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4시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 격돌
발롱도르 수상자 간 우승 길목 '외나무다리 결투'
'라스트 댄스' 승자는 누구?
리오넬 메시의 꿈은 이뤄질 것인가.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14일 오전 4시 모드리치의 크로아티아와 4강전을 펼쳐 결승 티켓을 다툰다./도하(카타르)=AP.뉴시스 |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라스트 댄스'를 이어갈 자는 누구냐. 월드컵 트로피만 빼고 모든 것을 다 가진 아르헨티나의 '캡틴'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가 웃을 것인가. 지난 대회 준우승의 아픔을 치유하려는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37·레알 마드리드)가 결승 티켓을 거머쥘 것인가. 축구선수로 황혼기에 접어든 두 선수의 대결에 세계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14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4강전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의 한판 대결이 드디어 킥오푸 초읽기에 돌입했다. 남미와 유럽 축구의 자존심을 걸고 결승 티켓을 다투는 두 팀의 대결은 조국의 우승을 위해 '라스트 댄스'를 이어가고 있는 '축구의 신' 메시와 '중원 최고 조율사' 모드리치의 격돌로 킥오프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전 포인트로 흥미를 돋운다.
8강전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승부차기로 4강에 오른 두 팀은 월드컵에서 3번째 대결을 앞두고 있다. 1998년 첫 대결에서는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에서 1-0으로 이겼고, 4년 전에는 크로아티아가 조별리그에서 모드리치의 추가골 활약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뒀다. 30대 중반을 넘긴 메시나 모드리치는 모두 이번 월드컵이 사실상 마지막 대회인 만큼 세 번째 대결의 승자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크로아티아의 4강 진출을 이끈 모드리치는 아르헨티나를 넘어 4년 전 준우승의 아픔을 털어내겠다는 집념을 보이고 있다./신화.뉴시스 |
◆우승이 절실한 메시와 모드리치, 결승 티켓은 누가?
'인간계'를 넘어 '신계의 선수'로 불리는 메시에게도 딱 하나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 매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를 역대 최다인 7회 수상의 영광을 안고 월드컵 본선에도 무려 5차례 나서며 '골든볼'까지 차지했으나 바로 우승 트로피, FIFA(국제축구연맹)컵을 주인으로 품어보지 못 했다.
이번 대회 역시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충격패를 당하며 순탄치 않은 행보를 보였으나 결국 고비를 넘기며 4강까지 올라왔다. 이제 두 경기만 이기면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트로피를 차지한 뒤 36년 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우승의 한을 풀 수 있다.
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을 이끈 '축구 신동' 디에고 마라도나의 후계자로 꼽히는 메시는 19세이던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이번까지 5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결승에 올랐는데 독일에 0-1로 막혀 눈물을 삼켰다. 유달리 월드컵 트로피와 인연이 없던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대진 및 전적./그래픽=정영무 기자 |
메시는 멕시코전 1골1도움, 16강 호주전 1골, 8강 네덜란드전 1골1도움 등 조별리그와 토너먼트에서 '라스트 댄스'를 추고 있다. 고비였던 네덜란드와 8강전 승부차기에선 첫 번째 키커로 나와 골을 성공시키며 승부의 추를 아르헨티나로 돌리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중원 최고의 조율사' 모드리치가 버티고 있는 크로아티아의 벽을 넘어야 한다. 모드리치는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2골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에 패배의 수모를 안겨준 데 이어 크로아티아의 준우승을 견인한 골든볼(대회 최우수선수) 수상자다. 메시 역시 2014년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지 못 하고 골든볼 수상자가 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라스트 댄스'를 이어가고 있는 메시와 모드리치는 이번 대회 우승을 위해 반드시 상대를 넘어서야하는 처지다. 한 명은 웃고, 한 명은 울 수밖에 없다.
모드리치는 지난 10여 년간 메시와 호날두가 세계 축구계를 양분할 때 균열을 일으키며 2018년 발롱도르를 차지할 만큼 뛰어난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모드리치는 프로 공식 경기와 A매치에서 총 25차례 메시와 맞붙어 모드리치 소속팀이 11승 5무 9패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크로아티아가 유달리 끈끈하며 뒷심을 발휘하는 것도 중원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모드리치의 활약에 기인한다. 모드리치는 '대이변'으로 기록된 브라질과 8강전에서 139번의 볼 터치, 105번의 패스 성공(성공률 90.5%), 22번의 공격진영 패스를 성공하며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마르셀로 브로조비치(인터밀란), 마테오 코바시치(첼시)와 함께 크로아티아의 끈끈한 축구와 뒷심 발휘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무패 행진(1승4무)을 견인 중이다.
