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왼쪽)과 윤호영이 2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kt와 동부와 경기에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SPOTV 방송 캡처 |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한국 스포츠 세계에선 외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풋풋한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선후배 사이로 얽매인 선수들은 경기 도중 소속팀을 떠나 서로 장난을 치며 '우애'를 다지기도 한다. 한국 특유의 선후배 문화를 꼬집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치열한 승부 앞에선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 2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선 2년 선후배 관계인 조성민(31)과 윤호영(30)이 이마를 맞대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쳐 논란을 낳기도 했다. <더팩트>는 과거 선후배들의 '일촉즉발' 사례를 모았다.
◆ 조성민 vs 윤호영
조성민과 윤호영이 크리스마스이브에 맞붙었다. 6연승을 노리는 원주 동부와 2연패 탈출을 꿈꾸는 부산 kt가 2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맞붙었다. 홈 팀 동부는 '안방'에서 kt의 맹공에 3쿼터까지 47-50으로 밀리며 힘든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마지막 4쿼터까지 치열한 경기가 이어졌고, 결국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4쿼터 2분여가 지난 가운데 동부는 47-54로 뒤지고 있었고, 김주성의 파울로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이때 윤호영과 조성민은 공과 상관없는 곳에서 팔이 뒤엉키는 과격한 몸싸움을 이어갔고, 윤호영은 자신을 밀착 마크했던 조성민에 다가가 이마를 맞대며 흥분된 마움을 표출했다. '후배'의 당찬 도발에 '선배' 조성민은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더니 이후 '일촉즉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행히 주변 선수들과 코치진의 만류로 큰 싸움으로 번지진 않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임은 틀림없었다.
임달식(왼쪽)과 허재가 흥분을 참지 못하고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
◆ 임달식 vs 허재
'농구 대통령'이란 별명답게 과거 농구 코트를 휘저었던 허재(49) 역시 선배와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사건은 1991년 3월 3일, 허재가 속한 기아 자동차는 임달식(50)이 버티고 있던 현대전자와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농구대잔치 챔피언 2차전을 펼쳤다. 당시 현대전자는 '허재 막기'에 총력을 기울였고, 임달식이 그 임무를 맡았다.
임달식은 경기 내내 허재의 그림자가 돼 거머리처럼 따라다녔고 경기 5분이 지나지 않아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허재가 임달식의 거친 수비에 쓰러진 뒤 벌떡 일어나 '선배'를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더니 이마를 들이댔다. '후배'의 행동에 화가 난 임달식은 왼팔로 허재의 멱살을 잡은 뒤 팔꿈치 가격의 '폭력'을 행사했다. 이후 현대전자 센터 김성욱마저 허재에게 또다시 주먹을 날렸고 허재는 전치 3주 진단을 받게 됐다.
◆ 이승엽 vs 서승화
2003년 8월 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도중 보기 드문 '주먹다짐'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건은 삼성이 12-4로 크게 앞선 8회말 공격 때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이승엽(38)은 장준관(33)에게 몸에 맞는 볼을 얻어 1루에 진루했고, 이후 무사 1, 3루에서 마해영(44)이 병살플레이를 하던 LG 유격수 손지환(36)의 송구에 헬멧을 맞았다. 이후 두 팀의 감정은 더욱 격해졌다.
이어진 LG 공격. 삼성 투수 나형진(37)이 LG 홍현우(42)에게 몸쪽 공을 던지다 볼넷을 내줬고, 후속 장재중(43)을 맞아 초구에 몸쪽 공을 던지자 두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우르르' 몰려나왔다. 이때 LG 서승화가 맨 앞에 섰고, 이승엽이 서승화(35)를 저지하며 둘은 멱살잡이와 함께 주먹다짐을 했다. 순간 경기장은 패싸움으로 이어지며 아수라장이 됐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서승화와 이승엽에게 2게임 출장정지와 벌금 300만 원을 부과했다.
김현수와 나지완이 삿대질을 하며 충돌하고 있다. / 유튜브 영상 캡처 |
◆ 나지완 vs 김현수
신일고등학교 선후배 나지완(29)과 김현수(26)가 다이아몬드 그라운드에서 서로 얼굴을 붉혔다. 지난 2012년 7월 3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고등학교 선후배 간의 험상궂은 말다툼이 일어났다. 두산 베어스가 5-4로 앞서고 있던 9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KIA 타이거즈 나지완이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두산 마무리 스캇 프록터(37)의 초구가 자신의 머리 위로 날아오자 흥분한 나지완은 마운드로 걸어갔다. 순간 두 팀 모든 선수가 달려 나와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지만, 다행히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나지완이 조영훈(32)의 안타로 2루로 진루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2루에 있던 나지완이 좌익수 김현수를 바라보면 서로 욕설을 내뱉은 것이다. 나지완과 김현수는 신일고 2년 선후배 사이다. 둘은 경기 후에도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았다. 나지완은 당일 김현수의 사과 전화와 다음날 경기 전 사과를 모두 거절하기도 했다. 결국, 나지완은 2주 뒤에야 김현수의 사과를 받아줬다.
강호동과 이만기가 샅바싸움에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 커뮤니티 캡처 |
이밖에 '왕년의 씨름 스타' 이만기(51)와 강호동(44)도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무적'으로 불렸던 이만기는 1989년 7월 백두장사 준결승에서 '무서운 신예' 강호동을 만나 고전 끝에 패했다. 이후 1년 뒤 결승 무대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고, 경기 시작 전 샅바를 잡는 과정에서 누구도 무릎을 꿇지 않는 자존심 싸움을 펼쳤다.
'초롱이' 이영표(37)도 '붕대투혼' 이임생(43)과 아찔한 충돌을 경험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했던 이영표는 소속팀 안양 LG(현 FC 서울)에 복귀해 부천과 리그 경기를 펼쳤다. 이영표는 공수를 오가며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고, 부천 수비수 이임생과 여러 차례 몸싸움을 펼쳤다. 이임생은 후배의 저돌적인 두 번의 태클에 흥분을 참지 못하고 보이지 말아야 할 행동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