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의 스포츠 뒤집기] 첫 출전 꼴찌에서 이상화의 2연속 금메달까지
입력: 2014.02.12 08:05 / 수정: 2014.06.19 11:34

우리나라 여자 1호 올림피언은 1948년 런던 올림픽 원반던지기에 출전한 박봉식이다. 박봉식은 그 대회에 나선 축구와 농구 등 50명의 한국 선수단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기도 했다. 박봉식은 33.80m를 던져 21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8위를 했다. 금메달리스트인 미셸린 오스메이어(프랑스 41.92m)보다 8.12m나 뒤진 기록이었다. 지난해 4월 김민이 세운 54.76m의 한국 최고 기록에 견줘 보면 60여년 전 여자 투척 종목의 경기력 수준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렇게 출발한 한국 여성 체육인들의 올림픽 역사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의 성적을 거두는 수준에 올랐다. 이 성적만으로도 한국은 레슬링 강국 이란(금 4 은 5 동 3)과 육상경기 단거리 강국 자메이카(금 4 은 4 동 4), 동유럽의 스포츠 강국 체코(금 4 은 3 동 3) 그리고 북한(금 4 동2)과 스페인(금 3 은 10 동 4), 브라질(금 3 은 5 동 9) 등을 제치고 17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의 종합 순위는 5위(금13 은 8 동 7)였다.

그런데 하계 대회에 비해 동계 대회의 한국 여성 올림픽 역사는 출발도 늦었고 발전 속도도 빠르지 않았다. 한국의 첫 여성 동계 올림피언은 1960년 스쿼밸리(캘리포니아주) 대회에 출전한 김경회와 한혜자다. 두 선수는 이 대회에 출전한 7명의 한국 선수단 가운데 ‘홍이점’이었고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다. 김경회는 500m에서 53초2, 한혜자는 53초8로 23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21위와 22위를 했다. 23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스웨덴의 엘사 아인나르손이 경기를 포기했으니 사실상 꼴찌와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금메달리스트인 독일 단일팀의 헬가 하세(동독)의 기록은 올림픽 신기록인 45초2였다.

12일 밤 소치에서 찍은 이상화의 올림픽 신기록이자 금메달 기록인 37초42(1차), 37초28(2차)에 견줘 보면 반세기 전 스피드스케이팅의 경기력 수준을 바로 알 수 있다.

이때 이후 한국의 첫 여성 동계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나오기까지는 34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1994년 릴레함메르(노르웨이) 대회에서 전이경이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1000m와 3000m 릴레이(전이경 김소희 김윤미 원혜경) 금메달을 차지했고 이번 소치 대회에서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는 김소희가 같은 종목 1000m에서 동메달을 보탰다. 이후 쇼트트랙에서는 계속 메달리스트가 나왔으나 겨울철 올림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금메달은커녕 메달을 아예 볼 수 없었다.

그 사이에 북한의 한필화가 1964년 인스부르크 동계 올림픽 30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했고 1972년 레이크플래시드 동계 유니버시아드대회 1000m에서 전선옥, 1991년 삿포로 동계 유니버시아드대회 500m에서 유선희가 금메달을 획득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발전 가능성이 어느 정도 보이기는 했다.

그나마 이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건 1971년 태릉선수촌 안에 국제 규격의 파이프 아이스링크를 만든 게 큰 도움이 됐다. 실내 경기장은 아니었지만 암모니아 가스를 이용해 인공으로 얼음을 얼릴 수 있는 시설이어서 결빙 기간을 두 달 이상 늘릴 수 있었기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 대표급 선수들의 훈련량이 획기적으로 늘었다.

이에 앞서 조선체육회(오늘날의 대한체육회)가 1925년 1월 5일 한강에서 연 제1회 전조선빙상경기대회가 한강이 두껍게 얼지 않아 유산될 수도 있었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부터 시작해 1968년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건국대학교 안에 있는 일감호에서 열렸다는, 신세대 스포츠 팬들로서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한국 동계 종목 역사에 남아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선배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뿌린 씨앗이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이상화가 여자 500m 금메달 레이스를 펼치면 화려하게 피어올랐고 2014년 2월 12일 밤 다시 한번 값진 열매를 거뒀다.

더팩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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