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과연 메이웨더는 알리보다 위대한 복서인가?
입력: 2015.05.03 15:07 / 수정: 2015.05.03 20:10

메이웨더 판정승! 메이웨더(왼쪽)가 3일 파퀴아오를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전승 행진을 이어 갔다. / shosports 영상 캡처
'메이웨더 판정승!' 메이웨더(왼쪽)가 3일 파퀴아오를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전승 행진을 이어 갔다. / shosports 영상 캡처

메이웨더는 최고의 복서지만 위대하진 않다

복싱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세기의 대결이 막을 내렸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가 48경기 전승 행진을 이어 갔지만 기대치에 비해 김빠진 내용으로 뒷말이 무성하다. 둘은 깨끗한 얼굴로 링을 내려갔다. 매니 파퀴아오(36)는 공격에 나섰지만 수비에 치중한 메이웨더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메이웨더는 3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WBC, WBA, WBO 웰터급 통합 타이틀 매치 파퀴아오와 경기에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했다. 메이웨더는 48번째 경기도 승리로 장식하며 전승 행진을 이어 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경기 내용은 기대 이하였다. 메이웨더는 화끈한 주먹 교환보다 점수를 따내는 데 집중했다. 경기 중반 자신의 유효타가 많다고 판단되자 수비에 더 집중했다. 파퀴아오의 펀치 세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발한 메이웨더는 12라운드 막판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링사이드 암표가 억대를 호가할 만큼 기대가 컸던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지만 메이웨더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끌고 갔고 승리를 차지했다. 파퀴아오보다 긴 리치를 활용해 왼손 잽으로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특유의 숄터롤로 유효타를 맞지 않았고 훅을 중심으로 공격한 파퀴아오를 상대로 고개를 숙이며 피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얄미운 클린치도 그대로였다.

메이웨더는 세기의 대결을 앞둔 지난달 23일 영국 매체 텔레그라프와 인터뷰에서 "나는 무하마드 알리를 존중하지만 그는 레온 스핑크스에게 졌다. 기록에 없는 패배 역시 있다. 나는 단 한 차례도 패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무패 복서인 자신이 알리보다 뛰어나다는 의미였다. 조지 포먼은 "메이웨더가 알리나 나보다 나은 선수"라고 옹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설적인 복서들은 이런 메이웨더의 발언을 비판했다. 알리는 지난달 28일 "잊지 마라. 내가 가장 위대하다"고 불편한 마음을 나타냈다. 그의 딸 라일라 알리는 "아무리 기술이 뛰어난 선수라도 내 아버지를 넘어설 수 없다"고 밝혔다. 마이크 타이슨은 더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대단한 망상이다. 위대하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질 때 생기는 것이다. 그는 작고 비겁한 남자다"고 강하게 말했다.

메이웨더는 3일 파퀴아오와 경기에서 자신의 능력을 뽐내 승리했다. 최고의 기술을 바탕으로 무패 행진을 이어 간 메이웨더는 뛰어난 복서다. 그는 복싱 역사상 손에 꼽히는 최고의 복서다. 메이웨더와 알리는 체급은 다르지만 아웃복서로 스타일이 비슷했다. 기록적인 면에서 메이웨더는 알리보다 뛰어나다. 알리는 56승 5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복싱 팬들은 알리를 위대한 선수로 기억한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며' 상대와 맞서 싸웠다.

그렇다면 메이웨더는 위대한 복서일까. 메이웨더는 파퀴아오를 꺾었다. 하지만 경기를 본 팬들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 화끈한 펀치 교환을 바란 팬들의 기대를 완전히 꺾었기 때문이다. 라일라 알리는 "기술이 뛰어나다고 위대한 복서는 아니다"고 했다. 타이슨은 "위대하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질 때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의미에서 메이웨더가 알리보다 기록적으로 뛰어난 복서일 수는 있지만 위대한 복서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알리가 활동하던 1970년대는 수많은 철권들이 사각의 링을 지배하던 프로복싱 황금기였다.

[더팩트ㅣ이현용 기자 sporg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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