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해트트릭' 손흥민의 강렬한 13분, 토트넘 새역사로 가치 입증
입력: 2022.09.18 09:25 / 수정: 2022.09.18 17:04

18일 EPL 7라운드 레스터전 후반 14분 교체 투입, 13분 동안 3골 '작렬'...6-2 승리 MOTM

손흥민보다 더 해트트릭을 기뻐하는 절친 호이비에르(왼족). 18일 레스터 시티전에서 후반 교체멤버로 3골을 몰아치며 토트넘의 6-2 승리를 이끈 손흥민이 손가락 세 개를 펴보이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토트넘 홈페이지
손흥민보다 더 해트트릭을 기뻐하는 '절친' 호이비에르(왼족). 18일 레스터 시티전에서 후반 교체멤버로 3골을 몰아치며 토트넘의 6-2 승리를 이끈 손흥민이 손가락 세 개를 펴보이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토트넘 홈페이지

극심한 골가뭄을 털어낸 손흥민을 축하하는 해리 케인(오른쪽). 손흥민은 골을 넣고도 시종 담담한 표정을 보였다./런던=AP.뉴시스
극심한 '골가뭄'을 털어낸 손흥민을 축하하는 해리 케인(오른쪽). 손흥민은 골을 넣고도 시종 담담한 표정을 보였다./런던=AP.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이전까지는 없었다. 앞으로도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교체 투입된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화제를 독점했다. 더구나 후반 13분 동안 3골을 몰아치면서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오랫동안 침묵한 만큼 골 소식은 더 강렬했다. 벤치의 감독도, 함께 뛴 선수들도, 관중석의 팬들도, 심지어 그동안 시비를 걸던 영국 매체들까지 환호했다. 하지만 그는 활짝 웃지 않았다. 오히려 무표정에 가까운 골 세리머니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렸다. 그는 골로 말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수 손흥민(30)이 오랜 ‘골 침묵’을 깨고 후반 교체투입 뒤 13분 동안 3골을 몰아치는 해트트릭으로 지난 시즌 득점왕의 존재감을 실력으로 드러냈다. 손흥민의 '교체 해트트릭'은 시즌 개막 후 8경기 동안 무득점에 시달리다가 9경기 만에 선발에서도 제외되는 수모를 겪은 끝에 토트넘 역사상 처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0년 사상 7번째 드라마틱한 '교체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더 화제를 낳았다.

EPL 사무국이 팬투표로 선정하는 맨오브더매치에서 압도적 1위로 시즌 첫 수상의 영예를 안은 손흥민./EPL
EPL 사무국이 팬투표로 선정하는 '맨오브더매치'에서 압도적 1위로 시즌 첫 수상의 영예를 안은 손흥민./EPL

토트넘의 윙포워드 손흥민은 18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 시티와 EPL 8라운드(7라운드는 여왕 서거로 연기됨) 홈경기에서 시즌 개막 후 처음 벤치에서 출발한 뒤 3-2로 앞서던 후반 14분 히샬리송과 교체 투입돼 3골을 작렬함으로써 6-2 대승을 견인했다. EPL 6경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2경기에서 모두 골을 기록하지 못해 심적 압박을 받던 손흥민은 교체투입된 지 14분 만인 후반 28분 오른발 중거리 감아차기 슛으로 고대하던 시즌 첫 득점에 성공했다.

벤치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스태프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타냈고 선수들 모두 뛰어와 손흥민을 껴안으며 축하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웃지 않았다. 시즌 마수걸이골을 기록한 뒤에는 한동암 정지 상태로 그라운드에 서있었다. 그동안의 고통과 압박을 털어낼 법도 한데 그는 무표정으로 동료들의 축하를 받은 뒤 골을 넣었는가 싶을 정도의 담담한 '찰칵 세리머니'를 올시즌 처음 펼쳐보였다.

