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테니스] 정현과 이스토민
입력: 2017.01.20 05:00 / 수정: 2017.01.20 09:04
정현과 이스토민. ATP 홈페이지
정현과 이스토민. ATP 홈페이지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정현(21)이 19일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2회전에서 세계 15위 그리고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에게 1-3(6-1 4-6 4-6 4-6)로 져 3회전 진출에 실패했다. 비록 패했지만 정현이 보여준 기량은 거의 흠잡을 데가 없었다. 지난해의 부상과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이날 호주오픈에서는 큰 이변이 벌어졌다. 세계 117위인 데니스 이스토민(31, 우즈베키스탄)이 이 대회에서 여섯 번이나 우승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3-2(7-6 5-7 2-6 7-6 6-4)로 이긴 것이다. 이스토민은 지난해 9승 21패로 부진에 빠져 있었다.

정현의 최고 랭킹은 51위, 이스토민은 2012년에 33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둘 모두 100위 밖으로 밀려난 상태에서 출전했다. 랭킹으로는 예선을 거쳐야 했지만 105위인 정현은 상위 선수들이 부상 등의 이유로 기권한 덕에 본선에 직행했고, 이스토민은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지역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에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만난 상대가 한국의 유망주 이덕희였다.

정현은 아버지에게, 이스토민은 어머니에게 처음 테니스를 배웠다. 정현의 아버지는 부상으로 20대 나이에 은퇴했고 국가대표 경력도 없다. 이스토민의 어머니도 아마추어 선수 출신이지만 아들의 코치를 맡아 왔다. 정현과 이스토민은 부모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기술이 아니라 테니스를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이스토민은 조코비치 이전에도 톱 10 선수를 한 번 꺾은 적이 있다. 5년전 인디언 웰스에서 다비드 페레르에게 이겼다. 투어대회 타이틀이 1개 있고, 그랜드슬램대회에서는 두 번 4회전까지 오른 적이 있다.

정현은 이번 호주오픈이 다섯 번째 그랜드슬램대회 출전이다. 이번까지 2회전에 두 번 올랐다. 그가 꺾은 가장 랭킹이 높은 선수는 지난해 2월 로테르담에서 2-1(5-7 6-4 6-4)로 역전승을 거뒀던 기예르모 가르시아 로페스(당시 34위, 스페인)다. 정현은 이스토민보다 꼭 열 살이 어리다.

정현과 이스토민은 딱 한 번 맞붙었다. 2015년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1그룹 2회전에서였다. 정현이 경기 도중 복통 때문에 기권했다.

정현은 지난해 호주오픈 1회전에서 조코비치를 만났는데 0-3(3-6 2-6 4-6)으로 졌지만 비교적 선전했다. 스트로크 대결에서 예상 외로 크게 밀리지 않았다. 이번 디미트로프와의 경기에서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상대에게 뒤지지 않았다. 양손 백핸드 스트로크는 원래 그의 강점이다. 투어 무대에 나서면서 보완점으로 지적됐던 서브도 계속 좋아졌는데 이제는 약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디미트로프를 상대로 한 네트 플레이도 나무랄 데 없었다. 포핸드도 많이 좋아졌다. 비록 마지막 세트 4-4에서 30-0으로 앞서다가 내리 4포인트를 내줄 때 베이스라인을 벗어난 것이 모두 포핸드이기는 했지만.

테니스는 포인트나 이긴 게임의 합계가 아니라 얻은 세트의 숫자로 승패가 결정된다. 러브게임으로 이기거나 듀스 끝에 게임을 따내거나, 6-0으로 세트를 따내거나 타이브레이크까지 가거나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런 숫자들은 선수의 기량을 말해준다. 정현은 디미트로프와 경기에서 포인트는 107-114, 게임수는 18-19로 뒤졌다. 이날 경기만 놓고 보면 기술 수준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포핸드의 타이밍과 각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경기 운영과 위기 관리도 결국 기술과 집중력에 달려있다. 경험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19일 정현과 이스토민은 자신이 가진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했다. 디미트로프는 2세트부터 정상 페이스를 회복했다. 조코비치는 평소와 완전히 달랐다. 스트로크는 짧거나 부정확했고 실책을 쏟아냈다. 상위 랭커와 하위 랭커의 대결. 그랜드슬램대회뿐 아니라 모든 투어대회에서 대부분 승패는 그렇게 결정된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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