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일 기자] K리그 개막 후 4경기서 6골. 이쯤하면 웬만한 외국인 공격수 못지않다. 더구나 초등학교 시절 공격수를 맡은 것이 공격수 경력의 전부다. 제2의 유상철을 넘어 포지션 파괴의 선봉자로 나서고 있다.
김정우는 지난 2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4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에서 혼자 두 골을 몰아치며 시즌 5, 6호골을 기록했다. 3라운드라까지 득점 공동 선두였던 박은호(대전시티즌·4골)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나섰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을 비롯한 대표팀에서도 줄곧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던 그가 숨은 킬러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우는 지난달 5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치른 K리그 개막전을 시작으로 부산 아이파크(13일), 성남 일화(20일)와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데뷔 6년째를 맞는 K리그에서 통산 14골이 전부인 그로서는 놀라운 골 행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달라지게 만들걸까.
◆ "옛날의 저 아니에요" 적극적인 플레이 변화
무엇보다 그동안 내성적인 성향을 지닌 김정우가 팀의 살림꾼 구실을 도맡으며 소금같은 존재였던 것과 달리 올 시즌에는 포지션 변화와 함께 적극성이 더해졌다.
시즌 전 상주 상무 이수철 감독은 "김정우만한 국내 공격수가 없다"며 그에게 힘을 실어 줬다. "올 시즌 7골 이상을 넣고 싶다"던 김정우는 지난달 25일 온두라스와 가진 A매치에서 골을 터뜨리며 "골 욕심이 많아졌다"고 한 발 나아갔다.
김정우는 그라운드에서 보이는 플레이뿐만 아니라 어느새 팀 내 선참으로 후임병과 농담을 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시즌 초반 상무 돌풍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알토란'같은 후임병 입대…마음 편히 골문 향해
김정우의 대활약에 'A급' 후임병들도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다. 올 시즌 상무에는 지난해 FC서울의 '더블'을 이끌었던 최효진을 비롯해 김철호, 김치곤, 장남석, 김치우 등 정상급 K리거들이 대거 입대했다.
이들은 각 포지션에서 자기 몫을 충실히 하며 시즌 초반 상주의 무패 행진(2승2무)을 이끌고 있다. 김정우와 공격수 짝을 이루고 있는 장남석은 2골, 수비수 최효진은 1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김정우는 후임병들의 완벽한 지원 사격을 등에 업고 다재다능한 플레이를 펼치며 마음편히 골문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정우는 오랜 미드필더 경험으로 국내 정상급 공격수인 지동원(전남)과 유병수(인천) 등에 비해 시야가 넓고 수비력이 좋다는 게 장점이다. '상주 용병' 김정우의 포지션 파괴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K리그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