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의 스포츠 뒤집기]다시금 떠올리는 유니버시아드대회와 한국 스포츠의 인연
입력: 2015.04.11 08:00 / 수정: 2015.04.10 10:21



2015년 광주 여름철 유니버시아드대회(7월 3일~14일) 대표 단장 사전 회의에 참석하는 북한 대표단이 10일 입국했다. 이번 사전 회의에서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세계 각국의 대학스포츠연맹 대표 단장이 한자리에 모여 대회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단체 종목 대진을 결정한다. 사전 회의 일정을 마친 북한 대표단은 14일 평양으로 돌아간다.

응원단 참가와 성화 봉송 등 북한의 출전을 더욱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100여명의 북한 선수단이 광주를 찾는다는 사실만으로도 2000년대 후반 이후 7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남북한 관계의 경색 국면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기간 아주 잠깐 남북 관계가 좋아지는 듯했던 일을 모두들 기억하고 있다.

전 세계 대학생들의 스포츠 잔치인 유니버시아대회는 한국 스포츠와 인연이 꽤 많다. 글쓴이는 최근 체조 관련 역사를 살펴보다 그동안 모르고 있던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적지 않은 스포츠 팬이 1967년 도쿄에서 열린 여름철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여자 농구가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해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벌어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한 직후에 거둔 성적이어서 더욱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1967년 도쿄 대회에서는 여자 농구 금메달 외에 남자 체조가 단체전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는 옛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나라들이 불참해 대회의 수준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세계 수준과 격차가 있었던 체조로서는 다소나마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이제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나올 정도로 경기력이 높아진 한국 체조지만 1960년대만 해도 세계 무대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정도였다.

1896년 아테네에서 열린 제 1회 대회 이후 단 한 차례도 올림픽 종목에서 빠진 적이 없는 체조에 한국이 처음으로 출전한 건 1960년 로마 올림픽 때다. 이 대회 전 종목에서 ‘노 메달’에 그친 한국은 체조에 김상국(남자) 유명자(여자) 두 명의 선수를 내보냈으나 모든 세부 종목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한국 체조의 씨앗을 국제 무대에서 틔웠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야 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는 김충태 정이광 강수일 이광재 서재규 한수희 김광덕(이상 남자) 정봉순 이덕분 최영숙(이상 여자) 등 꽤 많은 선수가 출전했으나 역시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올림픽 체조 종목에 출전한 일본은 도쿄 올림픽 때 이미 세계적인 체조 강국이 돼 금메달 5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차지했고 옛 소련(금 4 은 10 동 5)을 제치고 이 종목 1위에 올랐다.

조금씩 경험을 쌓아 가던 한국 체조는 1967년 도쿄에서 열린 여름철 유니버시아드대회 남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국제 대회 첫 메달을 기록했다. 단체전 세부 종목의 뜀틀에서 김충태, 링에서 강수일이 각각 1위와 3위를 했으나 따로 메달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 대회 메달리스트 명단에는 없다.

이어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는 김충태가 출전했으나 메달권과 거리가 멀었다. 거듭되는 부진과 세계 수준과 격차 그리고 '소수 정예 주의’ 선발 방침에 따라 1972년 뮌헨 올림픽과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 남승구 주영삼 박종훈 이정식 한충식 장태은 채광석(이상 남자) 이정희 심재영(이상 여자)가 출전하기 까지, 불참한 1980년 모스크바 대회를 포함해 한국 체조는 16년 동안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하는 암흑기를 겪었다.

이런 역사를 볼 때 1967년 여름철 유니버시아드대회 성적은 한국 체조 발전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더팩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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