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뇌출혈 체조 유망주 김지현, 2억 8000만원 배상 판결에 항소
입력: 2015.05.30 06:00 / 수정: 2015.05.30 22:35

아이 잘못이 30%나… 체조 유망주 김지현은 3년 전 훈련 도중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포스코교육재단 등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벌여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선수 잘못이 30%나 인정돼 항소했다. 사진은 사고 70일 후 병상 치료 모습.
'아이 잘못이 30%나…' 체조 유망주 김지현은 3년 전 훈련 도중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포스코교육재단 등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벌여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선수 잘못이 30%나 인정돼 항소했다. 사진은 사고 70일 후 병상 치료 모습.

"금액이 문제가 아니다. 내 아이 잘못이 20%만 됐어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훈련 도중 머리를 다친 초등학교 여자 체조 선수에 대해 포스코교육재단(이하 재단)과 경상북도 학교안전공제회(이하 공제회)에 약 2억 8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체조 유망주 가족들은 결국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불의의 사고로 국가 대표 꿈을 접은 체조 유망주 김지현(16)의 아버지 김규 씨는 29일 <더팩트>와 전화인터뷰에서 "섭섭한 마음이 크다. 재판부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지현이의 과실 30% 정도를 인정했다. 아이에게 무슨 그리 큰 잘못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심사숙고 끝에 항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규 씨는 "학교 내에서 발생된 사고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사나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지도자가 앉아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왜 내 아이 과실 상계를 30%나 인정했는지 모르겠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아이 과실이 20% 정도만 됐어도 이렇게 답답하진 않았을 것이다. 오늘(29일)이 항소 마감일이었다. 결국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도자에 대한 형사 고소도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지현은 포항제철서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2년 1월 26일 포항제철중에서 훈련 도중 바닥에 두 차례 머리를 부딪혀 쓰러졌다. 뇌출혈로 쓰러진 유망주는 수술을 받았으나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졌다. 치료 과정에서 가족들은 재단 측의 과실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년여의 법정 싸움 끝에 지난 14일 법원은 재단과 공제회에 약 2억 8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 원고 측 "재판부에서 인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김규 씨는 "재판부에서 인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법원에서 지정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 판단을 받지 못했다. 재단 측에서 말한 학교 생활, 체육대회 참가를 듣고 상태를 판단했다. 체육대회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정상적으로 참가했다고 판단했다"면서 "지현이는 과거보다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쪽 팔이 움직이기가 불편하다. 걸음걸이도 느리고 다리를 절뚝거린다. 활발한 활동과 운동을 할 수 없다. 인지장애로 말도 어눌하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배상 금액에 대해서는 "5억 원 수준의 소가였는데 55%인 2억 8000만 원이 보상 금액으로 나왔다. 사실 아이의 꿈이 꺾이고 삶이 어려워졌는데 금액으로 기준선을 정하는 부분이 어렵다. 얼마가 적당하고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금전적인 다툼보다는 아이의 과실에 대한 부분에서 다른 판결이 내려졌으면 좋겠다"며 "어떻게 보면 3억 원은 큰 금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수술을 받아야 하고 소송 관련 금액도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지현이가 아직 어려서 큰 금액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 재단 측 "사고 당시 최선을 다했다"

포스코교육재단 실무 담당자는 28일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일단 학생이 포철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다. 소송과 별도로 학생이 몸이 불편한 부분이 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배려를 해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다"며 "재단은 법적인 판단이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 따른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공제회와 재단, 개인 등 피고 측간의 부담 규모가 판결문에 정확히 명시돼 있지 않다. 그 부분은 법률가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상 규모에 대해선 "상당 부분의 금액은 소송과 관계 없이 지급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소송을 해서 갈등이 야기되고 이런 부분까지 온 것이 안타깝다. 항소한다든지 그런 부분은 지켜보고 있다. 법정 싸움이 1심에서 끝난다면 종결될 것이지만 원고 측에서 본인이 청구한 금액과 차이가 있어 항소한다면 저희가 의도하지 않게 법정 싸움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와 갈등은 좋지 않다. 우리 나름대로 주장을 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사고 당시 충분히 노력을 했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했다. 관리를 철저히 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현장에서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했다. 원고 측에서 달라고해서 CCTV도 다 공개했다. 현장에서 지도자들이 없어진 것도 아니었고 딴짓한 것도 아니었다. 손을 잡아주면서 동작을 지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대일 강습에서도 힘들다"고 주장했다.

