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월드컵] 아시아 농구 '한계 절감', 9전 9패 '승률 0%'
입력: 2014.09.03 18:01 / 수정: 2014.09.03 18:01
한국이 3일 슬로베니아와 경기를 마친 뒤 하이파이브를 위해 모여 있다. / KBL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이 3일 슬로베니아와 경기를 마친 뒤 하이파이브를 위해 모여 있다. / KBL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이준석 인턴기자] 세계무대의 벽은 높았다. 아시아 농구가 스페인에서 열리고 있는 2014 FIBA 농구월드컵에서 고전하고 있다. 온 힘을 다해 맞섰지만, 유럽과 남미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극복할 수 없는 수준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 대회에 참가한 아시아 팀은 한국과 필리핀, 그리고 이란. 조별리그를 3경기씩 치렀지만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9전 9패. 승률 0%다. 아시아 농구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종현(오른쪽)이 3일 슬로베니아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 KBL 사진공동취재단
이종현(오른쪽)이 3일 슬로베니아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 KBL 사진공동취재단

◆ 한국, 높이 한계 절감…하지만 희망 봤다!

한국은 이 대회를 앞두고 국내 최장신(221cm) 센터 하승진(29·전주 KCC)을 소집했다. 스피드가 느리지만 높이만큼은 확실히 보장된 카드였다. 하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공익근무요원을 끝낸 하승진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한국 농구를 이끄는 유재학(51) 감독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높이 열세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흘러나왔다.

우려에서 그치지 않았다. 실제로 높이 문제가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은 지난달 30일(이하 한국 시각) 앙골라와 1차전에서 69-80으로 졌다. 높이가 문제였다. 리바운드 개수 36-46. 앙골라보다 10개 뒤졌다. 특히 공격 리바운드를 10개나 허용했다. 손쉬운 득점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206cm의 장신 야닉 모레이라(23·SMU 무스탕스)에게 빼앗긴 공격 리바운드가 무려 6개. 평균 신장 204.5cm인 이종현(20·고려대)과 김종규(23·창원 LG), 김주성(35·원주 동부), 오세근(27·상무)도 한없이 작아졌다.

지난달 31일 호주전에선 높이의 열세를 절감하며 55-89로 크게 졌다. 한국은 이날 리바운드 대결에서 18-47로 밀렸다. 그 가운데 공격 리바운드를 21개나 내줬다. 경기를 뒤집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한국은 3일 슬로베니아전에서 희망을 봤다. 전반까지 39-40으로 대등하게 맞섰다. 높이 부족과 22점을 올린 고란 드라기치(28·피닉스 선즈)를 막지 못해 72-89로 졌지만, 이종현의 맹활약을 위안으로 삼았다. 나머지 선수들도 끝까지 온 힘을 기울였다. 유재학 감독 역시 선수들의 투지를 높게 평가했다.

한국은 4일 리투아니아, 5일 멕시코와 대결한다. 높이 문제를 해결해야 승리할 수 있다. 3경기 평균 3점슛 성공률이 26%에 그쳤다는 것은 한국의 높이가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내가 못 넣어도 우리 팀 선수들이 리바운드를 잡을 것이다'는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첫 승리에 가장 필요한 것은 높이 극복이다.

미국에서 필리핀으로 귀화한 센터 안드레이 블라체(오른쪽)가 지난 1일 아르헨티나전에서 레이업을 시도하고 있다. / FIBA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 필리핀으로 귀화한 센터 안드레이 블라체(오른쪽)가 지난 1일 아르헨티나전에서 레이업을 시도하고 있다. / FIBA 홈페이지 캡처

◆ '대등한 경기력' 필리핀, 아시아 자존심 세웠다!

필리핀 역시 3연패에 빠져 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복기해보면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크로아티아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경기 내내 대등하게 맞섰다. 3쿼터까지 8점 뒤졌지만, 4쿼터에 22점을 몰아치며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NBA 리거' 보얀 보그다노비치(25·브루클린 네츠)에게 8점을 내주며 78-81로 졌지만, 끝까지 크로아티아를 괴롭혔다. 리바운드 개수는 38-43으로 뒤졌지만, 3점슛 성공률 35.7%를 기록하며 28%를 나타낸 크로아티아보다 앞섰다. 올해 미국에서 필리핀으로 귀화한 안드레이 블라체(28·브루클린 네츠)는 28점을 넣으며 공격을 이끌었다.

필리핀은 지난달 31일 그리스전에선 야투 성공률 35.3%에 그치며 70-82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 1일 아르헨티나전에선 1쿼터를 25-22로 마쳐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81-85로 졌다. 특히 실책 16개를 기록해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를 놓쳤다. 하지만 리바운드 개수를 비롯해 야투 성공률과 블록 등 많은 부분에서 우세를 나타내며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필리핀은 3경기에서 득점 마진 -6.3을 기록하고 있다. 마무리 부족으로 승수를 올리지 못했지만, 정확한 야투 성공률과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으로 유럽 농구의 벽을 끝까지 두드렸다. 필리핀이 아시아 농구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이유다.

이란 센터 하메드 하다디(오른쪽)가 지난 1일 세르비아와 경기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FIBA 홈페이지 캡처
이란 센터 하메드 하다디(오른쪽)가 지난 1일 세르비아와 경기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FIBA 홈페이지 캡처

◆ 이란, 하다디 의존도 가중…득점 마진 -24

이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NBA 출신 하메드 하다디(29·쓰촨 블루 웨일즈) 의존도를 내리는 데 실패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지원 사격이 부족했다. 평균 10.3점을 올린 베테랑 가드 메흐디 캄라니(32, 마흐람)가 간간이 힘을 보탰지만, 역부족이었다. 하다디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란은 3경기에서 평균 득점 마진 -24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스페인에 60-90으로 크게 졌다. 하다디가 16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파우 가솔(34·시카고 불스)이 버틴 스페인과 맞섰다. 하지만 하다디는 체력 부족으로 가솔에게 33점을 내줬다. 초인이 아니기에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질 순 없었다.

하루 뒤인 브라질전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다디는 체력에 한계를 드러내며 4점 7리바운드에 그쳤다. 모하메드 잠시디(23·아자드대)가 13점, 캄라니가 11점을 넣으며 공격에 앞장섰지만, 팀의 50-79 패배를 막을 순 없었다. 야투 성공률은 37.5%-54.2%로 크게 뒤졌으며 실책도 24개를 기록했다. 하다디가 부진하니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1일 세르비아전에선 전반까지 38-42로 대등하게 맞섰다. 하지만 뒷심 부족을 보이며 70-83으로 졌다. 하다디가 컨디션을 회복해 29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으며 사마드 니카 바라미(31·마흐람 테헤란)가 20점을 올렸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뒷받침이 부족했다. 하다디와 바라미를 제외하면 두 자릿 수 득점을 올린 선수가 한명도 없었다. 야투 성공률이 비슷했지만, 실책을 23개나 저지르며 첫 승리의 기회를 놓쳤다.

아시아 3팀들은 객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맞서고 있다. 간간이 밝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희망적인 요소가 나오기도 하지만, 세계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nicedays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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