당시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티오프가 늦어져 두 사람은 새벽 2시에야 라운드를 마쳤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골프 외교'에 적극적인 지도자였다.

국제정치에서 스포츠는 유화적 제스처로 흔히 활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과 중국의 핑퐁 외교이고 북한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보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 몇 시간 동안 골프 코스에 함께 있었다고 해서 깊은 신뢰 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다. 친해졌다고 해도 그것이 중대한 외교 현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만을 만나 트럼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아베에게 이번 골프 회동은 일종의 화해 제스처이기도 했을 것이다.

어차피 아베는 일본내에서 '조공 외교'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트럼프에 대한 '경제적 선물'을 준비해 갔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은 것이다. 그러나 골프를 통해 트럼프와의 가까워진 모습을 보임으로써 또 다른 수확을 거둔 셈이다. 트위터에 "아베 총리와 매우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글을 올려 만족감을 나타낸 트럼프 역시 마찬가지다.

골프에 대한 명언을 많이 남긴 미국의 스포츠 기자 그랜트랜드 라이스는 "18년 동안 탁자를 사이에 두고 상대하는 것보다 18홀 매치플레이를 한번 해 보는 쪽이 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골프라는 게임에서 난관을 벗어나고 승리를 거두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은 플레이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하게 말해준다고 한다. 한 라운드만 함께 해 봐도 상대의 골프 뿐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 정상에게 외교 상대는 협력을 위한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계해야 할 적이기도 하다. 트럼프와 아베에게 이번 골프 회동의 수확은 친교가 아니라 '적'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한 것일지도 모른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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