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시합이 될 것 같아요."
지난 3일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코리안 좀비' 정찬성(25, 코리안탑팀)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는 오는 16일(한국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펙스에서 열리는 'UFC on Fuel 3' 메인이벤트에서 더스틴 포이리에(24, 미국)와 맞붙는다. 한국인이 UFC 메인이벤트에 서는 건 처음이다.
포이리에는 만만찮은 상대다. 현재 페더급 랭킹 4위로, UFC에서 4연승을 기록 중이다. 정찬성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터프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저도 터프함에 있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럽잖아요. 재미있는 시합이 될 거 같아요."
정찬성은 '기록 제조기'로 불린다. 작년 3월 UFC 데뷔전에서 레오나르드 가르시아를 UFC 역사상 최초로 '트위스터'로 꺾으면서 '올해의 서브미션상'을 수상했다. 작년 12월에는 'UFC 140'에서 마크 호미닉을 7초 만에 KO시켰다(UFC 최단기간 KO승과 동률).
격투기팬 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 새로운 기록 작성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 않을까. "예전에는 '기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마음을 비웠어요. 기록보다는 이기는 게 중요하니까요. 이기기만 하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싶어요."
정찬성은 미국, 캐나다 같은 격투기 선진국에서 인기가 높다.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낮지만 잇단 명승부로 어느새 한국의 격투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7초 KO승' 이후 첫 시합. 혹시 예전보다 높아진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물론 부담되기도 하지만 다시 한 번 강자와 싸울 기회가 생겨서 좋아요. 주변에서 관심을 많이 주실 때 더 치고 나가야죠."
WEC와 UFC에서 4경기를 치르면서 멘탈도 강해졌다. "특별히 멘탈훈련을 하지 않지만 '차분해지자'고 늘 되뇌어요. 옥타곤에 오르기 전에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준비했던 건 다 보여주자'고 편하게 생각해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도록 노력하구요."
정찬성은 '도발 전문 선수'(?)라는 비공식 닉네임도 갖고 있다. 동체급 강자들이 트위터 상으로 잇달아 도발을 감행해오기 때문. 호미닉이 '코리안 좀비를 원한다'고 하자 그는 '나도 호미닉과 붙고 싶다'고 곧바로 응수했다. 또 포이리에의 '좀비 사냥하러 가볼까'라는 트윗에는 '포이리에? 6초 안에 끝내주지'라며 화끈하게 대응했다.
상대가 서슴없이 도발해올 때 기분은 어떨까. "제가 그다지 강해보이지 않아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제가 북미에서는 인기가 많으니까 저를 이기면 빨리 유명해질 수 있어서 도발을 많이 해오는 것 같아요. 기분이요? 오히려 고맙죠. 팬들에게 저의 존재를 널리 알릴 수 있으니까요."
이번 대회에는 팀동료 양동이(28)도 미들급에서 브래드 타바레스(24, 미국)와 격돌한다. 정찬성은 "팀동료랑 동반 출전해서 정말 좋다. 힘들 때 서로 힘이 되어주니까. 나보다 동이 형이 먼저 경기하는데, (형이)이기든 지든 부담은 될 거 같다"고 웃었다.
'이번 시합도 빨리 끝낼 거냐'고 묻자 정찬성은 "빨리 끝내고 싶지만 그게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만약 포이리에를 꺾으면 그는 현 챔프 조제 알도(25, 브라질)의 4차 방어전 상대로 나설 확률이 높다.
파이터라면 누구나 꿈꾸는 UFC 챔피언에 정찬성은 한 발 더 다가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