◆ 화끈 공격력 아르헨티나 vs 승부차기 4연승 크로아티아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충격 패배를 당했을 뿐, 이후 4경기를 모두 이겼다. 네덜란드와 8강전에서도 2-0으로 앞서다 동점골을 내주며 고전했지만 공격력 만큼은 화끈했다. 메시의 킬패스를 중심으로 상대 수비벽을 허물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멕시코(2-0 승), 폴란드(2-0 승), 호주(2-1 승), 네덜란드(2-2 무, 4PK3 승)전까지 4경기 연속 멀티골을 뽑아내는 막강 화력을 보인다.
메시의 집중 견제를 덜어줄 훌리안 알바레스(2골·맨체스터 시티), 나우엘 몰리나(1골·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다른 선수들의 활약 여부도 득점력의 변수다.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의 창이 크로아티아의 방패를 뚫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
크로아티아는 월드컵 4회 연속 승부차기 승을 거둔 집중력과 끈기로 이번 대회 본선 에서 단 1승만 거두고 4강까지 올라왔다. 승부차기승은 무승부로 기록되기 때문에 크로아티아의 이번 대회 5경기 공식 전적은 1승 4무다. 크로아티아 골키퍼 도미니크 리바코비치(27·자그레브)의 ‘선방 쇼’가 유독 눈에 띄고 있다.
리바코비치는 브라질과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브라질의 11개의 유효 슈팅 중 10개를 막는 활약을 펼쳤다. 리바코비치는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들어간 승부차기에서도 상대 1번 호드리구(21·레알 마드리드)의 킥을 쳐냈다. 크로아티아는 1~4번 키커가 모두 골 그물을 흔들며 결국 4-2 승리를 따냈다. 리바코비치는 앞선 일본과의 16강전(1-1) 승부차기에서도 3명이 찬 공의 방향을 정확히 읽으며 3-1 승리에 앞장섰다.
크로아티아는 앞선 2018 러시아 대회 16강에서 덴마크를 승부차기로 눌렀고, 이어진 8강에서도 러시아에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당시 골키퍼 장갑을 꼈던 다니옐 수바시치(38·하이두크 스플리트)가 승리를 이끌었는데, 이번엔 리바코비치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K리거 출신 크로아티아의 특급 조커 오르시치는 브라질과 8강전에서 후반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는 수훈으로 4강 진출을 뒷받침했다. 한국에서 결혼과 득남에 성공한 오르시치는 장남을 '메이드 인 코리아'로 지칭하며 애정을 보였다./AP.뉴시스 |
◆ K리거 출신 오르시치, 손흥민 동료 페리시치 활약은?
크로아티아 ‘특급 조커’ 미슬라브 오르시치(30·디나모 자그레브)는 전남 드래곤즈와 울산 현대에서 활약한 K리거 출신으로 브라질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한국은 16강전에서 브라질에 1-4로 져 탈락했지만 오르시치는 지난 10일 브라질과 8강전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9분 교체 멤버로 투입돼 12분 페르코비치의 1-1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는 수훈을 세웠다. 이에 힘입은 크로아티아는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오르시치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남 드래곤즈와 울산 현대에서 뛰며 결혼도 하고 장남도 얻었다. 지난달 24일 한국-우루과이 조별리그 경기를 시청하는 두 아들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하면서 첫째 아들 옆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문구를 달아 한국에서 득남했음을 알렸다.
오르시치는 2015년부터 전남에서 한 시즌 반 동안 14골 11도움(49경기), 2017년 울산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복귀해 다시 한 시즌 반을 뛰며 14골 4도움(52경기)을 기록했다. 오르시치는 K리그에서 활약을 발판 삼아 2018년 자국 리그의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에 입단한 뒤 이듬해 크로아티아 대표팀에도 발탁되면 축구인생의 꽃을 피우고 있다.
토트넘에서 손흥민(30)과 함께 왼쪽 라인을 맡고 있는 이반 페리시치(33)는 일본과 16강전에서 헤더 동점골을 기록하며 크로아티아의 극적인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코로아티아는 일본 마에다에게 전반 43분에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다 후반 10분 페리시치의 헤더 동점골로 1-1을 만든 뒤 승부차기에서 3-1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올랐다.
페리시치는 아르헨티나전을 앞둔 사전 기자회견에서 "나에게 골이나 어시스트는 중요하지 않다. 난 팀을 위해 헌신하려고 여기에 왔다. 감독이 무엇을 요구하든 반드시 이행할 것이다"라며 팀 정신을 강조하며 승리에 대한 집념을 보였다.
토트넘을 이끌고 있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애제자'로 꼽히는 페리시치는 왼쪽 윙백이나 윙포워드를 맡고 있으며 올시즌을 앞두고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손흥민과는 활동 반경을 놓고 자주 부딪혀 논란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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