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의 코트비전] 농구에도 '챔피언스리그'가 필요하다!
입력: 2015.02.28 12:32 / 수정: 2015.02.28 12:32
한중일 리그 개막 성사될까? 2007년도에 열린 한중 프로농구 올스타전은 한국과 중국 농구 팬들의 높은 인기를 끌었다. / KBL 제공
한중일 리그 개막 성사될까? 2007년도에 열린 한중 프로농구 올스타전은 한국과 중국 농구 팬들의 높은 인기를 끌었다. / KBL 제공

리그 경쟁력 강화 위한 필수조건

유럽 축구는 국가별로 리그를 진행하는 동시에 얼마전부터 '꿈의 무대'라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진행 중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등 각 나라 리그를 대표하는 팀이 대결을 펼치는 이른바 국제 대회라 할 수 있다. 홈&어웨이로 치러지는 이 대회는 축구 팬들이 리그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팀으로서는 새로운 기술과 세계 축구의 흐름 등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기 때문이다.

이런 챔피언스리그는 유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륙별로 존재하고 아시아에서도 현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가 진행되고 있다. 25일 국내에서 수원과 일본 우라와 레즈의 경기가 열렸고, FC 서울은 중국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조별리그 경기를 가졌다. K리그 개막은 아직이지만 이런 국제 대회를 통해 축구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국내 리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축구가 이렇듯 비시즌 중에 축구팬들을 위해 경기를 갖는 것과 달리 프로농구는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프로농구에서 이런 움직임을 전혀 갖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개별적이긴 하지만 중국, 일본과 교류를 갖고 홈&어웨이로 경기를 치른 적도 있다. KBL(한국농구연맹)이 처음 시작한 것은 중국 CBA(중국농구협회)와 교류전이었고 그 결과 두 리그의 올스타 선수들을 선발해 시즌 중에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경기를 갖는 '한중 프로농구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2004~2005시즌에 시작된 이 경기는 3차례 치러졌으며 2006~2007시즌을 끝으로 중단됐다.

중국과 교류전을 끝낸 KBL은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일본은 현 NBL(National Basketball League)의 전신인 JBL(Japan Basketball League) 외에 bj리그(Basketball Japan League)가 새롭게 출범한 시점이었다. 신생 리그인 bj리그로서는 KBL과 교류가 리그 경쟁력을 높이고 짧은 시간 안에 인기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이래서 나온 것이 '한일 프로농구 챔피언전'으로 2006~2007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 진행됐다. 방식은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두 리그의 챔피언팀이 차기 시즌 개막 전에 홈&어웨이로 2번의 경기를 치러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KBL이 의욕적으로 시작한 중국, 일본과 교류전은 어느새 소리없이 조용히 사라져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한중 올스타전은 중국 측의 협조가 부족하다는 것이, 한일 챔피언전은 일본의 경기력이 약해 더 이상의 교류가 무의미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물론 이런 이유들 모두가 사실이지만 이 두 대회가 보여줬던 긍정적인 면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한중 올스타전은 경기력과 화려함에서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뒀다. 중국 CBA 올스타는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사실상 중국 국가 대표팀이라고 봐도 무방할 선수들이다. 실제로 대표팀 가드였던 리우웨이를 비롯해 슈터 쭈펑유 등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로 당시 국가 대표였던 김승현과 방성윤, 김주성 등이 나와 사실상 양국의 국가 대표 경기였던 셈이다.

여기에 각 리그에서 활약이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가세했으니 경기력에서는 양쪽 모두 업그레이드된 상태에서 경기를 갖는 셈이었다. 이렇다보니 양국 농구팬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또 승부에 전력을 다하지 않아 본 경기 자체의 재미가 반감되는 리그 올스타전과 달리 이 경기는 국가 대항전이나 다름이 없었다. 양국 선수들의 자존심 대결도 상당했고 선수들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평소 볼 수 없던 묘기가 나오는 등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경기가 열릴 때 많은 중국 기자들이 잠실체육관을 찾아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고, 한국의 취재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일 프로농구 챔피언전에서 모비스 양동근(오른쪽) 오사카 에바사와 경기에서 드리블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KBL 제공
한일 프로농구 챔피언전에서 모비스 양동근(오른쪽) 오사카 에바사와 경기에서 드리블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KBL 제공

현재 프로농구는 새로운 스타 및 볼거리 발굴에 실패하며 점점 그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 스포츠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에서도 배구에 밀리고 있고, 높은 외국인 선수 의존도와 국내 선수들이 개인기 부족으로 리그 경쟁력이 점점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내에만 갇혀있지 말고 가까운 나라들과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세계 농구의 흐름을 파악하고 좋은 것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대두되고 있는 것이 축구의 AFC 챔피언스리그 같은 한중일 리그 창설이다. 현실적으로 격차가 있는 NBA(미국프로농구)에만 목메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나라들부터 교류를 하고 기술을 서로 주고 받으며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이야기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5년 스포츠산업 신성장동력화 방안으로 한중일 농구리그 대회 출범을 밝힌 바 있으며, 주관 단체라 할 수 있는 KBL 역시 조사 및 준비 작업에 어느 정도 들어간 상태다.

KBL 관계자는 "문체부와 한중일 리그에 대한 교감이 있고, 우리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리그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인접 국가와 교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진행된 것은 없다. 준비 단계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일본의 경우는 FIBA(국제농구연맹)로부터 국제 대회 및 교류 금지라는 처분을 받아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참가할 수가 없다.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차분히 조사를 하고 각 리그와 협의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로농구는 현재 시즌중이지만 농구 관계자들을 제외한 일반 팬들의 관심이나 기대치는 상당히 낮다. 당장 중계 시청률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각 언론사에서 나오는 기사 수도 적은 편이다. 물론 일정상 정규리그 막바지로 접어들고 플레이오프 진출팀과 탈락팀들이 결정돼 경기의 재미가 반감된 것은 맞지만 이런 인기 하락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기에 아쉬움이 크다.

이런 가운데 나온 한중일 리그는 리그 경쟁력 강화와 인기 회복이라는 명제를 풀기 위한 해결책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고객의 관심을 끌만한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지 못한 KBL이 빠른 시간 안에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좋은 상품이기도 하다. 또 넓게 봤을 때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정보 부족 등으로 패할 수밖에 없는 한국 농구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오명을 씻을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더팩트ㅣ박상혁 기자 jumper@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