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의 스포츠 뒤집기]스포츠 ‘잠룡’ 인도가 움직인다?
입력: 2014.08.30 09:51 / 수정: 2014.08.30 12:52
한국이 24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쇼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 4회 AVC컵 남자배구대회 결승에서 인도를 3-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 대한배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한국이 24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쇼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 4회 AVC컵 남자배구대회 결승에서 인도를 3-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 대한배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글쓴이는 최근 인도 스포츠와 관련한 두 가지 뉴스를 보고 많이는 아니고, 약간 놀랐다. 한국은 지난 24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쇼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 4회 AVC(아시아배구연맹)컵 남자대회 결승에서 인도를 세트스코어 3-0(25-23 25-21 27-25)으로 누르고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아시아 지역의 배구 강국인 한국이 2008년 시작한 이 대회에서 그동안 2위~6위~5위에 머물다 드디어 정상에 오른 건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기분 좋은 승전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에서 한국은 일본과 이란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런데 결승전 상대가 중국도 이란도 일본도 아닌, 인도였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 알 수 있듯이 종목별 세계 랭킹이 특정 나라의 경기력을 100% 정확하게 반영하는 건 아니지만 7월 현재 FIVB(국제배구연맹) 랭킹은 이란이 11위, 호주가 12위[축구처럼 아시아연맹에 소속,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이 아니어서 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하지 못한다], 일본이 16위, 중국이 19위, 한국이 20위다. 인도를 비롯한 다른 아시아 나라들은 모두 30위권 밖에 있다.

한국은 인도와 조별 리그에서 만나 3-1(22-25 25-22 25-21 25-22)로 역전승했다. 결승전 세트별 스코어에서도 인도는 한 차례 듀스를 비롯해 모두 20점을 넘겼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조별 리그에서 인도는 한국에 세트별 스코어 19-25 20-25 19-25로 졌다. 인도는 조별 리그에서 한국에는 졌지만 일본과 카자흐스탄을 각각 3-0으로 꺾고 조 2위로 8강에 오른 뒤 태국을 3-0, 준결승에서 이란을 3-1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이란과 중국, 일본 등이 젊은 선수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고는 하지만 1진과 경기력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터. 인도 남자 배구의 최근 상승세가 돋보인다.

또 하나, 이번에는 인도 축구 소식이었다. ‘한물’이 가긴 했지만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가 인도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간다는 뉴스가 29일 전해졌다. 인도 프로 축구 슈퍼리그(Indian Super League) 델리 다이나모 FC는 이날 구단 트위터에 델 피에로의 영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인도는 기존의 I 리그(Indian League)와 별도로 지난해 10월 ISL을 결성해 8개 구단으로 오는 10월부터 12월 사이에 첫 시즌을 치른다. 델 피에로가 단기로 뛰게 될 델리 다이나모 FC는 인도 수도 뉴델리에 있는 6만 명 수용 규모의 네루 스타디움을 홈 구장으로 쓴다. 네루 스타디움은 1982년 아시안게임과 2010년 영연방경기대회 주 경기장으로 사용한, 우리나라로 치면 잠실올림픽주경기장 같은 곳이다. 델리 다이나모 FC는 델 피에로 외에 덴마크와 체코, 벨기에 출신 각 2명과 스페인, 브라질, 포르투갈 등 다국적군이 인도인 선수 13명과 호흡을 맞춘다.

FC 푼 시티에는 연세대 출신으로 17세 이하, 20세 이하, 23세 이하 대표를 거쳐 지난 시즌 일본 프로 축구 J2 리그 마쓰모토 야마가 FC에서 뛰었던 수비수 박광일이 있다. 노스이스트 유나이티드 FC에는 20세 이하 대표 출신인 공격수 도동현이 창단 멤버로 합류했다. 도동현은 호주 프로 축구 A리그 브리즈번 로어와 J2 리그 기후 FC를 거쳐 ISL로 진출했다.

축구 팬들의 귀에 익은 다비드 트레제게(프랑스) 등 유명 선수들이 줄을 지어 인도로 향하고 있다.

ISL의 출범 과정을 보면 내리막길에 들어선 우수 선수를 영입하고 물량 공세를 펴는 등 MLS(Major League Soccer)의 전신인 NASL(North American Soccer League 1968년~1984년)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인도는 인구 12억 명이 넘는 거대한 시장이다. 스포츠도 마케팅 측면에서 놓칠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인도는 그동안 스포츠 분야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와 같은 여건이다.

인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에서 아브히나브 빈드라가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 오로지 필드하키에서만 8개의 금메달을 기록했을 정도로 스포츠 약체국이다. 내놓을 만한 스포츠 스타도 없다. 그러나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은 인도는 크리켓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2011년 크리켓 월드컵 우승)을 갖고 있다. 테니스에서도 1960년과 1961년 윔블던 대회 남자 단식에서 준우승한 라마나단 크리슈난 등 우수 선수가 계속 나오고 있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축구 종목에서는 아시아 나라로는 처음으로 4강에 올랐다. 스포츠 잠재력이 분명히 있다는 얘기다.

인도는 1940년대 후반 아시아경기대회의 창설을 주창하고 1951년 제1 회와 1982년 제 9회 대회를 뉴델리에서 여는가 하면 1962년 제4회 자카르타 대회에서 종합 2위에 오르는 등 2010년 제 16회 광저우 대회까지 꾸준히 10위 안에 드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인구 규모에 비해 그리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그런대로 스포츠 강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림픽에는 영국령이던 1900년 제 2회 파리 대회에 출전한 이후 1920년 제 6회 앤트워프 대회 이후 개근하고 있다.

거대 시장 인도가 스포츠에서도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더팩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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