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아름다운 청년' 손흥민, 대기록 가치 높인 '기도 세리머니'
입력: 2019.11.07 10:44 / 수정: 2019.11.07 12:04
손흥민이 7일 세르비아의 즈베즈다와 UCL B조 4차전에서 2골을 넣어 유럽프로축구 한국인 최다골 기록을 경신한 뒤 원정 응원에 나선 토트넘 팬들에게 웃음을 자제하며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베오그라드(세르비아)=AP.뉴시스
손흥민이 7일 세르비아의 즈베즈다와 UCL B조 4차전에서 2골을 넣어 유럽프로축구 한국인 최다골 기록을 경신한 뒤 원정 응원에 나선 토트넘 팬들에게 웃음을 자제하며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베오그라드(세르비아)=AP.뉴시스

7일 토트넘-즈베즈다전서 개인 통산 122,123호골 기록한 뒤 고메스 쾌유 기원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손흥민이 첫골을 터뜨린 뒤 카메라를 향해 ‘미안하다’는 입모양을 보여줬다. 기도하는 동작도 취했다. 고메스를 향한 메시지로 보였다."(영국 일간지 데일리미러)

"손흥민은 두 번째 골을 넣고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안드레 고메스의 부상이 끔찍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손흥민은 골을 즐길 자격이 충분했음에도 자제했다."(영국 공영방송 BBC)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27)의 진심 어린 마음이 대기록의 가치를 더 높였다. 영국 언론들도 2골을 넣은 손흥민의 이색적이고도 겸손하면서 스포츠맨십을 잃지 않은 '기도 세리머니'에 특별히 주목했다.

손흥민은 7일 오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라이코 미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B조 4차전에 토트넘 공격수로 선발 출장해 후반에만 두 골을 넣었다. 토트넘이 1-0으로 앞선 후반 12분 첫골을 터뜨린데 이어 4분 뒤 한 골을 추가하며 멀티골을 기록했다.

즈베즈다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하고도 재활 치료 중인 에버튼의 안드레 고메스를 생각해 담담하게 세리머니를 펼치는 손흥민./베오그라드=AP.뉴시스
즈베즈다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하고도 재활 치료 중인 에버튼의 안드레 고메스를 생각해 담담하게 세리머니를 펼치는 손흥민./베오그라드=AP.뉴시스

B조 탈락 위기에 몰렸던 토트넘에 천금 같은 골이자 손흥민 개인으로서도 감격적인 골이었다. 올 시즌 6,7호골이자 유럽 무대에서 10년 동안 기록한 개인 통산 122번째와 123번째 골로 유럽프로축구 한국인 최다골 기록을 세우는 역사적 골이었다. 지금까지 유럽 프로축구에서 한국인 최다골은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할 당시 세운 121골이었으나 손흥민에 의해 새역사가 쓰여졌다.

그러나 손흥민은 웃지 않았다. 한국 축구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우고도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후반 12분 첫골을 기록한 뒤 담담하게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던 그는 TV 중계 카메라를 발견하고는 두 손을 모은 뒤 머리를 숙이며 기도하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지난 4일 자신의 태클로 부상을 당한 에버튼 미드필더 안드레 고메스의 쾌유를 비는 동작으로 보였다.

두 번째 골을 기록한 뒤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경기 후 BT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팬, 동료들에게 받은 지지로 내가 행운의 사람이란 걸 느끼게 됐다. 그 사고와 관련해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팀에 집중해야 했고 나를 지지해준 팬들에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고 생각했다"라고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털어놓았다.

훌륭한 스포츠맨십을 가진 선수는 공정하게 경기에 임하고, 비정상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불의한 일을 행하지 않으며, 항상 상대편을 향해 예의를 지키는 것은 물론 승패를 떠나 결과에 승복한다. 손흥민은 바로 스포츠맨들이 지녀야 하는 바람직한 정신자세를 그라운드에서 보여줬다. 기량은 뛰어나지만 팬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차버리고 아무런 사과도 없이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해외 유명 스타와는 질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양 팀 선수 중 최고 평점인 9.0점을 매겼다. 한국 팬들의 자부심을 생각하면 9점도 부족하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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