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의 스포츠 뒤집기] 광복 70년, 스포츠 70년…눈부신 발전상
입력: 2015.01.02 08:43 / 수정: 2015.01.02 08:55


2015년 을미년은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근대 스포츠를 도입하며 나라의 힘을 키우려 했던 대한제국은 1910년 을사늑약을 맺고 제국주의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고 체육 주권도 내줬다. 일본은 1911년 일본체육협회를 창립한데 이어 1919년 서울에 있는 일본 체육인들로 조선체육협회를 창설했다. 조선체육협회는 한반도 침탈의 전진 기지인 조선총독부 공인 민간 체육 단체가 됐다. 1920년 조선체육회(대한체육회 전신)가 창립되기 1년 전의 일이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의 체육 활동은 반(半) 자주적일 수 밖에 없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생의 일장기 말살 사건이 그 같은 상황을 대변한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하면서 우리나라는 광복을 맞게 된다. 36년의 일본 제국주의 강점에서 해방됐으나 식민 지배 기간 조선인들의 정치 참여는 허용되지 않았다. 때문에 그 공백을 메울 만한 조직적 권력이 바로 생겨나지 못했다. 그런 정치적, 사회적 혼란의 시기에 체육인들은 1945년 11월 26일 조선체육회를 재건하고 제 11대 회장으로 여운형을 뽑았다. 경기 단체도 조선육상경기연맹, 조선축구협회 등 여러 단체가 속속 탄생했다.

해방 직후 자주적인 체육 활동이 바로 시작된 것으로 체육인들의 놀라운 단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후 한국 스포츠는 대한체육회(1948년 개칭)를 중심으로 7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어 간다.

태극기 앞세우고 올림픽 첫 출전

1947년 6월 이원순 선생의 노력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가입을 승인 받은 한국은 1948년 1월 30일부터 2월 5일까지 생모리츠(스위스)에서 열린 제 5회 겨울철 올림픽에 5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그해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의 일이다. 이어 1948년 7월 29일부터 8월 14일까지 벌어진 제 14회 런던 여름철 올림픽에 출전했다. 1948년 6월 21일 종로2가 서울 YMCA 회관에 모인 67명의 한국 선수단은 서울역까지 걸어간 뒤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 배편으로 후쿠오카에 간 뒤 그곳에서 기차 편으로 요코하마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배편으로 홍콩으로 간 뒤 홍콩에서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항공기를 이용해 방콕→캘커타(오늘날의 콜카타)→바그다드→아테네→로마→암스테르담을 거쳐 런던에 도착했다. 축구 대표팀은 경유지인 홍콩에서 홍콩 선발팀과 친선경기를 가져 5-1로 이겼는데 이 경기가 한국의 첫 A매치다. 홍콩으로 가는 배 안에서 역기를 들고 훈련한 김성집은 역도 미들급에서 동메달을 들어 올렸다.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의 메카 태릉선수촌

이제는 제 1 선수촌의 위상을 진천에 내줬지만 태릉선수촌은 지난 반세기 동안, 오늘날 세계 10강인 ‘스포츠 한국’의 산실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그런데 태릉선수촌의 형님뻘인 훈련 시설이 있었다. 이른바 ‘동숭동 시대’다. 1960년대 초반만 해도 태릉선수촌 같은 우수 선수들을 위한 합숙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는 1963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소재 건물(대지 212평, 건평 156평, 옛 서울대 문리대 뒷편)을 매입해 1964년 도쿄 올림픽에 대비한 합숙 훈련을 실시했다.

1966년 6월 28일 서울 공릉동의 대지 9786평, 건평 540평 규모로 문을 연 태릉선수촌은 그해 11월과 12월 체육관 2개 동을 준공했고 1967년 5월에는 외국인 코치 숙소를 완공했다. 이어 1968년 4월에는 서키트트레이닝장과 역도장, 레슬링장이 들어섰고 1968년 8월에는 육상장, 1970년 3월에는 실내 수영장이 개장하면서 종합 트레이닝 센터로 면모를 갖추고 한국 스포츠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 1988년 서울 올림픽 열다

태릉선수촌을 발판 삼아 1960~70년대 세계 무대를 향해 나아가던 한국은 1970년 제 6회 대회(서울 예정, 방콕 대체 주최) 반납의 아픔을 딛고 1986년 제 10회 여름철 아시아경기대회를 서울에서 열었다. 이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대회가 아니었다.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자리를 잡고 산 지 5천여 년 만에 연 가장 큰 규모의 국제 잔치였다.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36개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원국 가운데 27개 나라 4천839명의 선수단이 서울에 왔다. 한국 선수단은 본부 임원 38명, 경기 임원과 코치 106명, 남자 선수 343명, 여자 선수 152명 등 639명의 대규모였다.

