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잉글랜드와 B조 1차전 앞서
'강경 진압' 이란 정부에 항의
이란 팬들, 경기장 곳곳서 '여성, 삶, 자유' 팻말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선수들이 21일 잉글랜드와 조별 리그 B조 1차전에 앞서 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침묵을 지켰다. /도하(카타르)=AP.뉴시스 |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충격적인 패배에도 선수들은 굳건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선수들이 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침묵을 지켰다. 이란 정부의 탄압에 맞선 히잡 시위에 연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란은 21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1차전에서 잉글랜드에 2-6으로 대패했다. 경기에 앞서 국가가 연주됐지만 이란 선수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반정부 시위에 강경 대응하는 이란 정부에 항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서는 여성 인권을 지지하는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건을 계기로 두 달 넘게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란을 월드컵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를 공개 비판한 '간판스타' 사르다르 아즈문(27·레버쿠젠)이 대표팀 선발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하는 등 이란 대표팀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이란 팬들은 정부를 규탄했다. '여성, 삶, 자유'라는 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경기장에 국가가 울려 퍼지자 야유가 들려오기도 했다. 침묵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히자 이란 국영TV는 송출을 중단했다고 영국 BBC는 보도했다.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 경기를 찾은 이란 팬들이 '여성, 삶, 자유'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도하(카타르)=AP.뉴시스 |
경기 결과는 처참했다. '수문장' 베이란반드가 동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와 부딪혀 부상으로 교체됐다. 잉글랜드는 빈틈을 놓치지 않고 전반에만 3골을 넣으며 이란을 몰아세웠다. 주드 벨링엄과 부카요 사카 등 잉글랜드 신예들의 활약에 6실점의 굴욕을 떠안았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에게 최상의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다. 경기 준비에 집중할 수 없었다"며 "잉글랜드를 상대로 싸운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