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국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여성 선수의 손에 달려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대만과 한국의 8강 경기에서 한국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FC)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지소연은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더팩트 DB |
여성 스포츠는 오랜 기간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한국이 지난해 소치 대회까지 출전한 하계·동계 올림픽은 각각 16차례와 18차례다. 1980년 모스크바 여름철 대회와 1952년 오슬로 겨울철 대회는 정치적인 이유 또는 국내 사정으로 불참했다.
34차례 올림픽에서 한국은 107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가운데 여자 선수가 45개를 따 42%를 차지하고 있다. 여름철 올림픽 금메달 81개 가운데 여자 선수가 거둬들인 금메달은 32개(1996년 애틀랜타 대회와 2008년 베이징 대회 배드민턴 혼합복식은 0.5개씩 계산)이고 겨울철 올림픽 금메달 26개 가운데 여자 선수가 모은 금메달은 딱 절반인 13개이다.
한국 여성 스포츠가 사회·문화적인 여건 때문에 남성 스포츠보다 출발이 늦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1948년 런던 여름철 올림픽에는 여자 선수가 달랑 한 명(육상경기 원반던지기 박봉식) 출전했고, 겨울철 올림픽에서는 1960년 스쿼밸리(캘리포니아주) 대회 때 처음으로 두 명의 여자 선수(스피드스케이팅 김경회 한혜자)가 선수단에 포함됐다.
한국이 구기 종목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3위 안에 입상한 것도 여성이 이뤄 냈다. 꽤 많은 스포츠 팬들이 1967년 체코슬로바키아(오늘날의 체코)에서 열린 제 5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준우승한 것을 우리나라 구기 종목의 첫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8년 전인 1959년 서독 도르트문트에서 벌어진 제 25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여자 탁구 1세대 스타플레이어인 조경자를 비롯해 최경자 황율자 이종희가 나선 한국은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중국이었다. 이 무렵만 해도 세계 탁구는 일본이 주름 잡고 있었다. 이 대회에서도 일본은 남자 단식(중국 융구오투안)만 빼고 남녀 단체전과 여자 단식, 남녀 복식, 혼합 복식 우승을 휩쓸었다.
여성 스포츠가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글쓴이는 여러 자리에서 월드컵(축구)에서 여자가 먼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글쓴이가 여자가 공을 차는 걸 본 건 까까머리 고등학생 때다.
MBC는 소련-멕시코의 개막전부터 브라질-이탈리아의 결승전까지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모든 경기를 생중계 또는 녹화 중계했다. 당시로서는 놀랄 만한 일이었는데 더 놀라운 일이 1년 뒤에 벌어졌다. MBC는 1971년 멕시코에서 열린 ‘비공식 여자 월드컵’을 녹화 중계했다. 6개국이 겨룬 ‘비공식 멕시코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덴마크가 멕시코를 3-0으로 이겼는데, 경기가 열린 아즈테카 스타디움에는 11만 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1년 전 브라질이 이탈리아를 4-1로 꺾고 우승한 월드컵 결승 때와 같은 규모의 관중이었다. 국내에서는 1948년 잠깐 선을 보였다가 사라진 여자 축구였으니 글쓴이를 비롯한 많은 스포츠 팬이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이 경기를 지켜볼 수 밖에.
그 뒤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에 급조한 대표팀이 여자 축구 종목에 출전한 내용은 어지간한 스포츠 팬이면 알고 있는 내용이다.
어쩌면 예상보다 일찍 여자 축구가 세계 정상권에 서는 장면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음 달 20일과 21일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열리는 FIFA 집행위원회에서 2019년 여자 월드컵 개최지가 결정되는데 한국이 경쟁국인 프랑스보다 다소 유리해 보인다.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이후 한국 여자 축구는 기량이 급속도로 발전해 2010년 FIFA 17세 이하 월드컵(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우승했고 그해 FIFA 20세 이하 월드컵(독일)에서 3위를 차지했다. 올해에는 2003년 미국 대회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캐나다 6월 7일~7월 6일)에 출전한다. 브라질 스페인 코스타리카와 조별 리그 E조에 편성된 한국은 브라질에 0-3, 프랑스에 0-1, 노르웨이에 1-7로 진 2003년의 전철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4년 뒤 우리나라에서 여자 월드컵이 열리면 2011년 독일 대회의 일본(우승), 1999년 미국 대회의 중국(준우승), 1995년 스웨덴 대회의 중국(4위)에 못지않은 성적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2019년 여자 월드컵 유치 경쟁에서 프랑스를 따돌리면 2018년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도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2019년 대회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올해 월드컵에 이어 2018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FC)의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을 만큼 한국 여자 축구는 20여년 사이에 부쩍 성장했다. 글쓴이는 반세기 전 여자 탁구와 여자 농구가 세계 정상권에 올랐던 것처럼 여자 축구도 그럴 수 있으리라 믿는다.
더팩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