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장★사람들] 여고생 "얼굴 예쁜데 거친 언니들, 완전 반전"
  • 신원엽 기자
  • 입력: 2012.03.14 14:45 / 수정: 2012.03.14 14:45

▲ 여자 프로 농구 매력에 푹 빠진17살 고교 2년생 한지수(왼쪽),이은영 양/ 신원엽 기자
▲ 여자 프로 농구 매력에 푹 빠진17살 고교 2년생 한지수(왼쪽),이은영 양
/ 신원엽 기자


[신원엽 기자] 지난주 '농구장★사람들'에서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20대 청년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다뤘다.(▶관련기사 보기) 다른 농구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한적한 3층 구석에 자리한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농구를 향한 순수한 사랑과 표현 방식이 돋보였다.

이번 주 주인공은 여자 프로농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여고생 2명이다. 연세가 지긋한 남성팬들이 주를 이뤘던 체육관에서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있는 이들은 멀리서도 한 눈에 띄었다. 친구와 과자를 나눠 먹고 수다를 떨며 즐겁게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팩트>은 9일 안산 신한은행이 춘천 우리은행을 78-69로 이기고 4연패를 끊으며 정규 리그를 마친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17살 여고생 한지수, 이은영양을 만났다.

- 나이 많은 남성 팬들이 많은데, 여고생 2명은 눈에 띄네요.
많이 이상해보였나요?(웃음) 여자 농구를 보는 또래 친구들이 거의 없어요. 저희도 오늘 두 번째 온 거고요. 원래 공 한 개 갖다 놓고 모두가 아옹다옹하는 것 같아서 스포츠를 싫어했는데 학원가는 길에 홍보 문구를 보고 한번 와 봤더니 상당히 재밌더라고요. 경기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요. 그래서 오늘은 학교 끝나고 곧바로 농구장으로 달려왔어요. 이제 스포츠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돼요.(웃음)

- 농구의 어떤 매력이 있던가요?
우선 농구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기분이 그냥 즐거워지더라고요. 땀 흘리면서 응원하는 것도 재밌었고요. 저희가 고2인데, 대입 압박이 엄청 많이 들거든요. 학업 스트레스가 많이 풀리고 좋더라고요. 여고생들은 보통 영화 보고 밥 먹고 쇼핑하면서 수다 떠는데, 그에 비하면 티켓 가격도 싸고 신나는 것 같아요. 무척 괜찮은 취미 활동이에요.

- 같은 여자가 보기에 여자 농구는 어떤가요?
얼굴도 예쁜 선수들이 플레이를 상당히 거칠게 하더라고요. 몸을 아끼지 않으면서요. 완전 반전이었어요. 정말 멋있어 보였는데, 저희도 괜히 남자 못지않게 운동을 잘할 것 같아서 힘도 많이 얻어요. 남자보다 여자가 잘하면 기분 좋잖아요.(웃음) 같은 여자라서 오히려 응원도 많이 하게 되는 등 여러모로 애착이 많이 가요.

▲수줍게 사진 촬영에 응하던 이들은 셀카를 찍어달라는 요청에 익살스런표정을 지으며 재밌어 했다.
▲수줍게 사진 촬영에 응하던 이들은 셀카를 찍어달라는 요청에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재밌어 했다.

- 그런데 남자 농구에 비해 인기가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잖아요….
정말 맞아요. 중계도 별로 안 해주고, 인터넷에서 스포츠 기사를 찾아 봐도 대부분 남자 농구 소식이고요. 이렇게 재밌고 매력이 많은데…. 남자 농구에 비해 언론에서 소외되니 사람들이 더 모르죠. 선수들도 열심히 뛰는데 완전 씁쓸해요. 그런데 홍보 부족도 있는 것 같아요. 거리에 홍보 문구만 걸어 놓는 것 같은데 대부분 관심 없이 지나치는 게 현실이죠.

- 여자 농구를 홍보할 방안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학교 체육시간에 선수들이 직접 찾아와서 가르쳐주면 정말 인기가 많아질 것 같아요. 학교에서 단체로 농구를 관람하러 올 기회도 종종 있을 텐데 그런 식으로 선수들과 친해지면 많은 친구들이 농구를 더욱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다시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보면 반가울 것 같거든요. 그리고 치어리더…. 여자가 농구하는데 여자 치어리더가 웬 말인가요! 근육질의 남자 치어리더였으면 좋겠어요. 정 안되면 섞어서 하든지요.(웃음)

- 요즘 고등학교 분위기는 어때요?
공부와 성적이 가장 큰 학생들의 관심사예요. 물론 '존 박' 같은 남자 연예인도 좋아하지만요.(웃음) 저희는 비평준화지역이라 경쟁이 특히 치열해요. 성적은 내려가고 공부 할 맛은 안 나는데, 또 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극심하죠. 교권 침해는 중2~3때는 좀 그런 것 같은데 고등학교 때는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심하지는 않아요. 여선생님 같은 경우는 오히려 남자 학생들이 더 말 잘 듣고 조용히 있어요. 그런데 사랑의 매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안 맞다 보니 겁을 상실한 애들도 꽤 있거든요.(웃음)

- '농구장★사람들' 공식 질문! 당신에게 농구란?
저희에게 새로운 놀이터예요. 그 만큼 즐거워요. 저희가 딱히 소리를 지르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이 없는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도 저희처럼 농구장에 왔으면 좋겠어요.(웃음)

경기 내내 소리 지르며 응원하느라 땀에 흠뻑 젖었다는 이들은 남자친구는 물론이고 훗날 결혼한 뒤에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농구장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첫 농구 응원 팀인 신한은행을 평생 응원하고 싶다며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거둬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여자 프로 농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이들은 "이제 학원가서 영어 단어를 빨리 외워야 되요"라며 밝게 웃으며 발길을 돌렸다. 학원을 향해 뛰어가는 두 여고생의 뒷모습에 여자 농구의 미래가 겹쳐졌다. 이번 주 농구장을 빛낼 사람은 또 누구일까.

<글·사진 = 신원엽 기자>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기자 wannabe2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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