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도 10년뒤를 준비하자1] 홍명보호 모델을 일반화하자
  • 위원석 기자
  • 입력: 2012.08.13 17:19 / 수정: 2012.08.13 17:19

런던에 입성한 홍명보호. (스포츠서울DB)
런던에 입성한 홍명보호. (스포츠서울DB)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일궈낸 '홍명보호'의 선수들은 10년전인 10대 초반에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목도한 세대들이다. 월드컵 4강을 지켜보면서 체화됐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또 한번의 기적을 연출해 낸 원동력이 됐다. 이제 다시 10년뒤 2022년에는 월드컵이 열린다. 런던올림픽 쾌거를 보면서 성장했던 어린 세대가 체계적으로 준비를 하면서 성장해 나간다면 10년뒤 다시 한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런던올림픽이후 10년 사이에 세번의 월드컵이 열린다. 2104 브라질,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바로 그것이다. 대한축구협회도 지난 상반기 '비전 2022'를 발표하면서 카타르 월드컵때까지는 세계랭킹 10위권으로 한국축구의 수준을 올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스포츠서울은 향후 10년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만 2022 월드컵에서 한국이 세계정상과 당당하게 겨루면서 또 한번의 신화 창조를 이룰 수 있을 지를 시리즈로 점검한다. <편집자주>

지난 6월 2002 월드컵 개최 10주년을 기념해서 열렸던 한 컨퍼런스에서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2002 월드컵과 지난 10년,그리고 미래'라는 제목의 발제를 했다. 이 교수는 이 발표에서 2002 월드컵이 한국축구에 준 가장 큰 의미 가운데 하나로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면 우리도 세계무대에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었던 국가대표팀은 2001년 1월10일부터 2002년 6월2일까지 총 236일의 훈련을 진행했고 이 기간동안 총 37번의 경기와 5번의 국내외 대회에 참가했다. 이런 준비 과정을 거쳐 월드컵 본선에서 4강의 위업을 달성했다.

'철저하게 준비한 팀이 세계무대에서 성과를 낸다'는 명제는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홍명보호'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2009년 20세이하 청소년대표팀으로 출범했던 '홍명보호'는 그해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청소년월드컵에서 8강의 성적을 냈고 다음해 벌어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위를 차지했다. 아시안게임이 23세 이하가 출전할 수 있는 대회였지만 홍명보 감독은 런던올림픽을 목표로 팀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21세 이하 연령대로 선수단을 구성해 경험을 쌓게 했다. 이런 장기간에 걸친 준비와 노력이 한 팀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냈고 결국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소중한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히딩크호와 홍명보호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히딩크호의 사례가 국내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이라는 특수성을 최대한 활용해 K리그 중단같은 극단적인 조치속에 훈련일수를 확보한 특수했던 '올인 체제'였다면, 홍명보호는 FIFA의 규정으로 해외파를 차출하지 못하고 국내 대표팀 차출규정에 따른 훈련일수를 철저히 지켰던 경우였다. 국내 프로축구의 극단적인 희생을 전제로 했던 히딩크 사례를 다시 반복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홍명보호의 사례는 일반화된 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여기서 본다.

즉 20세 이후 청소년월드컵과 그 이후 열리는 올림픽까지의 4년 가까운 시기를 한 코칭스태프가 장기적인 맥락에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이른바 '홍명보호 모델'을 다음 올림픽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세계 정상급과 현실적으로 차이가 나는 한국축구가 그나마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속에서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홍명보호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홍명보호 모델'을 다음 올림픽에 한번 적용해보자. 2013년 터키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에 대비해 새로운 청소년대표팀이 출범한다. 이 멤버가 이듬해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국제적인 경험을 쌓고 2015년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2 청소년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앞으로 격년제로 새로 신설되는 AFC U-22 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전해에 열릴 때는 아시아지역 예선을 겸하게 된다. 이렇게 3년이 넘도록 경쟁하고, 조직력을 쌓으며 팀워크를 만들어낸 팀이 2016년 리우 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이 멤버들은 물론 2018년 러시아월드컵때는 국가대표팀의 중추세력으로 성장하게 된다.

물론 '홍명보호 모델'이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난제가 있다. 한 감독이 4년 가까운 시간동안 한 연령대의 대표팀 감독을 재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각급 대표팀 감독이 나눠먹기식으로 운영됐던 틀을 과감하게 깨야만 가능하다. 또 첫 단추격인 청소년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을 경우 코칭스태프에게 단기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냐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월드컵같은 주요 대회를 준비하는 감독은 최소 4년 터울로 책임을 지고 팀을 운영되는 것이 맞는게 사실이지만 그동안 (여러가지 사정으로)잘 지켜지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면서 "축구협회가 얼마나 뚝심과 철학을 가지고 대표팀을 운영하고 감독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느냐가 (홍명보호 모델을 일반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관건"이라고 말했다.

위원석기자 batma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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