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골의 짜릿한 환희.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위)과 올리 왓킨스가 11일 네덜란드와 유로 2024 준결승전 90+1분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뒤 감격을 만끽하고 있다. 왓킨스는 후반 35분 케인과 교체 투입돼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도르트문트=AP.뉴시스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9번)과 주드 벨링엄이 11일 유로 2024 준결승전 2경기 전반 18분 페널티킥 동점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도르트문트=AP.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달라진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사상 첫 유로 우승에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승부수가 적중했다. 해리 케인을 빼고 올리 왓킨스를 투입해 극적인 극장골을 끌어내며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를 무력화시키고 2회 연속 결승에 진출, '무적 함대' 스페인과 우승을 다투게 됐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는 11일 오전 4시(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BVB 슈타디온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2024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4강전 2경기에서 전반 7분 사비 시몬스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전반 18분 해리 케인의 페널티킥 골로 1-1 동점을 만들고 후반 추가시간 90+1분 올리 왓킨스의 '극장골'로 2-1 역전 승리를 거뒀다.

전반 7분 만에 첫 슛을 선제골로 연결한 네덜란드 사비 시몬스./도르트문트=AP.뉴시스

해리 케인과 교체돼 피치로 나선 교체 멤버 올리 왓킨스는 90분의 정규 경기 시간이 끝나고 연장 분위기가 흐르던 후반 추가시간이 시작되자 마자 단 한 번의 득점 찬스를 결승 골로 연결시키며 잉글랜드를 결승으로 이끌었다.

잉글랜드는 15일 오전 4시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에서 스페인과 결승전에서 최후의 승부를 펼쳐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한다. 유로 2024의 마지막 승부에서는 어느 팀이 이기든 역사를 만들게 된다. 잉글랜드가 이기면 '메이저 대회 징크스'를 떨쳐버리고 사상 첫 우승을, 6연승으로 결승에 오른 스페인이 우승하면 역대 최다인 4회 우승에 성공하게 된다. 스페인은 유로 1964, 2008, 2012에서 우승했다.

페널티킥 스페셜리스트 해리 케인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동점골을 터뜨린 뒤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도르트문트=AP.뉴시스

초호화멤버를 지니고도 그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을 보인 잉글랜드는 스위스와 8강전처럼 부카요 사카를 오른쪽 윙백으로 사용하는 변형 전술을 가동하며 네덜란드를 압박했다. 비록 전반 7분 네덜란드의 사비 시몬스에게 기습적인 중거리 선제골을 내줬으나 전반전 볼 점유율에서 63%-37%로 앞서고 슈팅 수에서도 7-3, 유효 슛 4-1로 앞서는 경기력을 보였다. 기대 득점(xG)에서도 1.12-0.15로 앞섰다.

잉글랜드는 0-1로 뒤지던 전반 18분 해리 케인이 긴장감 속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해리 케인이 슛을 하려던 순간, 네덜란드 오른쪽 풀백 덴젤 둠프리스가 발을 갖다대며 파울을 범해 주심의 온 필드 리뷰 끝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잉글랜드가 0-1로 뒤지던 전반 해리 케인의 슛을 둠프리스가 막으며 파울을 범하고 있다./도르트문트=AP.뉴시스

잉글랜드는 전반 22분에도 필 포든이 골 마우스 오른쪽을 돌파하며 상대 골키퍼 바르트 페르브뤼헌의 양 발 사이로 슛을 날려 역전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페널티 파울을 범한 둠프리스가 골라인 선상에서 볼을 걷어내 아쉽게도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가장 날카로운 모습을 보인 필 포든은 전반 32분 왼발 중거리 슛으로 왼쪽 골대를 강타하는 등 잉글랜드 결승 진출 분위기를 이끌었다.

네덜란드 수비수 둠프리스는 전반 29분 시몬스의 코너킥을 강력한 헤더로 연결, 크로스바를 강타하며 잉글랜드 팬들을 놀라게 했다.

조별리그부터 초호화멤버에 어울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팬들의 비난을 받은 잉글랜드는 슬로바키아와 16강전에서 선제골을 내주고 경기 막판 주드 벨링엄과 해리 케인의 연속골에 힘입어 연장 2-1 승리를 거둔 뒤 8강전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간신히 스위스를 따돌리고 4강에 올랐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세계 최고 프로리그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스타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모래알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스위스와 8강전부터 오른쪽 윙어 부카요 사카를 오른쪽 윙백으로 돌리는 3-4-2-1 전형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네덜란드의 4강전에서는 과감한 선수 교체로 극적인 승리를 끌어내며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감격적인 승리를 만끽하고 있는 잉글랜드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UEFA

잉글랜드는 해리 케인을 원톱으로 세우고 주드 벨링엄과 필 포든을 공격 2선, 키어런 트리피어~데클란 라이스~코비 마이누~부카요 사카를 미드필드진에 포진시켰다. 백3는 마크 게히~존 스톤스~카일 워커로 구성했고, 골문은 조던 픽포드가 지켰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1-1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35분 핵심 멤버인 해리 케인과 필 포드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올리 왓킨스와 콜 파머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져 결국 역전 결승골을 끝어냈다

로날드 쿠만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4-3-3전형을 바탕으로 골키퍼 바르트 페르브뤼헌를 비롯해 버질 판 다이크, 네이선 아케, 스테판 더 프레이, 사비 시몬스, 멤피스 데파이, 코디 각포, 티자니 라인더르스, 도니얼 말런, 덴젤 둠프리스, 예르디 스하우턴이 선발 출격했다.

단 한 번의 찬스를 역전 결승골로 만든 잉글랜드의 올리 왓킨스(오른쪽)의 골 세리머니./도르트문트=AP.뉴시스

1988년 우승 이후 36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린 네덜란드는 전반 35분 센터 포워드 데파이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는 돌발 상황으로 경기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결승골의 주인공 올리 왓킨스는 UEFA와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다. 저는 몇 주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오늘 제가 있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저는 그 기회를 얻었고 두 손으로 잡았다"라고 감격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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