후반 28분 오른발 감아차기로 지독한 골가뭄을 해소한 손흥민이 시즌 1호골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런던=AP.뉴시스
후반 28분 오른발 감아차기로 지독한 '골가뭄'을 해소한 손흥민이 시즌 1호골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런던=AP.뉴시스

손흥민은 후반 39분 '영혼의 파트너' 해리 케인의 패스를 받아 왼발 감아차기로 두 번째 골, 후반 41분 동료 미드필더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에게서 넘겨받은 패스를 오른발 슛으로 때려 세 번째 골을 넣었다. 시즌 1호골을 넣은 뒤 3호골까지 걸린 시간은 13분에 불과했다. 세 골을 넣으면서도 손가락 3개를 펼쳐보였을 뿐, 격력한 세리머니는 없었다. 특히 손흥민의 1,2호골은 모두 득점 확률이 희박한 상황에서 전매특허인 오른발 왼발의 20여m의 감아차기 중거리 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왕의 귀환'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손흥민의 교체 해트트릭을 축하하는 동료 선수들./런던=AP.뉴시스
손흥민의 교체 해트트릭을 축하하는 동료 선수들./런던=AP.뉴시스

마지막 득점을 놓고 부심은 오프사이드로 판정했지만, 비디오판독(VAR)을 통해 온사이드로 바로잡히며 토트넘 구단 사상 처음이며 EPL 사상 7번째 '교체 해트트릭'이 완성됐다. 1888년 세계 최초의 프로축구리그(The Football League, 프리미어리그의 전신)를 탄생시킨 잉글랜드 프로축구는 1992~93시즌부터 현재의 20개팀 프리미어리그(Premier League)로 재편됐으며 지금까지 EPL에서 교체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은 6차례 있었다고 스카이스포츠가 보도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5년 9월 에버턴 소속이던 스티븐 네이스미스가 첼시를 상대로 교체 투입돼 3골을 넣었으며 7년 만에 손흥민이 7번째로 기록했다.

토토넘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내 축구 인생에서 교체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놀라워하며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손흥민의 개인 통산 프리미어리그 해트트릭은 세 번째다. 2020년 9월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4골을 넣으며 1호를 기록했고 지난 시즌인 올해 4월 애스턴 빌라를 상대로 뽑아낸 3골에 이어 이날 다시 '교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EPL 역사를 새로 써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까지 대회 범위를 넗히면 2017년 3월 밀월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적이 있어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통산 기록으로는 4번째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손흥민의 해트트릭 소식을 톱으로 보도하고 있는 영국 BBC 방송./BBC
손흥민의 해트트릭 소식을 톱으로 보도하고 있는 영국 BBC 방송./BBC

이날 손흥민은 '소울 메이트' 해리 케인의 도움을 받아 두 번째 골을 기록하면서 EPL 사상 최다 합작골 기록도 42골로 늘렸다. 지난 시즌 득점왕이 개막 후 8경기에서 침묵을 지키다가 9경기 만에 교체멤버로 3골을 폭발시킨 손흥민의 반전드라마는 당연히 영국 매체의 평가는 물론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팬투표에서도 최고의 평점으로 반영됐다. 경기 후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팬 투표에서 손흥민은 75.8%의 지지를 받아 올 시즌 처음 경기 MVP인 맨 오브 더 매치(MOM)로 선정됐다. 1골 1도움을 기록한 해리 케인이 17%로 2위에 올랐다.

유럽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양팀 통틀어 가장 높은 9.32 평점을 부여했으며 영국 BBC와 스카스포츠 역시 손흥민의 활약을 최고로 평가하며 올 시즌 울버햄튼과 웨스트햄이 기록한 팀 득점과 같은 3골을 교체 멤버로 혼자 기록한 내용을 톱 뉴스로 다뤘다.

손흠민의 해트트릭을 누구보다 기뻐한 토트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레스터전 지휘 장면./런던=AP.뉴시스
손흠민의 해트트릭을 누구보다 기뻐한 토트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레스터전 지휘 장면./런던=AP.뉴시스

손흥민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시즌 초반 힘든 시기를 보냈다. 솔직하게 말해 좌절하기도 했다"며 그동안 심적 고통을 설명한 뒤 "팀이 잘하는데 개인적으로 기쁘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오늘 매우 좋은 승리를 거뒀고, 실망감도 사라졌다. 올 시즌에 운도 약간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했다. 항상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점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대활약에 힘입어 EPL 5승 2무 승점 17로 무패행진을 펼치며 맨체스터 시티와 선두 경쟁을 이어갔다. '괴물' 엘링 홀란드가 7경기 만에 시즌 11호골을 터뜨린 맨체스터 시티는 토트넘과 함께 5승 2무로 역시 무패행진을 벌이며 골득실차에서 앞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손흥민은 오는 11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마련된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브레이크를 이용해 귀국, 오는 23일 코스타리카, 27일 카메룬을 상대로 평가전에 나선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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