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박항서 매직', 베트남 축구 신화를 썼다
입력: 2018.12.15 23:21 / 수정: 2018.12.15 23:21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15일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2018스즈키컵 우승을 차지하며 쌀딩크 신화를 완성했다./AP.뉴시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15일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2018스즈키컵 우승을 차지하며 '쌀딩크 신화'를 완성했다./AP.뉴시스

[더팩트 | 하노이=정도현 기자·최영규 기자] '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의 신화를 썼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기적에 가까운 행보로 열풍을 일으키더니 마침내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 정상에 올라 '쌀딩크(쌀+히딩크)' 신화를 완성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15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4만여 관중이 만원을 이룬 가운데 펼쳐진 말레이시아와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 1,2차전 합계 3-2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2008년 우승 이후 10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베트남은 경기장 밖에서도 거리응원의 열기를 이어가며 축제의 밤을 흥겹게 보냈다.

2008년 우승 이후 10년 만에 베트남의 스즈키컵 우승을 이끈 박항서 감독./AP.뉴시스
2008년 우승 이후 10년 만에 베트남의 스즈키컵 우승을 이끈 박항서 감독./AP.뉴시스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벌어진 결승 1차전에서 2-0으로 앞서가다 2-2 무승부를 기록한 베트남은 홈으로 장소를 옮겨 펼쳐진 2차전에서 4만여 관중의 일방적 응원을 등에 업고 전반 6분 응우옌 아인득의 왼발 발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주도권을 장악했다. 몇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골키퍼의 슈퍼세이브로 실점을 막으며 우승의 축포를 쏘아올렸다.

스즈키컵 우승을 이끈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은 축구를 통해 베트남 국민들에게 일체감을 선물함과 동시에 자존감을 드높여주며 역대 유례없는 한국과의 친선 우호관계를 증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동남아시아에서도 태국 싱가포르 등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던 베트남 축구를 열정적 지도력과 헌신의 리더십으로 놀랍도록 변모시키며 신드롬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올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마침내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 우승을 차지하며 신화 첫해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할 때만 해도 베트남 축구계는 '탈동남아 성적'을 기대하지 않았다. 대신 동남아 국가들의 자존심 경쟁장인 스즈키컵에서의 우승을 희망했다.

하지만 박항서 지도력은 베트남 축구계의 기대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취임 직후 팀을 추스린 박 감독은 올해 초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해 기적 같은 경기력으로 결승에 올랐지만 아쉽게 우즈베키스탄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베트남 국민들은 열광했고, 당시 결승 진출에 실패한 한국팬들 역시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의 우승을 응원하기도 했다. 본선 진출이 최고 성적이던 베트남의 준우승은 새역사였다.

박항서호는 지난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16강이 최고 성적이던 베트남을 4강에 처음 올려놓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비록 준결승전에서 한국에 패해 3~4위전으로 밀리고, 3~4위전서 패해 4강에 머물렀지만 베트남 축구 사상 첫 아시안게임 4강 성적이었다.

스즈키컵 우승은 대회마다 넘어서지 못했던 정상의 문턱을 넘어 우뚝 섰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박 감독 역시 이를 의식해 이번에는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베트남 국가 수반부터 국민에 이르기까지 "바캉세오(박항서의 베트남 발음)"를 외치며 우승을 염원한 것을 결국 이룸으로써 '박항서 신드롬'의 정점을 찍었다.

박 감독은 경기 때마다 주전이든 후보든 간에 대표팀에서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선수를 기용한다는 원칙을 몸소 실행해왔다. 자신의 선수 기용이 뛰어난 용병술로 불리는 이면에는 이와 같은 원칙이 작용했다. 결승 1,2차전에서는 교체멤버를 과감하게 선발로 내세워 골을 끌어내는 지도력을 보였다.

베트남 현지 한국교민들은 “지금만큼 한국과 베트남 관계가 좋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결승 2차전에 앞서 경기장에서 태극기 나눠주기 자원봉사에 참가하기도 했다. 한국의 SBS는 사상 처음 주말드라마를 결방하고 베트남 축구를 생중계하는 파격 편성으로 베트남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the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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