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노의 스담스담] '리턴' 박주영-윤석민, 팬들과 정면승부 하라!
입력: 2015.03.11 14:52 / 수정: 2015.03.12 08:37

대화가 필요해! 팬들과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박주영(왼쪽)과 윤석민이 국내로 복귀했다. / 더팩트 DB
대화가 필요해! 팬들과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박주영(왼쪽)과 윤석민이 국내로 복귀했다. / 더팩트 DB

고개를 들고, 팬들과 정면승부 하라!

파릇파릇한 새싹이 고개를 들고 있는 2015년 3월.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축구와 야구는 리그,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8개월여 대장정을 시작했다. 첫 경기부터 '구름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가운데 한국 축구와 야구를 대표하는 박주영(29·FC 서울)과 윤석민(28·KIA 타이거즈)은 '빅리그' 도전을 잠시 접고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한국에서 보여준 빼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는 보이지 못했다. 두 선수의 과거 행보와 복귀 뉴스, 팬들의 반응을 보며 프로 세계에서 '실력'만큼이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잊혀진 축구 천재' 박주영이 10일 K리그 복귀를 선언했다. 2008년 여름. 청운의 꿈을 안고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꼭 7년 만이다. AS 모나코(프랑스)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일약 팀 주전 공격수로 자리매김했고, 3 시즌 동안 리그 25골(91경기)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2011년 '명문' 아스널로 이적한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임대를 전전하다 사우디아라비아(알 샤밥)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 축구에서 보기 힘든 '테크니션'의 복귀를 두고 '박주영의 몰락이다', '재기에 성공해 다시 유럽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주영은 아스널 입단 후 많은 팬의 질타를 받아왔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고, 언론은 물론 팬들과 소통을 차단하고 오직 '마이웨이'를 외쳤다.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본인의 의지였지만, 이는 독이 됐다. '뛰기 위한 의지가 없다', '오직 돈만 바라고 있다'라는 독설이 이어질 때도 박주영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영웅에서 역적으로…박주영이 7년간의 국외생황을 정리하고 10일 K리그로 복귀했다. / 최진석 기자
영웅에서 역적으로…박주영이 7년간의 국외생황을 정리하고 10일 K리그로 복귀했다. / 최진석 기자

언론과 관계도 매끄럽지 못했다. 취재진 사이에서 박주영은 일명 '비싼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경기가 끝나면 인터뷰는 고사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싸늘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본인이 말한 의도와 다르게 보도되는 것이 걱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2012 런던 올림픽에선 "감독의 지시와 운동장에서 내가 해야 할 일만 할 뿐 언론의 보도, 팬들의 얘기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선을 확실히 그었다. 운동선수로서 오직 '실력'으로 보답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했지만, 냉정히 말해 박주영이 유럽에서 보여준 초라한 성적은 오히려 부정 여론을 더욱 들끓게 했다. 스스로 적을 만든 꼴이 됐다. 결국, 박주영은 5000만 국민의 뜨거운 응원이 아닌 차가운 시선과도 싸워야 했다. 7년 만에 국내 복귀에서 '환대'를 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주영의 '일방통행'은 최근 유럽 무대에서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는 손흥민(22·레버쿠젠)의 행보와 확연히 상반된다. '차붐 신화'에 도전하고 있는 손흥민은 국내외 팬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축구 인생에 날개를 달고 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남에 호의적일 뿐 아니라, 팬들의 사인 요청에는 언제나 'Yes'였다. 지난해 월드컵을 마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손웅정축구아카데미 공개테스트'에 참여해 꿈나무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아버지의 '휴식 명령'에도 100여 명의 팬들의 사인-사진 촬영 요청에 웃는 얼굴로 화답한 손흥민이었다.

어깨를 펴라! 윤석민이 6일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준석 기자
어깨를 펴라! 윤석민이 6일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준석 기자

메이저리거의 꿈을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던 윤석민 역시 소극적인 행동으로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였다. 지난 2013년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3년간 최대 1325만 달러(약 140억 원)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빅리그 마운드를 밟아보지 못한 채 지난 6일 KBO리그로 복귀했다.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싫은 때나 한국 복귀를 위해 입국할 때나 말을 아끼는 모습은 똑같았다. 작게는 언론과 크게는 팬들과 소통에 적극적이지 못한 행동이었다.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을 때도 외부에 노출을 꺼렸고,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윤석민 얼굴에선 웃음을 보기 힘들었고 언제나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윤석민의 소극적인 행동은 미국 생활에서도 별다른 '득'을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단짝 친구들 만들고 끊임없이 팀 동료들과 소통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류현진(27·LA 다저스)과 상반된 모습이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팀 동료는 물론 팬들과 소통하는 류현진이다. 가끔 다소 건방져 보일 수 있는 행동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팀 문화에 빠르게 적응했다. 류현진의 노력은 타지에서 심적으로 안정을 찾는데 톡톡히 효과를 봤다. 이러한 적극성이 윤석민에겐 부족했다.

오직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프로 세계지만, 언론-팬이 없는 프로 스포츠는 어디에도 없다. 국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에겐 5000만 국민의 열렬한 지지는 '보너스'가 아닌 '필수'에 가깝다. 때로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여론의 관심이지만, 이것을 '실'이 아닌 '득'을 승화하는 것 역시 프로 선수의 운명이기도 하다. 시행착오를 거쳐 한국으로 복귀한 박주영과 윤석민, 팬들과 '정면승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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