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원년 우승팀' 할렐루야는 없다
입력: 2008.10.08 09:00 / 수정: 2008.10.08 09:01

[ 김현회기자] 최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에서 사임한 이영무 안산 할렐루야 단장이 K-리그 진출에 대한 욕심을 나타냈다. 그는 “할렐루야 구단 창단 30주년이 되는 2010년 K-리그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안산 시장 역시 K-리그 입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부리그 팀으로서 원대한 꿈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그의 모습에 큰 박수를 보낸다.

안산 할렐루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흔히들 종교적인 색채가 강해 막대한 후원을 받는다고 오해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어린이집에 더부살이를 하며 공을 차왔고 12년이나 돼 언제 멈출 줄 모르는 구단버스를 타고 다녔다.

최근 연고지를 김포에서 안산으로 옮기고 그나마 환경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상황이 K-리그 구단은커녕 내셔널리그의 부자 구단인 고양국민은행, 울산현대미포조선에 비해서도 훨씬 열악한 환경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가난한 팀이 K-리그에 대한 열망을 나타냈으니 그 마음가짐만이라도 참 기특하다.

하지만 이영무 단장의 발언 중에 유난히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창단 30주년’과 ‘K-리그 복귀’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안산 할렐루야 구단 측이 입버릇처럼 말해오던 그들의 찬란한 역사에 대해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할 때가 됐다.

안산 할렐루야에는 항상 붙어다니는 꼬리표가 있다. ‘K-리그 원년 우승팀’이라는 수식어다. 구단의 역사와 전통을 이 수식어보다 더 폼나게 표현할 수는 없다. K-리그 원년 우승이 가지는 가치는 한국 축구가 계속 되면 될수록 더 빛이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의 안산 할렐루야는 K-리그 원년 우승을 차지한 그 팀이 아니다.

1980년, 당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었던 최순영 동아그룹 회장에 의해 창단된 할렐루야는 프로축구 원년인 ‘1983 슈퍼리그’에서 무패로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11회의 우승과 19회의 준우승을 거둔 할렐루야는 이영무, 신현호, 박상인, 박창선, 박성화, 최종덕, 조병득, 오석재 등 국가대표만 무려 30여 명을 배출한 구단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1985시즌을 끝낸 뒤 아마추어로 전환, K-리그에서 이탈했다. 축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로 구단과 선교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자의적으로 행한 결정이었다. “아마추어로 남아 할렐루야 축구단의 본 목적인 선교 활동에 중점을 두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1996년, 기독교 계열의 또 다른 실업팀이 창단됐다.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박건하를 영입하며 야심차게 출발한 이랜드 푸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랜드 푸마는 실업대회에서 할렐루야와 맞붙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같은 종교 계열의 두 팀이 경기장에서 맞붙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IMF 위기가 닥치면서 할렐루야는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1998년 FA컵을 끝으로 해체하고 말았다. 이랜드 푸마 역시 이랜드 그룹의 경영난으로 팀명을 임마누엘로 변경하며 그 명맥을 근근이 유지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당시, 할렐루야와 임마누엘은 1년여 기간 동안 각종 대회에서 마주쳤고 그 기록은 지금도 남아있다.

이후 임마누엘의 이영무 감독은 갈 곳 없이 방황하는 할렐루야 출신 선수 몇 명을 임마누엘 팀으로 불러들이고 팀명을 임마누엘에서 할렐루야로 변경했다. 그렇게 명맥을 유지해온 팀이 바로 지금의 안산 할렐루야다. 그들의 과거를 엄밀히 따져 보자면 지금의 안산 할렐루야는 ‘K-리그 원년 우승팀’ 할렐루야라기보다는 이랜드 푸마(임마누엘)의 후신으로 보는 것이 적당하다. 실제로 안산 할렐루야는 지금도 이랜드의 후원을 받고 있다.

또한 할렐루야의 전통은 1998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고 보는 것이 옳다. 안산 할렐루야가 팀명이 같다는 이유로 과거의 역사를 가져오고 K-리그 원년 우승팀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안산 할렐루야는 그 팀 자체로의 매력과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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