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르카 공격수 이강인이 23일 '친정팀'인 발렌시아전에서 2-1 역전 결승골을 넣은 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마요르카 홈페이지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친정팀을 상대로한 역전 결승골, 그는 차마 좋아할 수 없었다.

'슛돌이' 이강인(21·마요르카)이 자신을 유소년 때부터 키워줬던 친정팀 발렌시아에 비수를 꽂는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뒤 차마 기뻐할 수 없어 두 손을 모아 미안하다는 골 세리머니로 착잡한 마음을 표현했다. 프로선수로서 최선을 다한 플레이로 골을 넣은 뒤 친정팀 선수와 팬들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은 세리머니로 인성을 드러냈다. 동료들도 이강인의 마음을 안다는 듯 가볍게 격려하는 것으로 천금 같은 역전골을 자축했다.

'친정팀' 발렌시아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넣은 뒤 발렌시아팬들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하고 있는 이강인./SPOTV 캡처

스페인 프로축구 마요르카의 공격수 이강인은 23일 오전(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탈라에서 열린 발렌시아와 2022~23 프리메라리가 1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38분 다니 로드리게스의 어시스트를 받아 골 마우스 왼쪽에서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왼발 역전 결승골을 만들어 2-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8월 28일 라요 바예카노와 프라리가 3라운드 원정경기(마요르카 2-0 승)에서 추가 골로 시즌 1호골을 기록한 이강인은 8경기 만에 리그 2호 골을 터뜨리며 시즌 2골 3도움의 공격포인트를 쌓았다.

'슛돌이' 이강인은 자신을 10년 동안 키워준 발렌시아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뒤 '미안하다'는 제스처의 골세리머니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마요르카 홈페이지

올시즌 자신의 리그 2호골을 역전 결승골로 장식한 이강인은 소속팀 마요르카의 최근 2연패 및 4경기 연속 무승에 종지부를 찍어 더 가치를 빛냈다. 마요르카는 지난달 17일 알메리아전 1-0 승리 이후 한 달여 동안 2연패 및 최근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에 시달렸으나 이강인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3승 3무 5패(승점 12)로 12위를 기록했다. 최근 리그에서 5경기 연속 무패(2승 3무)를 달리던 발렌시아는 의외로 이강인에게 일격을 당해 4승 3무 4패(승점 15)로 9위에 머물렀다.

이날 이강인은 장신의 베다트 무리치와 함께 5-3-2전형의 투톱으로 나서 경기 초반부터 활발한 경기력을 보였다. 지난 20일 레알 소시에다드와 리가 10라운드에서 개막 후 처음으로 교체 명단에 포함됐던 이강인은 다시 선발 라인업에 복귀한 친정팀 발렌시아전에서 날카로운 크로스와 정확한 슛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2개의 슛이 모두 유효슛으로 기록됐으며 이 가운데 하나는 골로 연결됐다. 이날 경기의 3골 가운데 필드골은 이강인 골이 유일했다.

올시즌 라 리가에서 2골 3도움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 이강인은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끄는 벤투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해 지난 9월 대표팀에 소집되고도 1분도 출장하지 못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엔트리 26명에 포함될지가 관심사다. /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마요르카는 후반 7분 에딘손 카바니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허용한 14분 뒤인 후반 21분 역시 무리치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1-1 균형을 맞췄다. 전반적으로 홈팀 발렌시아가 볼점유율에서 55-45%로 우세한 가운데 이강인의 황금 왼발이 빛을 발했다. 후반 38분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볼을 잡은 이강인은 두 명의 수비수를 차례로 흔들며 사각이나 다름 없는 위치에서 비수 같은 왼발 슛을 골망에 꽂아넣어 발렌시아 선수들과 팬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친정팀을 상대로 역전 결승골을 넣은 이강인은 화려한 골 세리머니 대신 두 손을 모아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제스처로 기쁨을 대신했다. 유소년 시절부터 여러 해 동안 자신을 키워준 발렌시아에 대한 예의를 보인 것이다. 10살 때 스페인 유학길에 올라 발렌시아 유스팀에 합류한 이강인은 나이에 맞게 연령별 팀에서 활약한 뒤 1군 데뷔전도 발렌시아에서 치렀다. 2017~18, 2018~19시즌을 세군다 디비시온 B의 발렌시아 CF 메스타야에서 활약하며 26경기에 나섰으며 2018~19시즌부터 2020~21시즌까지 3시즌 동안 1군에서 63경기에서 3골 4도움을 기록했다.

2021년 8월 마요르카와 4년 계약하기 전까지 10년을 동행했던 팀이어서 이강인의 이날 역전 결승골은 의미가 남달랐다. 경기가 끝난 뒤 축구 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강인에게 무리치와 같은 7.7점의 평점을 매겼다. 이강인은 이날 프리메라리가가 선정하는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됐다.

지난 2007년 KBS 2TV에서 방영한 '날아라 슛돌이 3기' 출신으로 당시 유상철 감독의 찬탄을 금치 못 하게 하는 축구 재능을 보였으며 2019년 아시아 선수 최초의 국제축구연맹( FIFA) U-20 월드컵 결승전 득점을 기록했다. 당시 준우승을 한 선수로 골든볼을 수상하기도한 이강인은 한국 축구의 미래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강인의 발탁에 회의적 반응을 보여 오는 11월 카타르 월드컵 최종 엔트리 26명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벤투 감독은 지난 9월 이강인을 소집하도고 2차례 평가전에 단 1분도 기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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