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벨링엄, 오언 이어 잉글랜드 '최연소 득점' 기록
벨링엄·사카 등 성공적 세대교체 평가
축구종가, 56년 만에 우승 노린다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이 30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웨일스를 3-0으로 격파하고 기뻐하고 있다. /알라이얀(카타르)=신화.뉴시스 |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기세가 무섭다. 이란전에서 6골을 몰아치는 화력을 보여주며 기분 좋은 신호탄을 쏜 잉글랜드는 '북중미의 강호' 미국과의 무승부에 이어 웨일스까지 3-0으로 격파하며 16강에 안착했다. 화력의 중심에는 주드 벨링엄(19·도르트문트), 부카요 사카(21·아스널) 등 2000년대생 신예들의 눈부신 활약이 있었다. 데이비드 베컴(47), 마이클 오언(43), 웨인 루니(37) 등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로도 실패했던 '56년 무관의 한'을 영건들이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잉글랜드는 30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웨일스에 3-0으로 승리했다. 잉글랜드는 2승 1무로 승점 7점을 따내며 B조 1위로 16강에 안착했다.
전반전에는 부족한 골 결정력을 보여주면서 기회를 좀처럼 만들지 못했지만, 후반전부터 웨일스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커스 래시포드(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후반 5분 프리킥을 오른발로 직접 차 넣으며 포문을 열었다. 곧바로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이자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29)의 어시스트를 필 포든(22·맨체스터시티)이 받아 왼발로 마무리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23분 래시포드가 상대 수비를 허물고 멀티골을 터뜨리면서 3골 차로 '영연방' 웨일스를 격파했다.
잉글랜드 화력의 중심에는 주드 벨링엄 등 2000년대생 스타들이 있다. 지난 21일 열린 이란과의 월드컵 B조 1차전에서 패스하는 벨링엄의 모습. /도하(카타르)=AP.뉴시스 |
◆ 오언 이어 잉글랜드 '최연소 득점'…벨링엄, 차세대 스타 '예약'
잉글랜드의 화력쇼는 조별리그 1차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21일 B조 1차전에서 이란을 만난 잉글랜드는 6-2 대승을 거뒀다. 경기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선수는 떠오르는 차세대 간판스타 벨링엄이다. 벨링엄은 전반 35분 루크 쇼(27·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벨링엄은 이 골로 월드컵 최초의 2000년대생 득점을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명실상부한 잉글랜드 대표팀 '전설' 오언을 잇는 진기록도 남겼다. 18세의 나이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한 오언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루마니아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했다. 18세 191일의 나이로 잉글랜드 월드컵 역사상 최연소 득점이다. 이어 16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18세 198일로 최연소 득점 2위를 기록했다. 슈퍼루키의 탄생이었다. 벨링엄의 이란전 득점 나이는 19세 145일로 오언의 뒤를 잇는 역대 잉글랜드 3위다.
벨링엄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이 아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다. 2022-2023 시즌 9골 3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축구 통계 매체인 트랜스퍼마크트는 벨링엄의 몸값으로 1억 유로(약 1362억원)를 책정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이자 BBC에서 축구해설가로 활동 중인 저메인 제너스(39)는 벨링엄을 두고 "스티븐 제라드(42)와 프랭크 램퍼드(44)를 합쳐놓은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잉글랜드 월드컵 역사상 최연소 멀티골의 주인공 부카요 사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사진은 지난 24일 미국과의 월드컵 B조 2차전에 출전한 사카의 모습. /알코르(카타르)=신화.뉴시스 |
◆ 아스널 '초특급 신성' 사카까지…무너진 축구종가 자존심 세울까
아스널의 신성으로 꼽히는 사카의 미래도 밝다. 사카는 이란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전반 43분 왼발로 이란의 골망을 흔든 사카는 후반 17분 추가골로 짜릿한 멀티골을 기록했다. 사카의 나이는 21세 77일로 잉글랜드 월드컵 역사상 멀티골을 기록한 최연소 선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0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승부차기 실축했던 사카는 아픔을 말끔히 씻어내고 잉글랜드 스타로 발돋움했다. 아스널 유스 출신인 사카는 2019년 EPL 무대에 데뷔했다. 주전 자리를 당당히 꿰찬 사카는 이번 시즌 리그 경기에서 20경기에 출전해 5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벨링엄과 사카 등 2000년대생 루키들은 잉글랜드의 무너진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까.
축구종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만큼 잉글랜드는 월드컵과 인연이 없었다. 우승은 1966년 자국 월드컵 단 한 번이었다. 베컴, 오언, 제라드, 램파드, 루니 등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했지만 유독 월드컵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8강에서, 2010년 남아공에서는 16강에서 무릎을 꿇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사상 처음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2016년 부임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는 유망주를 과감히 발탁하는 등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28년 만에 월드컵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유로 2020 준우승 등 황금기를 달리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이번 목표는 월드컵 우승이다. 잉글랜드는 내달 5일 오전 4시 A조 2위 세네갈과 16강전을 치른다. 축구종가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