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숨은 1mm] '도둑맞은' 女사격 은메달! '중국 밀어주기'에 당했다
입력: 2014.09.22 15:23 / 수정: 2014.09.22 19:08

김설아가 22일 열린 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사격하기 전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 인천옥련국제사격장 = 배정한 기자
김설아가 22일 열린 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사격하기 전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 인천옥련국제사격장 =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인천옥련국제사격장 = 김광연 기자] "다른 대회라면 당연히 실격이다."

한국 여자 사격이 짧은 순간 메달 색이 세 번이나 바뀌는 '황당한 상황'을 겪었다. 1위를 차지한 중국이 명백하게 규정을 위반했으나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항의가 그대로 받아들여지면서 한국의 은메달은 '없던 일'이 됐다. 어필 관련 심의를 중국계 심판이 맡아 공정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의혹이 쌓이고 있다.

김설아(창원 봉림고), 정미라(화성시청), 김계남(울산여상)으로 이뤄진 한국은 22일 인천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설아(416.0점), 김계남(414.4점), 정미라(411.2점)가 고른 활약을 보인 한국은 총점 1241.6점으로 중국(1253.8점)과 이란(1245.9점)에 이어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중국의 장빈빈이 경기 후 검사에서 규정 위반으로 실격 처리되며 은메달로 바뀌었다. 이후 중국이 곧바로 어필했고 약 1시간 뒤 심판진이 이를 받아들이며 한국의 메달 색깔은 동메달로 확정됐다. 중국은 금메달을 딴 동시에 세계신기록도 인정받았다.

중국의 실격 근거가 된 조항은 소총 기술규칙 외부 무게추다. a항은 '총열추는 총열을 따라 이동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b항은 '다른 추는 개머리판 치수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로 하고 있다. c항은 '개머리판의 아랫부분에서 앞 또는 옆으로 돌출된 장비나 무게추는 사용을 금한다'고 정하고 있다. 중국 장빈빈의 소총 개머리판은 개머리판 아랫부분에서 평소보다 옆으로 더 돌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게추 사용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장빈빈은 경기 전 검사에서 규정 위반 사실이 나오지 않았으나 경기 후 검사에서 장비 검사 쥬리의 눈에 무게추 사용이 드러났다. 사격에서 쥬리는 심판을 뜻한다. 경기 쥬리, 기록실 쥬리, 장비 검사 쥬리, 어필 쥬리 등으로 이뤄진다. 사격 기술규칙 6.7.9.1항은 '예선 및 본선 경기 종료 후에 결선 전의 보고 시간 동안 사후 검사를 하여야 한다. 10m와 50m 소총 및 권총 종목에서 조당 결선 진출자 가운데 무작위 선전자, 표적검사 선정자 및 무작위 검사를 포함해 최 5명의 선수를 검사하여야 한다. 25m 권총 종목의 경기 후 검사는 각 스테이지와 조당 최소 1명의 선수를 검사하여야 한다'고 의무적인 경기 후 검사를 명시하고 있다.

중국의 실격 논란과 관련된 소총 기술규칙 외부 무게추 규정. / 인천국제옥련사격장 = 김광연 기자
중국의 실격 논란과 관련된 소총 기술규칙 외부 무게추 규정. / 인천국제옥련사격장 = 김광연 기자

번복에 재번복이 이뤄지며 메달 색이 바뀐 이면에는 중화권자로 구성된 심판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대회에 참여하고 있는 익명의 한 쥬리는 "팀에서 심판 판정을 따를 수 없다면 항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때 3명의 어필 쥬리가 사안을 논의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이번에 중국은 3명 가운데 2-1로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안다. 이번 어필 심판진은 중국인, 대만인, 한국인으로 이뤄져 있다. 경기 운영을 총괄하는 기술대표(TD)도 중국인이다. 정상적인 운용이라면 실격이 맞다. 하지만 중국에서 강하게 항의하고 심판과 경기 운영 쪽에서 중화권자가 많은 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의 이의 제기를 중국계 심판이 심의하면서 유리한 판정이 내려졌다는 분석이다.

이 쥬리는 "실격을 떠나서 장비 자체에 문제가 있다. 외국 대회를 나가거나 국내 대회에서도 저런 상황이라면 여지없다. 선수 복장과 장비 검사를 감독하는 장비 검사 쥬리가 경기 후 총을 검사할 때 총을 변형해 규정에 어긋나게 총을 쏜 것을 지적한 것인데 항의에 대해 심의하는 어필 쥬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에 무게추를 다는 것은 경기 중간에 바꿀 수 없다"고 말하면서 "선수가 실수했다던가 아니면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고의로 한 것이다. 중국에 문제가 있다. 중국이 경기 전 검사에선 정상적으로 통과했다고 주장하지만 믿을 수 없다. 직접 봤는데 저런 경우는 실격이다. 하지만 심판진이 결정한 상황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쥬리가 결정하는 사항이 번복되는 것은 거의 없다. 요즘은 전자 표적이 도입되면서 어필 자체를 잘 하지 않는다. 최근 어필 쥬리가 주로 하는 일이 별로 없을 정도다. 이번 사례는 아주 특이하다. 실격 처리돼도 대부분 수용한다. 이렇게 항의 절차를 밟지 않는다. 하지만 심판이 결정하는 부분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도둑맞은 은메달. 한국 사격이 안방에서조차 '중국 밀어주기'에 시달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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