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친소 14] '韓 육상 희망' 김민지, 한국新-메달 '자신만만'
입력: 2014.09.17 10:21 / 수정: 2014.09.17 10:21

김민지가 지난달 1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탄천종합운동장 = 배정한 기자
김민지가 지난달 1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탄천종합운동장 = 배정한 기자

'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 아시아경기대회가 개막(9월 19일)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02년 부산 대회에 이어 12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는 스포츠 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한국은 4년 전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76개, 은메달 65개, 동메달 91개 등 232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 90개 이상을 따내 5회 연속 종합 2위를 수성하겠다는 각오다. 그동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기대 속에서 화려하게 시상대에 오른 전설도 있었고, '깜짝 스타'로 발돋움한 신예도 있었다. <더팩트>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을 앞두고 한국의 주축 선수들을 미리 조명한다. '아시아경기대회를 빛낼 친구들을 소개합니다'(이하 '아친소') 시리즈에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전해줄 스타들을 미리 만나 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여자 육상의 희망' 김민지(19·제주도청)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고 자신의 주종목인 200m 한국 신기록과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달 18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김민지를 만났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국내외 무대에서 빼어난 기량을 보인 그는 올해 허벅지를 다쳐 '부상 트라우마'를 겪는 등 잠시 주춤했지만, 피나는 재활훈련을 마치고 쾌조의 몸 상태로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준(오른쪽) 감독이 김민지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이준(오른쪽) 감독이 김민지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이준 감독과 손잡은 '여고생' 김민지

김민지는 지난 2011년 다리 피로골절로 인해 당시 재활 치료사로 재직했던 이 감독을 찾아갔다. 3개월간 재활을 함께한 이 감독은 김민지의 강한 정신력과 발전 가능성을 보고 다시 트랙 위에 섰다. 지난해 12월 이 감독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여러 선수가 지도를 바랐지만 다 제쳐놓고 김민지를 선택했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워낙 강하고 성실성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김민지는 이 감독과 함께 하루 5시씩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며 침체한 한국 육상에 '신바람'을 불어넣었다.

이 감독을 만난 김민지는 최대 단점인 첫 반응 속도를 보완하며 일취월장했다. 지난해 6월 홍콩인터시티 육상선수권대회에서 200m를 비롯해 100m까지 석권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같은 달 제67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200m에서는 실업팀 선배들과 경쟁해 24초18로 우승을 차지했다. 14년 만에 여고부 200m 기록을 갈아치우며 단숨에 육상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기세가 오른 김민지는 올해 6월 제42회 KBS배 전국선수권대회에서 100m, 200m 2관왕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여자 200m에서 4년 8개월 만에 24초의 벽을 깨고 23초92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다. 김민지는 "23초대까지 뛸 생각은 못 했다. 몸이 정말 부드럽게 나갔다"며 "한발만 더 뛰었다면 한국 기록(23초 69)을 깰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김민지가 <더팩트>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민지가 <더팩트>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과욕이 부른 부상…트라우마까지

지난해부터 '탄탄대로'를 걸어온 김민지도 '부상'이란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6월 전국대회 여자 200m에서 23초대를 뛰며 한국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대회 직후 허벅지에 이상이 왔다. 근육이 찢어진 것이다. 과욕이 부른 부상이었다. 김민지는 당시를 떠올리며 "강도 높게 훈련하다 보니 몸이 견디지 못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찾아온 부상은 김민지를 절망에 빠뜨렸다. '예선이라도 통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에 가득 찼다. 하지만 이런 비관적인 생각도 잠시였다. 김민지는 현실을 인정하고 재활과 훈련을 동시에 하며 몸만들기에 주력했다. "다 지나간 일이니 다 잊기로 하고 앞으로 미래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는 그는 "한 달 반 동안 재활과 훈련을 동시에 진행했다. 주로 수중 훈련에 매진했고, 사이클과 튜빙 운동을 더 했다. 다행히 복귀했을 때 부상 전 기록과 큰 차이가 없어 안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햄스트링은 한 번 다치면 완치가 힘들 정도로 재발이 많은 부위다. 김민지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운동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조심하게 됐다"며 "단번에 떨쳐버리진 못했지만, 보강 운동과 관리를 꾸준히 하면서 이제 트라우마는 없어졌다"고 밝게 웃어 보였다.

김민지(맨 오른쪽)이 남자 훈련 파트너와 몸을 풀고 있다.
김민지(맨 오른쪽)이 남자 훈련 파트너와 몸을 풀고 있다.

◆ 남자 파트너와 훈련…한국新 노린다!

김민지는 서울체고 2학년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 감독은 "아무래도 혼자 훈련하는 것보다 파트너가 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여자 선수는 (김)민지를 따라올 사람이 없어 남자 선수들을 데려왔다"며 "전과 비교해 기량이 많이 늘었다. 남자 선수와 붙어도 뒤처지지 않는다"며 제자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실제로 김민지는 올해 남자 고등학교 200m 랭킹 1위(21초 56)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두호 선수와 120m 직선 대결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만큼 가벼운 몸을 자랑했다.

김민지는 한국 신기록과 더불어 아시안게임 메달을 자신했다. 훈련 파트너가 생기며 자신감도 동반 상승했다. "남자 선수와 함께 훈련하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아무래도 저보다 잘 뛰기 때문에 이기려고 하는 욕심이 생긴다"고 말한 김민지는 "따라잡진 못하지만, 경쟁심이 생긴다. 그만큼 스피드가 더 붙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김민지의 주 종목인 200m 메달권 전망에 대한 질문에 '코너링'이 관건이라고 했다. 직선과 막판 스퍼트가 김민지의 장점이라고 밝힌 이 감독은 "코너가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코너를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힘을 써야 하는데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힘이 분산된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그러면서 "코너를 돌 때 얼마나 부드럽게 잘 빠져나오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김민지와 이 감독 모두 여자 200m 한국 신기록과 아시안게임 메달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민지는 "한국 신기록만 세우면 메달권이라고 생각한다. 초반 코너링만 잘 빠져나온다면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 역시 "코너만 잘 돈다면 23초대는 무난하게 나올 것이다. 메달권 진입이 분명 꿈만은 아니다"고 확신했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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