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성의 아버지 이홍선(왼쪽) 씨가 20일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딴 아들의 머리를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쓰다듬고 있다. /강화고인돌체육관=이효균 기자 |
[더팩트ㅣ강화고인돌체육관 = 이현용 기자] 시련을 딛고 거머쥔 금메달이기에 더욱 빛났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한국의 첫 금메달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모든 관심이 사격을 향해 있을 때 우슈의 이하성(20·수원시청)이 우슈 남자 장권에서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 값진 금메달을 선물했다. 부상의 시련을 딛고 따낸 한편의 드라마였다.
이하성의 아버지 홍선(45) 씨는 인천 고인돌체육관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이)하성이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우슈를 하고 싶어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지도 얼마 안 됐다. 하나를 시작하면 끝까지 한다"며 아들의 악바리 근성이 금메달을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부담'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며 과묵한 아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신중하게 말문을 열었다. 이 씨는 조심스럽게 부상과 무관심 속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아들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천천히 풀어나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말 축하한다. 기분이 어떤가.
진짜 좋다. 아들이 운동을 정말 힘들게 했다. 부상도 있었다. 다쳐서 회복한 지가 얼마 안 됐다. 그래서 그렇게 큰 기대는 안 했다. 솔직히 출전하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아들이 노력을 많이 한 것으로 보였다. 컨디션이 좋았다.
- 아들의 경기는 어땠는가.
하성이가 자꾸 쳐다 보고 가족들을 의식하더라.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오늘 하는 것을 보니 될 것 같다고 느꼈다. 컨디션도 좋아 보였다. 하성이가 경기 전에 어머니랑은 연락을 했는데 컨디션이 좋았다고 그랬다.
- 아들과 경기 시작 전에 연락을 했나.
경기 전에 만나지 않았다.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화통화도 안 했다. 괜히 부담될까 봐. 아들이 우리가 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금메달을 따고 통화를 했는가?) 나한테 고맙다고 얘기를 하더라. 아들에게 평소처럼 "수고했다. 고맙다"고 말했다.
- 한국의 첫 금메달이다.
얼떨떨해서 아무 생각이 없다. 하성이가 훈련했던 것이 자꾸 생각난다. 여러 번 다쳐서 몸도 지금 자기 몸이 아닐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좋은 결과 나오니깐 주위 분들에게 축하도 많이 받았다.
- 현재 이하성의 몸 상태는 어땠는가?
부상에서 회복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골반뼈가 양쪽 다 부러졌었다. 최근에는 무릎 쪽에 수술을 했는데, 국가 대표 선발전과 이번에도 운이 따라준 것 같다.
아버지 이홍선 씨(왼쪽), 외삼촌 맹석주 씨(오른쪽)와 이하성(가운데)에게 '축하 뽀뽀'를 하고 있다. |
- 언제부터 아들이 우슈를 시작했는가?
억지로 시켜서 운동을 하진 않았다. 자기가 그렇게 좋아했다. 집에 있으면 날아다니고. 뛰어다니면서 혼자 재주도 넘었다. 초등학교 전에는 그냥 가서 놀라고 보냈고 초등학교 1, 2학년 때부터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 우슈부가 따로 있지 않아 개인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다.
- SBS 방송 '스타킹'에 출연하면서 관심을 많이 받았는데.
아…. 지금 생각하면 좀 울컥하다. 진짜 한참 TV에 나가고 했을 때 우리는 정말 좋았다. 아들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하성이에게는 많이 부담이 됐던 거 같다. 그 뒤 부상 입고 컨디션이 별로니깐 더 상실감이 컸다. 하성이가 나에게 티는 안 냈는데 정말 힘들어 했다. 그런 것을 잘 이겨냈다. 그럴수록 운동에 더 집중해 운동으로 이겨낸 것 같다. (포기하고 싶다는 말은 없었나?) 하성이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우슈를 하고 싶어 했다. 아버지로서 다치고 그랬을 때는 아들이 그만뒀으면, 다른 길로 갔으면 했다.
- 집에선 어떤 아들인가?
하나를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아들이다. 성격이 내성적이라 남한테 티를 잘 안 낸다. 말수가 정말 적다. 묵묵히 자기가 한다고 마음을 먹으면 그것을 해낸다. 이번에도 말은 없었지만 정말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 앞으로 일정은?
아시안게임은 마무리됐다. 이제 다음 달 전국체전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 아들을 몇 달 만에 봤다. 전국체전이 끝날 때까지도 보기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