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월드컵] 한국-브라질, ‘백승호 골’이 더 빛났던 이유 (영상)
입력: 2022.12.06 14:23 / 수정: 2022.12.06 14:23

후반 31분 만회골 터뜨린 백승호
한국의 카타르 월드컵 마지막 골이자
세대교체 시작 알린 골


백승호가 한국의 카타르 월드컵 마지막 골을 장식했다. 사진은 6일 브라질과 16강전에서 후반 31분 중거리 슛을 하는 백승호. /도하(카타르)=AP.뉴시스
백승호가 한국의 카타르 월드컵 마지막 골을 장식했다. 사진은 6일 브라질과 16강전에서 후반 31분 중거리 슛을 하는 백승호. /도하(카타르)=AP.뉴시스

[더팩트|이상빈 기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카타르에서 여정이 거대한 브라질 산맥을 넘지 못하고 멈췄습니다. 16강에서 아쉬움을 안고 퇴장하지만 브라질전은 한국 축구에 희망을 쏜 경기였습니다.

한국은 6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치렀습니다. 상대는 피파 랭킹 1위 브라질.

달걀로 바위 치기에 가까운 전력 차는 휘슬이 울리자 더욱 더 잔인하게 한국을 괴롭혔습니다. 전반전 시작 36분 만에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2·레알 마드리드), 네이마르(30·파리 생제르맹), 히샬리송(25·토트넘 홋스퍼), 루카스 파케타(25·웨스트햄 UTD)에게 연거푸 실점하면서 0-4까지 스코어가 벌어졌습니다.

사실상 패배 선고와 같던 브라질 네 번째 골이 들어간 뒤 한국엔 일말의 희망도 없는 것처럼 비쳤습니다. 올 6월 서울에서 치른 브라질과 평가전(1-5 패)이 오버랩됐습니다. 이대로 끝나면 힘겹게 이뤄낸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이 무색해질 게 뻔했습니다.

백승호(왼쪽)의 슈팅은 그대로 브라질 골문을 갈랐다. 한국은 백승호의 만회골로 영패를 면했다. /도하(카타르)=AP.뉴시스
백승호(왼쪽)의 슈팅은 그대로 브라질 골문을 갈랐다. 한국은 백승호의 만회골로 영패를 면했다. /도하(카타르)=AP.뉴시스

절망적이던 한국을 깨운 건 미드필더 백승호(25·전북 현대)였습니다. 후반 20분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은 백승호는 11분 만에 그림 같은 왼발 중거리포로 만회골을 안겼습니다. 네 골 차 영패를 모면하게 하는 귀중한 골입니다.

비록 경기는 한국의 1-4 완패로 막을 내렸지만 백승호의 득점은 분명 가치가 있습니다. 한국의 카타르 월드컵 마지막 골이면서 세대교체 시작을 알리는 골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김영권(32·울산 현대), 김진수(30·전북), 손흥민(30·토트넘), 정우영(33·알사드),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 등 서른 줄 넘은 선수가 여전히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어 세대교체가 시급했습니다. 월드컵 전까지 각 포지션에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새어 나왔습니다.

월드컵 네 경기를 치르면서 한국은 미래를 밝혔습니다. 우려와 달리 젊은 선수들이 제 몫을 해내며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한국은 총 다섯 골을 넣었습니다. 조별리그 포르투갈전(2-1 승) 김영권을 제외하면 모두 20대 중반 선수가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조규성(24·전북)이 두 골, 황희찬(26·울버햄턴)과 백승호가 한 골씩 넣었습니다.

대표팀 막내 이강인(21·마요르카)은 가나전(2-3 패)에서 조규성의 추격골을 도왔고, 브라질전에선 백승호의 만회골 시발점인 프리킥을 찼습니다. 특히 백승호는 한국의 월드컵 마지막 여정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세대교체 쐐기를 박았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더 이상 베테랑들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백승호가 보여줬습니다.

백승호의 골은 한국 축구의 세대교체 시작을 알렸다. /대한축구협회
백승호의 골은 한국 축구의 세대교체 시작을 알렸다. /대한축구협회

2010년대에 이르러 한국 축구엔 '양박쌍용' '런던 세대'로 불리는 중추적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워낙 탄탄한 입지를 다진 데다 그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도 나타나지 않아 대표팀은 서서히 늙어갔습니다. 그 결과 2014 브라질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란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2020년대로 접어들면서 재능 있는 선수들이 조금씩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강인, 정우영(23·SC 프라이부르크) 등 해외 리그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는 신예도 등장했습니다. 조규성은 2022시즌 31경기 17골로 K리그1 득점왕을 거머쥐며 토종 골잡이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들 다 파울루 벤투(52) 감독의 선택을 받아 월드컵을 누볐습니다.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2010년대를 이끈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반 태생 베테랑들이 자연스럽게 물러나도 빈자리를 채울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 태생 루키들이 자기 차례를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걸 확인한 무대가 이번 카타르 월드컵입니다. 한국 축구 새 시대를 열어갈 주춧돌이 카타르에서 세워졌습니다. 백승호의 골이 그 끝과 시작을 장식했습니다. 그래서 더 특별합니다.

pkd@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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