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장★사람들] 매정한 이모들? 함께 온 10살 조카 "전 괜찮아요"
  • 신원엽 기자
  • 입력: 2012.01.10 09:54 / 수정: 2012.01.10 09:54

[신원엽 기자] 지난주 '농구장★사람들'은 새해를 맞아 경기장을 찾은 영국인 리사 블랙맨(27)의 이야기를 전했다.(관련기사 보기) 원어민 교사 생활을 위해 방문한 한국에서 농구를 처음 봤다는 그는 삼성의 이승준이 덩크를 꽂을 때면 흥분하는 등 농구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5일 인천 전자랜드와 서울 SK의 경기가 열린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는 늦둥이 남동생을 데리고 온 것 같은 성인 여자 2명이 눈에 띄었다. 관중석에 앉아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 다정해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태도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돌변했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느라 아이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가장 끝 쪽에 앉아 있던 아이는 마치 혼자 경기를 보러 온 것처럼 보였다. <더팩트>은 글쓴이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김지수(30), 김미선(28)씨와 백민혁(10)군을 만나 사연을 들어봤다.

▲조카 백민혁(가운데)군과 경기장을 함께 찾은 이모 김지수(왼쪽), 김미선씨/신원엽 기자
▲조카 백민혁(가운데)군과 경기장을 함께 찾은 이모 김지수(왼쪽), 김미선씨
/신원엽 기자

- 늦둥이 남동생을 데리고 경기장에 오신건가요?
김지수(이하 이모1): 남동생요? 이모-조카 관계에요(웃음) 파주에 사는 큰 언니 아들인데 방학을 맞아 저희 집에 놀러오기로 했었어요. 그래서 미리 농구 일정을 확인해보니 오늘 인천에서 오리온스 원정 경기가 있어서 여동생과 함께 휴가를 냈어요. 조카와 오리온스도 응원하고 문화 체험 활동 감상문 등의 방학 숙제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웃음)

- 조카와 농구장을 자주 찾으시나보네요.
이모1: 그렇지는 않아요. 오리온스가 대구에서 고양으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부터 조카와 농구장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조카에게 여러 가지 운동 경기를 경기장에서 직접 보여주려고 조카 집 근처에 있는 고양체육관을 처음 찾았던 거죠. 그런데 그날 경기가 정말 재밌었어요. 특히 크리스 윌리엄스 선수의 플레이에 반했어요. 그때부터 주말마다 저희 집이 있는 부평에서 고양으로 지하철을 타고 경기장을 방문해 조카와 함께 오리온스를 응원했죠.

- 조카는 이모들이랑 농구장에 오면 좋아요?
백민혁(이하 조카): 네. 좋아요. 이모들에게 고마워요. 이모들과 농구장에 갔다 오면 재밌고 기분이 좋아서 일기를 꼭 써요.(웃음)

이모1: 저희도 조카와 농구장에 와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친구 혹은 저희 둘만 오면 응원만 하는데 조카와 같이 경기장을 찾으면 이야기도 하고 농구도 알려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아직 농구 초짜라서 모르는 건 인터넷에서 찾아보지만요.

- 그런데 제가 계속 지켜봤는데, 조금 매정해 보이시던 걸요?
김미선(이하 이모2): 아 정말요? 경기가 워낙 긴장감 넘쳐서 그런 거 아닐까요.(웃음) 그런데 경기 도중 조카와 같이 이야기도 하고 그랬어요!

조카: 에이~이모. 쉬는 시간 이럴 때나 잠시 말 걸었죠. 계속 '윌리엄스 파이팅'만 외쳤잖아요. 그래도 전 괜찮아요. 이모들과 농구장 오는 게 재밌고 좋아요. 저도 그냥 신경 안 쓰고 재밌게 보니까요.(웃음) 시간 되면 자주 데려가 주세요.

이모1: 이야기 듣고 보니 저희가 정말 그랬네요.(웃음) 사실 그전 까지는 저희가 경기에 집중해서 조카를 안 챙기는지도 미처 몰랐어요. 정신없이 응원하느라 지금 목도 조금 아파요.(웃음)

- 윌리엄스를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다른 분들은요?
이모1: 윌리엄스 선수가 경기를 상당히 흐름을 잘 파악하는 것 같더라고요. 추일승 감독님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자기 관리까지 철저한 선수인 것 같아서 더욱 좋았어요.

이모2: 저는 최진수요. 팀에 잘 융화면서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좋아요. 게다가 좋은 성격을 갖추고 있다고 하니 정말 최고죠.

조카: 전 다 좋아요.(웃음) 처음에는 조상현, 지금은 이동준. 그냥 두 선수 모두 멋있고 잘해서 좋아요.

- 좋아하는 선수가 모두 다르군요.(웃음) '이모1'께 대표로 묻겠습니다. '농구장★사람들' 공식 질문! 당신에게 농구란?

새로운 관심사이자 새로운 취미 생활이에요. 조카 덕에 농구의 매력에 빠지게 됐는데 앞으로도 조카와 더 자주 농구장에 와야겠어요.(웃음)

▲경기 후 김미선씨는 자신이 직접 만든 플래카드 위에 받은 최진수의 사인을자랑했다.
▲경기 후 김미선씨는 자신이 직접 만든 플래카드 위에 받은 최진수의 사인을
자랑했다.

'이모2'는 코트위에서 진행 중이었던 최진수의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달려갔다. 자신이 직접 만든 플래카드 위에 사인을 받고는 뛸 듯이 좋아했다. '이모1'과 조카도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잊지 못할 선물과 추억을 안고 농구장 밖을 나간 이들 3명은 집에서 나란히 이불을 덮고 잠들기 전까지 쉬지 않고 농구 이야기만 했단다. 농구에 대한 열정과 가족을 아끼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던 이들은 각자의 얼굴은 물론이고 머물고 간 농구장 곳곳에도 웃음꽃을 피운 것만 같다. 이번 한 주 동안 농구장을 빛낼 사람은 또 누구일까.

<글, 사진 = 신원엽 기자>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wannabe2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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