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식의 농구생각] 이상민 감독과 트리플더블
입력: 2017.01.02 03:11 / 수정: 2017.01.02 03:11

삼성 이상민 감독
삼성 이상민 감독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2016~2017프로농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서울 삼성이 2016년 마지막 경기와 2017년 첫 경기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삼성은 지난 30일 홈경기에서 부산 kt를 102-82로 크게 물리친데 이어 1일 전주 KCC와 원정경기에서도 89-74로 승리했다. 두 경기의 양상은 조금 달랐다. kt전은 일방적인 압승이었던 반면 KCC전은 전반을 근소하게 앞서다 후반 점수차를 벌리며 결국 완승을 거뒀다. 이 두 경기의 차이는 삼성 마이클 크레익에게서 비롯됐다.

크레익은 kt와 경기에서 22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경기 막판 트리플더블에 리바운드 1개가 모자랐는데 삼성 이상민감독이 그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이 감독은 크레익이 트리플더블을 눈 앞에 두고 있었던 사실을 몰랐고, 이미 승부가 결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알게된 이감독이 그를 다시 내보냈고 리바운드를 추가하며 기록이 완성됐다.

이틀 뒤 열린 KCC전에서 크레익의 기록은 6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 이상민 감독은 경기 후 "크레익이 트리플더블에 욕심을 내 자기 공격을 안 하고 동료를 살려주려고 하다가 실책을 했다. 전반에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지 않았는데 크레익에게서 볼이 정지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크레익은 현재 팀에서 파워포워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원래 포지션은 포인트가드다. 한국에 오기 전에도 트리플더블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힘이 좋아 골밑에서 리바운더를 많이 잡아낼 수 있는데다 패스 능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트리플더블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몇 차례 트리플더블에 근접했다가 마침내 달성했고, 다음 경기에서도 의욕을 보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상민 감독도 선수 시절 트리플더블을 여러 차례 기록했다는 점이다. 프로농구에서 3번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는데 그 가운데는 1999년 부산 기아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18점 12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이 있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유일한 챔프전 트리플더블이다. 아마추어농구에서도 상무 소속으로 5일 사이에 두 차례나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한때 국내 남자농구 최초의 트리플더블로 알려졌으나 이후 다른 선수들의 앞선 기록이 발굴됐다.

그런 그는 현역 시절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뒤 기록을 의식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거 신경 쓸 틈이 없었다"고 답한 적이 있다. 정신 없이 뛰다보니 자신의 기록에 대해 몰랐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팀 성적이 우선이고 개인 기록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쉽게 트리플더블을 놓친 뒤에도 비슷한 답을 내놓은 기억이 있다.

이상민 감독이 선수 시절 개인 기록에 전혀 관심이 없었을 리는 없다. 더군다나 그 기록이 농구 선수로서 다재다능함을 보여주는 트리플더블이라면. 그러나 그는 팀의 플레이를 조율하는 포인트가드였다. 설사 관심이 있다고 해도 입에 담을 수는 없었다. 포인트가드가 숫자에 연연하는 순간 팀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트리플더블 머신'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도 마찬가지다. 그는 벌써 시즌 16번째 트리플더블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같은 활약으로 오클라호마시티가 예상 밖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록에 대한 집착이 강해 경기를 망치는 경우도 종종 나오고 있다.

선수 이상민의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감독 이상민의 '기록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여유가 있다면 기록을 챙겨주겠지만 어쨌든 기록이 승리보다 앞설 수는 없는 것이다. 1일 경기 하프타임 때 이 감독은 크레익에게 다른 식으로 플레이할 것을 지적했고 결국 승리를 거뒀다.

같은 날 안양 KGC인삼공사의 오세근은 울산 모비스와 경기에서 10점 13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활약하며 74-63 승리를 이끌었다. 오세근은 경기 후 "나 자신은 트리플더블에 근접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함께 뛰고 있던 동료들은 몰랐던 것 같다"며 어시스트 1개가 모자랐던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2010년 대학리그 상명대전에서 14점 18리바운드 13어시스트 10블록슛으로 국내 공식 경기 사상 최초의 쿼드러플더블을 기록했던 선수다. 물론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트리플더블은 결과이어야지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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