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엽의 한주 籠사] 이승준-이동준 형제 '폭행논란', 팬들에게 물어보니…
- 신원엽
기자
-
- 입력: 2013.02.01 16:23 / 수정: 2014.07.21 14:35
[잠실 = 신원엽 기자] 이승준(35·동부)-이동준(33·삼성) 형제의 '폭행논란'으로 농구계가 한바탕 떠들썩했다. 올스타전이 열린 지난달 27일 새벽 홍익대학교 주변을 운전하던 이들은 행인을 사이드 미러로 쳤다. 시비가 일었고, 행인 5명과 몸싸움을 벌여 폭행 혐의로 서울 마포경찰서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이 소식을 들은 팬들은 혈중 알코올농도 수치가 음주 운전 처벌 기준인 0.05% 이하로 나타났지만, 술을 먹고 운전했다는 점과 공인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곧바로 올스타전에 출전했다는 점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경찰 측이 귀화혼혈선수인 이들을 미국인 취급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원엽의 한주 籠사>은 이승준이 코트로 돌아온 첫 날인 지난달 31일, 원주 동부와 서울 SK의 정규리그가 열린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그의 팬들을 만나 이번 논란에 대한 반응을 살펴봤다.
경기 시작 40여 분전. 팬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이승준이 눈에 띄었다. 이승준은 골대 옆 2층 관중석에서 여성 팬들이 인사를 건네자, 가까이 다가와 반갑게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을 찍어달라는 남성팬의 요청에도 특유의 밝은 미소를 보이며 기꺼이 'V자'를 그렸다. 논란이 있은 직후 팬들에게 다가서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평소 팬들에게 친근하게 대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동생 이동준의 팬클럽장 황인혜(29·여)씨는 "(이승준 선수와) 일상적인 대화 나눴다. 괜히 이야기 꺼내면 마음 아파할까봐, 별 말 없이 선물주니 좋아하더라. 전날 이동준 선수는 문자로 '괜찮다'고 했는데, 이 형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힘든 게 느껴진다. 올스타전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은 건 잘못한 일이지만, 과장 보도된 것도 사실"이라며 무분별한 언론 보도 행태를 지적했다. 이승준과 사진을 찍은 뒤 뛸 듯이 좋아하던 송현령(19·남)씨는 "아마 상대방이 먼저 시비를 걸었을 것이다. 오늘 처음 봤지만, 먼저 누구에게 시비를 걸 선수는 아니다. 아마 어쩔 수 없던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프로 선수로서 좀 더 인내심을 기르고, 오늘 경기 잘해서 기분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요청에 흔쾌히 '알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찍어 주지 않을 줄 알았는데, 기분 정말 좋다"며 연신 웃기도 했다.
 |
| 지난달 3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와 서울 SK의 경기 전, 이승준과 사진을 찍은 한 남성팬이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주며 즐거워했다. / 잠실 = 신원엽 기자
경기 전 동부 선수들의 소개가 시작되자 '녹색 유니폼'을 입고 있던 한 무리의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명씩 소개되는 동부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장내에 '이승준'이라는 이름이 호명되자, 팀 선수 가운데 가장 뜨거운 반응이 나타났다. '힘내!'라는 의미가 담겨 응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 것 같았다. 중년 여성 팬인 윤향미(35), 강은선(39)씨는 "사람이니 때론 실수도 할 수 있지 않은가. 큰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니다. 더 박수쳐주고 싶었다"며 "이 일을 계기로 더욱 성숙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온 오강일(23·남)씨는 "공인으로서 무리를 일의 키고도 올스타전에 출전한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잘잘못을 떠나 자숙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혼혈'이라는 이유로 여러 곳에 차별 받는 것 같은데, 우리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야할 것 같다. KBL의 '귀화혼혈제도' 자체도 웃기다. (신인 드래프트로 데뷔한) SK 김민수 선수가 우리 동부팬 입장에선 부럽다. 여러모로 심경이 안 좋을 이승준 선수가 동부 승리를 위해서라도 더욱 힘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팬들은 이승준-이동준 형제를 지지했다. 공인으로서 행동거지를 더욱 신경 썼어야 했지만, 지금껏 이 형제의 태도를 지켜봤을 때 억울한 부분이 많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한국에 대한 애착을 갖고 귀화를 했으나, 여전히 '혼혈'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이승준이 정말 많이 반성하고 있다. 심적으로 힘든 상황인데다 스스로 많이 미안해하고 있어 크게 혼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용을 들여다보면 '폭행'이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다. 공인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본인도 많이 배웠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한 삼성 관계자는 "평소 술을 좋아하는 애들도 아니다. (언론 보도 등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 사건 이후 아무래도 많이 처져 있는데, 자숙하고 있다"며 이동준의 상황을 설명했다.
 |
|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이승준을 더이상 '귀화혼혈'이 아닌, '한국인'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 더팩트DB
사건 당시 이승준은 팔을 병으로 맞아 오른팔을 다쳤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지만, 두 팀 통틀어 최 리바운드(13개)와 최다 블록슛(4개)을 기록했다. 득점은 12점으로 팀 내에서 2번째로 많았다. 강 감독은 60-75로 진 뒤 "이승준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팔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무리하게 슈팅을 시도해 내가 자제시켰다. 슈팅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 것 빼고는 대부분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이승준은 이번 사건으로 다소 의기소침해진 탓인지 평소 자랑하던 덩크슛을 하나도 성공하지 못하고 3점슛 3개를 시도해 모두 놓쳤지만, 경기 내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팀 승리를 위해 애쓴 흔적이 그의 기록과 강 감독 말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wannbe25@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