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손흥민·박정아 마녀사냥은 '누워서 침 뱉기'
입력: 2016.08.17 15:42 / 수정: 2016.08.17 18:44
고개 숙인 박정아! 16일 한국이 네덜란드와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1-3으로 패하자 비난의 화살이 박정아를 향했다. / 게티이미지
고개 숙인 박정아! 16일 한국이 네덜란드와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1-3으로 패하자 비난의 화살이 박정아를 향했다. / 게티이미지

원색적 비난보다는 응원과 격려가 필요

[더팩트ㅣ이현용 기자] 남자축구에 이어 여자배구도 8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메달을 기대했지만 해볼 만한 상대로 여긴 팀을 만나 일격을 당했다. 패배는 슬픈 일이지만 분풀이 비난의 화살이 특정 선수에게 향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달아 벌어졌다.

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16일(한국 시각) 마라카낭지뉴 체육관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배구 8강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1-3(23-25 14-25 25-23 20-25)으로 졌다. 김연경이 27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많은 범실이 나왔고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포털검색어 가장 윗자리에는 '박정아'가 자리했다. 박정아는 네덜란드전에서 많은 범실을 저지르며 부진했다. '박정아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이라는 가정이 떠오를 만한 경기였다. 경기가 끝나고 일부 팬들은 박정아에게 비판을 넘어 비난을 쏟아냈다. 입에 담기도 힘든 원색적인 비난도 있었다. 박정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찾아 악플을 남기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결국 박정아는 자신의 SNS를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했다.

앞서 남자축구는 올림픽 8강에서 온두라스에 0-1로 패해 대회를 마감했다. 경기를 주도하며 공격을 몰아쳤지만 승리는 한국의 차지가 아니었다. 경기가 끝나자 비난의 화살은 손흥민을 향했다.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놓친 손흥민을 향해 지나친 비난이 이어졌다.

지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서는 선수는 없다. 패배가 가장 아쉽고 쓰린 이가 선수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고 추가 시간을 얼마 주지 않은 주심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라운드에 누워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손흥민의 눈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매 대회 한국의 탈락 뒤에는 손흥민의 오열하는 모습이 있었다. '울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항상 강한 승부욕을 보인 손흥민의 인터뷰에는 "미안하다"는 말이 절반 이상이었다.

박정아도 마찬가지다. 박정아는 경기 내내 본인의 의도와 달리 실수를 연발했다. 중반 이후 표정은 자신감이 없었고 스파이크에는 망설임이 있었다. 박정아가 기세를 회복하기 전에 경기는 패배로 끝이 났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이가 박정아다. 고작 만 23살의 선수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상황이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다. 그는 멋진 골로 팬들에게 많은 기쁨을 안겼다. 이번 대회에서도 온두라스전 전까지 손흥민다운 활약을 펼쳤다. 박정아는 예선과 조별리그에서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했다. 모든 선수의 힘이 모여 8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만들었다. 경험은 선수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손흥민과 박정아는 올림픽으로 한 단계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좋은 활약으로 팬들에게 기쁨을 선물할 것이다. 한 경기의 부진으로 선수들을 망가뜨려선 안 된다.

분명히 패배는 슬픈 일이다. 하지만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것이 스포츠다. 환호하는 이들 옆에는 고개를 숙인 상대가 있다. 한국축구와 여자배구 8강에서 패자는 한국이었던 것 뿐이다. 다음엔 승자의 환희을 누릴 수 있도록 분풀이 비난보다는 격려하고 응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분풀이 비난은 화난 팬들의 권리가 아니다. 우리의 선수들을 망가뜨리는 '누워서 침 뱉기'에 불과하다.

sporg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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