'2억 8000만 원 배상!' 서울중앙지방법원이 14일 포스코재단과 학교안전공제회에 훈련 도중 머리를 다친 체조 유망주에게 약 2억 8000만 원을 배상하는 판결을 내렸다. / 법원 판결문 일부

◆ 판결문 "2억 8000만 원 배상해라…원고 과실도 30%"

법원은 '1) 피고 경상북도 학교안전공제회는 261,247,546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6. 20.부터 2015. 5. 1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고, 2) 피고 학교법인 포스코교육재단, 손00, 박00은 피고 경상북도 학교안전공제회와 공동하여 위 1)항 기재 금원 중 249,833,956원 및 이에 대하여 2012. 1. 27.부터 2015. 5. 1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에 있어 논쟁이 된 부분은 김지현이 사고 당시 수행한 체조 동작의 위험성이다. 김지현은 '몸 펴 뒤공중돌기'라는 동작을 하다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 법원은 "이 사건 동작은 체조를 처음 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마루 운동 동작 중 마지막에 습득하는 동작 중 하나로서 고난이도의 동작에 해당하지만, 원고 김지현과 같은 체조경력을 가진 선수의 경우 훈련 전후에 몸풀기를 위하여 하는 동작이기도 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판결문에서 "원고 김지현과 같은 경력을 가진 체조 선수에게는 어려운 수준의 동작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원고 김지현이 마루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1차 사고를 당하였으므로, 가까운 위치에서 동작을 관찰하고 적절한 시점에 학생의 신체를 잡아 동작을 보조해 주는 등 지도하는 학생이 외상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체조 감독과 체조담당 교사의 잘못을 일부 인정했다.

법원은 학교안전공제회에 대해서 "이 사건 사고는 피고 재단 소속의 포항제철서 초등학교 학생인 원고 김지현이 같은 재단 소속의 포항제철 중학교에서 교육활동의 일환으로서 이루어진 체조특기생 훈련을 받던 중 외부 충격으로 인한 부상을 입은 것이므로 구 학교안전법이 정한 공제급여 지급대상이 된다. 피고 공제회는 피고 재단, 손00, 박00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구 학교안전법에서 정한 공제급여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구 학교안전법상 관련 규정을 근거로 장해급여, 요양급여, 간병급여,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김지현의 과실도 30%가량 인정했다. 법원은 "원고 김지현은 이 사건 동작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으므로, 1차 사고 이후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살펴 같은 회전동작을 계속 시도할 것인지 신중히 판단하여야 하는데도 곧바로 이 사건 동작을 다시 시도하다가 2차 사고를 당하였다"고 지적했다.

포항제철서초등학교 교장에 대한 원고 측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김지현은 당시 초등학교 6학년생으로 포항제철중 체육특기생 진학이 예정돼 있었다. 법원은 김지현 양이 진학 예정인 포항제철중학교 주도로 훈련이 이뤄졌기에 포항제철서초등학교 교장이 중학교 교사에 대한 지도·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사건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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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월 26일 포항제철서초등학교에 다니는 13살 여자 기계체조 유망주 김지현은 포철중 체조전용경기장에서 훈련 도중 넘어지며 머리에 큰 충격을 입었다. 일어나 다시 훈련에 나섰지만 또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며 의식은 잃었다. 구급차로 이송돼 4시간의 수술을 받았다. 병명은 뇌출혈(외상성 급성경막하혈종, 중증 뇌부종)이었고 약 40일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김지현은 인지장애를 앓게 됐고 사시 교정 수술을 받았다. 상태가 사고 당시보단 많이 호전돼 학교에 복학했다. 약 1년 4개월 동안 지현 양의 가족은 학교를 운영하는 포스코교육재단과 경북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2000만 원이 넘는 치료비를 충당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5월 포스코재단과 경북학교안전공제회, 포항제철서초등학교 교장, 포항제철중학교 체조 감독, 체조담당 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훈련 과정에서 김지현 양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었다는 취지의 소송이었다.

소송에서 CCTV와 시간적인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민사소송인 탓에 사고 시간의 과실에 대한 판단이 주된 내용이었다. 김규 씨는 "이번 판결에서 그런 부분은 판단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들었다. 형사 소송에서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원고 측에서 원하는 CCTV나 모든 부분을 공개했다. 문제는 없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더팩트ㅣ이현용 기자 sporg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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