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구관이 명관!' KBL 외국인 선수 선발, '경력자 우대' 뚜렷
입력: 2014.08.09 10:00 / 수정: 2014.08.11 13:41
아이라 클라크가 KBL 무대로 다시 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 KBL 제공
아이라 클라크가 KBL 무대로 다시 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 KBL 제공

[더팩트ㅣ이준석 인턴기자] KBL(한국농구연맹)에서 외국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그만큼 크다. 각 구단의 한해 농사를 좌우한다는 소리를 괜히 듣는 게 아니다. 대세는 변하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구관이 명관이다. KBL 경력자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미 지난 시즌이 끝난 뒤 9명의 선수가 소속 팀과 재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24일(한국 시각) 2014~2015시즌 KBL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선 4명의 KBL 경력자가 뽑혔다. 20명 가운데 13명. 65%의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경력자의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적응 문제 등으로 외국선수를 교체해야 할 팀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독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의 1순위는 KBL 경력자다. 분명 이유가 있다.

◆ 클라크-파틸로-타운스, 다시 돌아올까?

외국 선수들이 속속들이 한국땅을 밟고 있는 가운데 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선 크게 5명의 대체 외인이 거론되고 있다. 유력한 1순위는 아이라 클라크(39·200.5cm)다. 드래프트 당시에도 몇몇 팀들이 지명을 고려했던 선수다. 그를 지도한 바 있는 전창진(51) kt 감독은 "마커스 고리(37·201cm)와 클라크를 두고 고심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나이가 많지만 매우 뛰어난 운동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5~2006시즌 외인 드래프트가 자유계약으로 진행됐을 때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스)에 지명되기도 했다. 최근 3시즌간 서울 삼성과 창원 LG, 그리고 부산 kt에서 뛰었다. 삼성과 kt에서 활약할 땐 대체 선수로 뛰었지만 LG엔 전체 19순위로 뽑혔다. 3시즌간 평균 18.3점 7.5리바운드를 올렸다. 골밑과 외곽에서 모두 활약할 수 있다.

박수교(58)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각 팀이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뛰어난 국내 센터를 보유한 팀이라면 클라크의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을만하다"고 말했다. 최연길(43) 전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감독들의 판단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전제한 뒤 "클라크는 득점력과 리바운드 능력이 모두 뛰어나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 오래 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후안 파틸로(26·196cm)도 KBL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파틸로는 무시무시한 탄력과 뛰어난 득점력을 갖췄다. 특히 페이스-업에 강하다. 지난 2012~2013시즌부터 2시즌간 KBL에서 뛰었다. 평균 14.1점 6,5리바운드를 올렸다. 박수교 해설위원은 "파틸로는 수비와 리바운드, 블록슛 등에 능하다. 팀에 끼치는 공헌도는 클라크보다 높다고 생각한다"면서 "그의 불같은 성격을 다스릴 수 있는 감독이 있는 팀이라면 충분히 영입할만 하다"고 말했다.

대리언 타운스(30·204.6cm)에게도 기회가 있다. 지난 2012~2013시즌 kt를 시작으로 서울 삼성과 전주 KCC에서 뛰었다. 타운스의 가장 큰 무기는 몸싸움이다. 신장은 높은 편이 아니지만 골 밑에서 자리잡는 능력이 뛰어나다. 3시즌 평균 11.3점 7.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많은 득점을 넣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높다.

제스퍼 존슨(31·198cm)도 KBL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지난 2009~2010시즌부터 5시즌 연속 KBL에서 뛰었다. 포인트가드부터 파워포워드까지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신장은 낮지만 강한 힘을 갖췄다. 2009~2010시즌 kt의 '무빙 오펜스'를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5시즌 평균 16.4점 6.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수치는 도움 개수다. 4시즌 평균 3.1개를 올렸다. 자기 득점에만 신경쓰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예년에 비해 기량이 떨어졌다고 평가받지만 몸 상태가 완전하다면 영입을 고려해볼만 하다.

크리스 알렉산더(34·213cm)는 구단들이 외인을 교체할 때마다 거론되는 선수다. 신장에 경쟁력이 있어서다. 득점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골 밑에서 버티는 것만으로 상대에게 위압감을 준다. 지난 2009~2010시즌 평균 9.8리바운드를 기록해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29·221cm)을 제치고 리바운드왕에 오르기도 했다.

후안 파틸로의 다혈질을 다스릴 수 있는 감독이라면 영입을 고려해볼 만 하다. / KBL 제공
후안 파틸로의 다혈질을 다스릴 수 있는 감독이라면 영입을 고려해볼 만 하다. / KBL 제공

◆ 그들이 KBL을 선호하는 이유

한국에서 뛰어 본 선수들은 다른 국가의 리그보다는 KBL을 선호한다. 연봉이 비슷해도 대우를 잘해주기에 그렇다. 한 전직 농구 선수 A는 "KBL 구단들은 외국 선수들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집을 구해주기도 한다. 외국 선수들은 향수병에 쉽게 빠질 수 있다. KBL 구단들의 이런 배려 덕분에 그들이 한국으로 다시 오길 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KBL 구단들이 급여를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지급하는 것도 타 리그와 차별화되는 장점이다. 중국을 비롯한 필리핀 리그에선 외국 선수들에게 주기적으로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례가 흔하다. 선수들도 개인을 위해서나 가족을 위해서 돈을 받아야 하기에 이 조건에 부합하는 리그를 우선시여기곤 한다.

KBL은 외국 선수들 사이에서 복지가 훌륭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들끼리도 이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다만 KBL에 연봉상한제(1라운드 지명 : 최대 24만 5000달러 / 2라운드 지명 : 최대 17만 5000만 달러)가 있어 복지보단 급여를 우선시하는 이들은 KBL에 잘 오지 않는다.

대리언 타운스는 뛰어난 골 밑 장악 능력을 갖추고 있다. / KBL 제공
대리언 타운스는 뛰어난 골 밑 장악 능력을 갖추고 있다. / KBL 제공

◆ 구단들이 KBL 경력자를 원하는 이유

외국 선수 선발은 여러 가지 부담이 따른다. 때문에 감독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A는 "감독들이 대부분 외인 드래프트에서 모험삼아 KBL 경력이 없는 선수를 뽑으려 한다"면서 "하지만 막상 데려와 보면 적응에 대한 문제가 생겨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 팀에 합류해서 심하게 다치거나 부상을 숨긴 채 뛰는 선수도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KBL에 적응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때문에 KBL 경력자를 뽑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시즌이 끝나면 재빨리 해외로 떠난다. 영상으로 점찍은 선수의 기량을 실제로 보기 위해서다. 높은 평가를 내려 지명했더라도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인천 전자랜드 감독과 단장을 맡기도 했던 박수교 해설위원은 "해외에서 유명한 선수라도 막상 한국으로 데려와서 시험해보면 확실히 다를 수 있다"면서 "한국 농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또 "특히 KBL은 타 리그에 비해 경기(54) 수가 많아 체력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 감독들이 KBL에 대해 잘 아는 경력자를 선호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라고 덧붙였다. 최연길 전 해설위원은 "전력의 안정화를 위해선 경력자를 뽑을 수밖에 없다"며 "감독들이 그들의 실력을 눈앞에서 자주 봤기에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9명의 경력자가 소속 구단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드래프트에선 4명이 뽑혔다. 20명 가운데 새 얼굴은 7명뿐이다. '경력자가 대세'라는 말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nicedays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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