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식의 농구생각] 한국의 킹 제임스는 주희정?
입력: 2016.12.13 01:27 / 수정: 2016.12.14 08:00
르브론 제임스 / 게티이미지 제공
르브론 제임스 / 게티이미지 제공


[더팩트 선임기자] 르브론 제임스(32, 클리블랜드)가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세웠다.

제임스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샬럿 호네츠와의 경기에서 44점 9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같은 활약으로 그는 NBA 사상 최초로 통산 2만7000점, 7000리바운드, 7000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이 기록에 근접한 선수가 두 명 있다. 오스카 로버트슨은 9800어시스트와 7800리바운드를 넘어섰으나 2만7000득점에 290점이 모자라고, 코비 브라이언트는 득점과 리바운드는 되지만 어시스트가 700개 가까이 부족하다.

득점과 리바운드, 어시스트 숫자가 모두 많은 것은 '만능'의 상징이다. 보통 센터나 파워포워드는 리바운드에 강점이 있고 어시스트는 포인트가드에게 유리한 통계다. 한 경기에서 이 세 가지 지표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이 트리플 더블이다(스틸이나 블록슛이 포함된 트리플 더블도 있다).

트리플 더블은 원래부터 있던 농구 용어는 아니다. LA 레이커스의 홍보 담당자가 매직 존슨의 전방위 활약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장신 포인트가드였던 존슨은 패스 뿐 아니라 득점과 리바운드에도 뛰어났다. 이후 트리플 더블은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를 상징하게 됐다.

최근 7경기 연속 트리플 더블로 관심을 모았던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은 12일 보스턴과 경기에서 37점 12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아쉽게 기록 행진을 멈췄다. 웨스트브룩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평균 30.9점 10.8리바운드 11.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시즌 트리플더블'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시즌 트리플 더블'을 실제로 달성한 선수가 바로 로버트슨이다.

로버트슨은 1961~1962시즌 평균 30.8점 12.5리바운드 11.4어시스트로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웠다. 그런 로버트슨도 통산 기록에서는 제임스에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주희정/KBL 제공
주희정/KBL 제공


KBL에서는 누가 제임스 같은 활약을 펼쳤을까. 베테랑 가드 주희정(39, 삼성)이다. 정규경기 통산 기록에서 득점과 리바운드, 어시스트 모두 역대 5위 안에 드는 유일한 선수가 바로 주희정이다. 그는 현재 8521점 3407리바운드 5339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은퇴한 서장훈은 득점(13231)과 리바운드(5235)에서 1위이고, 동부 김주성이 득점 3위, 리바운드 2위지만 둘 모두 어시스트에서 주희정과 비교할 수 없다. '제임스 식'으로 말하자면 KBL에서 유일하게 8000점 3000리바운드 5000어시스트를 넘긴 선수인 것이다.

농구선수로는 비교적 단신(181cm)인데다 포지션도 포인트가드인 주희정이 리바운드 5걸에 포함돼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물론 선수 생활을 오래 한(주희정은 20번째 시즌을 뛰고 있다) 까닭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주희정은 통산 트리플 더블에서 8번으로 국내선수 가운데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경기당 리바운드 자체가 적지 않았다.

알고보면 주희정이 특별하지도 않다. 통산 리바운드 순위를 좀 더 내려가 보면 이상민과 강동희 등 다른 가드들의 이름도 등장한다. 그만큼 리바운드는 키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빗나간 슛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위치 선정, 볼을 차지하겠다는 적극성이 중요하다. 신장순이 아니라 열정순인 것이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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