대회 막바지까지 중국(금 94 은 82 동 46)과 치열한 접전을 벌인 메달 레이스에서 한국은 금메달 93개와 은메달 55개, 동메달 76개로 일본(금 58 은 76 동 77)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종합 순위 2위를 차지했다.

1981년 9월 30일 서독 바덴바덴에서 열린 제 84차 IOC 총회에서 나고야를 52-27로 누르고 제 24회 여름철 올림픽을 유치한 서울은 7년 뒤인 1988년 9월 17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역사적인 개막식을 치렀다. 서울 올림픽은 반쪽 대회로 열린 1980년 모스크바 대회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의 상처를 씻는 동∙서 화합을 이룬 대회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서울 올림픽에서는 IOC 회원국 가운데 북한과 쿠바, 알바니아,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 세이셸, 니카라과 등 7개국을 뺀 160개국 1만3천600명의 선수단이 23개 정식 종목과 3개 시범종목, 2개 전시 종목에 걸쳐 16일 동안 기량을 겨뤘다. 237개 세부 종목에서 메달을 다툰 스포츠 강국들의 치열한 싸움에서 한국은 금메달 12개와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로 스포츠 강국인 통일 전 서독(금 11 은 14 동 15)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 최고 성적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올라선 한국은 21세기에 접어들어 화려하게 비상한다. 2010년 밴쿠버에서 열린 제 21회 겨울철 올림픽은 한국 동계 종목 오누이들이 세계 톱스타 대열에 오른 꿈의 무대였다. 피겨스케이팅 여왕 자리에 오른 김연아, 세계 최고의 남녀 스프린터가 된 모태범과 이상화, ‘빙판 위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1만m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한 이승훈(이상 스피드스케이팅) 그리고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1000m와 1500m를 석권한 이정수가 주인공이다.

모태범과 이상화의 남녀 500m 금메달은 1924년 샤모니(프랑스)에서 제 1회 동계 올림픽을 치른 이후 86년을 이어져 오는 동안 한 차례도 없었던 이 종목의 ‘한 국가 남녀 동반 우승’의 대기록이었다. 한국은 금메달 6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종합 순위 5위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이어 한국은 2012년 런던에서 열린 제 30회 여름철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와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차지해 종합 순위 5위에 올랐다. 스포츠 강국 독일(금 11 은 19 동 14)과 프랑스(금 11 은 11 동 12), 이탈리아(금 8 은 9 동 11) 등을 제친 놀라운 성적이었고 홈에서 열린 1988년 서울 대회(4위) 이후 가장 높은 순위였다. 전체 28개 메달 가운데 6개가 펜싱, 5개가 사격, 4개가 양궁, 3개가 유도, 2개가 태권도와 수영에서 나왔다. 체조와 레슬링, 탁구와 복싱, 배드민턴에서 1개를 보탰다. 축구는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메달(동)을 차지했다. 메달 종목이 12개나 됐다. 해방 70년 만에 한국 스포츠의 저변은 이렇게 넓어졌다.

제 100회 전국체전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 스포츠

한국 스포츠는 이제 역사적인 제 100회 전국체육대회를 향해 달려간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수 만 명의 인원이 참여한 가운데 해마다 열리는 행사는 전국체육대회가 유일하다. 국내 어느 행사도 개최 횟수가 90을 넘긴 예는 없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제 95회 대회를 연 전국체육대회는 올해 제 96회 대회가 강릉을 주 개최지로 강원도에서, 2016년 제 97회 대회가 아산을 주 개최지로 충청남도에서, 2017년 제 98회 대회가 충주를 주 개최지로 충청북도에서, 2018년 제 99회 대회가 익산을 주 개최지로 전라북도에서 열린 뒤 2019년 제 100회 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2019년 전국체육대회부터는 28개 올림픽 종목을 중심으로 38개 종목만 경기를 하게 된다. 100회를 기점으로 대회 규모가 일정 수준으로 축소되고 내실 있게 펼쳐질 전망이다.

더팩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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