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올림픽 영웅에서 약쟁이로' 10년 영광 잃은 '마린보이'
입력: 2015.03.27 16:58 / 수정: 2015.03.27 16:58
일그러진 영웅 박태환. 박태환이 27일 송파구 잠실동 잠실관광호텔에서 지난해 9월 3일 양성 반응을 보인 도핑 테스트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를 하고 있다. / 잠실 = 남윤호 기자
'일그러진 영웅' 박태환. 박태환이 27일 송파구 잠실동 잠실관광호텔에서 지난해 9월 3일 양성 반응을 보인 도핑 테스트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를 하고 있다. / 잠실 = 남윤호 기자

'영웅'에서 '약쟁이'로 몰락한 박태환

'일그러진 영웅'이 딱 걸맞은 표현이다. '마린보이' 박태환(26·인천시청)이 한순간의 과오로 지난 10년간의 영광을 모두 잃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일약 '올림픽 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7년이 지난 뒤 '약쟁이'라는 주홍글씨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다.

도핑 논란으로 큰 충격을 안겼던 박태환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000만 국민 앞에 섰다. 그동안 적절한 해명이 필요한 시점에서도 침묵을 지켜온 박태환이다. 지난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를 마치고 나서야 굳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 지난해 9월 FINA로부터 도핑 양성 반응 통보를 받은 뒤 무려 7개월 만이다.

'몰락한 올림픽 영웅'은 침울한 표정으로 80여 대의 카메라 앞에 섰다. "늘 좋은 모습, 웃는 얼굴로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로 인사드리게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이다. 늘 한결같이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에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연 박태환은 "어떠한 질책도 달게 받고 반성하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면서 "수영선수로 사는 것이 힘들어도 가장 행복했다. 수영선수로서 자격을 상실하는 18개월은 제게 아마도 가장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괴로운 영웅. 박태환이 인터뷰 도중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괴로운 영웅. 박태환이 인터뷰 도중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시종일관 무거운 표정으로 취재진과 마주한 박태환은 "지난 2004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약물에 의존하거나 훈련 이외에 다른 방법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난 10년간 모든 영광이 물거품이 되고 모든 노력이 '약쟁이'로…"라며 말을 잊지 못하더니 뜨거운 눈물을 흘리곤 했다. 언제나 5000만 국민의 뜨거운 함성 속에 환한 미소를 지었던 박태환은 어디에도 없었다.

박태환은 논란을 낳은 점에 대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호르몬 주사 투여에 대해선 다소 억울한 마음을 표출했다. "지인의 소개로 병원에 가게 됐다. 수영을 하기 때문에 피부가 건조하다. 특히 얼굴이 붉은 상태였다. 그래서 병원을 찾았다"며 "피부 관리를 받으면서 비타민에 대한 처방을 의사 선생님이 해줬다. 비타민 주사 또한 도핑과 관련해 의사도 어떠한 문자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고의성 여부에선 결백을 주장했다.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기자회견에 얼굴 한번 들지 못했던 박태환이다. 매번 "죄송하다. 사죄드린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계속된 최재진의 날카로운 질문에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몰락한 영웅의 뜨거운 눈물. 박태환이 인터뷰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몰락한 영웅의 뜨거운 눈물. 박태환이 인터뷰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전 세계에 알린 올림픽에 대한 질문에는 가장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박태환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떠한 힘든 훈련도 견디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올림픽 출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에 나가면 명예회복이 가능하나?"라는 질문엔 "저에게 힘든 질문이다. 그것에 대해서 지금 어떻다는 것은 말씀드리기는 굉장히 힘든 부분이다"며 말을 아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며 5000만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했던 '영웅'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의심 어린 시선과 함께 손가락질받는 '약쟁이' 박태환만 있었을 뿐이었다.

[더팩트ㅣ잠실 = 이성노 기자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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