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참가국 중 외국인 감독은 9팀…벤투 제외 8명은 모두 조별리그 탈락
벤투 감독이 3일 오전 0시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알 라이얀(카타르)=뉴시스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파울루 벤투(53)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토너먼트에 오른 16개 팀 감독 중 유일한 외국인 사령탑이 됐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에서 2-1 승리해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조별리그 최종전을 끝으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한 팀은 총 16개국. 벤투 감독을 제외한 15개 국가의 국가대표팀 감독들은 모두 자국인이다.
자국인이 축구계 가장 큰 무대인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을 지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감독의 머릿속에 있는 승리를 위한 전술과 전략을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는 언어나 문화적 공감대 만큼이나 중요한 게 없어서다. 역대 월드컵에서 우승한 나라 중 외국인이 사령탑을 맡아 월드컵을 들어 올린 사례 또한 한 차례도 없다.
그러나 벤투 감독이 이번 월드컵 16강에 오른 나라 중 유일하게 '외국인 사령탑'으로 16강행 티켓을 따내며 그가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지난 4년 간 얼마나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노력했는지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당초 벤투 감독에게 보낸 축구팬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포르투갈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2 4강으로 이끈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2010~2014) 경력 이후 뚜렷하게 하락세를 보인 데다, 지난 4년 동안 조련한 '빌드업 축구'가 지속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2018년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브라질 크루제이루(2016), 그리스 올림피아코스(2016~2017), 중국 충칭 당다이 리판(2018) 등 클럽팀에서 지휘봉을 맡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경질됐다.
한국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에도 물음표는 떨어지지 않았다. 일부 축구팬들에게 보수적인 경기 운영, 선수 발탁에 대한 아쉬움, 소극적인 선수 교체, 고집스러운 빌드업 전술 등이 단점으로 지적되면서 경질론도 대두된 바 있다. 한국이 월드컵을 나가서 강팀을 만나도 '빌드업 축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그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맡은 4년 내내 따라다녔다.
벤투 감독이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경기 후 앤서니 테일러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레드카드를 받고 있다. /알 라이얀(카타르)=뉴시스 |
그러나 벤투 감독은 결과로 증명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비겼지만 경기를 지배하는 빌드업 축구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결과를 떠나 한국 축구가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나와 2차전은 0-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빠른 선수 교체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용병술은 물론, 경기 후 퇴장까지 불사하면서 벼랑 끝 한국 대표팀을 '원 팀'으로 만들었다. 관중석에서 지켜본 마지막 포르투갈전에서 결국 결과까지 내며 한국을 16강으로 이끌었다.
한편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중 다른 나라 팀을 이끌고 월드컵 본선에 오른 외국인 감독은 한국의 벤투(포르투갈)를 포함한 총 9명이다.
카타르의 펠릭스 산체스(스페인), 에콰도르의 구스타보 알파로(아르헨티나), 멕시코의 헤라르도 마르티노(아르헨티나), 캐나다의 존 허드먼(잉글랜드), 벨기에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르베 르나르(프랑스),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 코스타리카의 페르난도 산체스(콜롬비아)가 외국인 사령탑으로 각 팀의 월드컵을 지휘했다. 벤투 감독을 제외한 이들 8명은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