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일전, 27일 펼쳐진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7일(한국시간) 오후 11시 독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대한축구협회(KFA) 제공 /더팩트 DB

'악재' 겹치는 독일… 한국에겐 '행운'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한국, 독일 넘고 16강 가자!'

피파(국제축구연맹) 랭킹 세계 1위 전차군단. 듣기만 해도 압도되는 한국의 상대 독일의 타이틀이다. 그러나 최근 독일은 그야말로 '만신창이'다. 여기저기서 생겨나는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고민에 빠져 있다.

한국-독일전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11시 카잔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을 치른다. 결과에 따라서 누군가에겐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기에 한 발도 양보할 수 없는 '혈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시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선 같은 조 멕시코-스웨덴이 맞붙는다. 현재 F조 순위는 멕시코가 2승(승점6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독일과 스웨덴이 1승1패(승점3점)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한국은 2패(승점0점)로 최하위다.

F조에선 아직 16강 진출이 확정된 팀이 없다. 1위 멕시코도 자칫하면 미끄러질 수 있다. 만일 3차전에서 스웨덴에 패하고, 독일이 한국을 이긴다면 16강에 못 가게 될 수도 있다. 스웨덴과 독일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무(無)승' 한국도 16강행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러나 자력으론 불가능 하다.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겨 승점 3에 묶어줘야 하며, 독일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 독일, 스웨덴이 1승 2패(승점3점)로 같아진다. 그때부턴 골 득실과 다득점 등을 기준으로 16강행을 결정짓는다. 큰 격차를 내서 승리하는 게 더 좋다. 이미 16강 진출국이 정해진 조도 있지만 F조는 3차전까지 '대(大)혼전'상황이다. 그 누구도 마지막까지 물러설 수도 방심할 수도 없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한국의 마지막 상대가 너무 강하다. 직전 대회였던 2014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이다. 그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역시 우승 후보로 가장 먼저 언급돼 왔다. 객관적 전력으로 봤을 때 독일의 승리를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최근 독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경기력만 봐도 알 수 있다. 독일은 1차전이었던 멕시코와 경기에서 0-1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도무지 세계 1위 독일의 경기력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했다. 2차전 스웨덴전도 마찬가지였다. 선제골을 스웨덴에게 내줬고 90분 동안 승기를 잡지 못하다가 후반전 추가시간 종료 20초 전 터진 골로 겨우 역전승을 거뒀다.

독일은 최근 부상, 퇴장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사진은 훈련 중인 골키퍼 조현우. /대한축구협회 제공

독일의 이러한 경기력에는 부상, 팀 내 분위기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핵심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에 팀 전체가 삐걱거린다. 스웨덴전엔 마츠 훔멜스가 경추 부상으로 결장했다. 또 세바스티안 루디는 스웨덴전 전반전에 코뼈 골절로 교체됐다. 이들은 한국전 출전도 불분명하다. 게다가 제롬 보아텡은 스웨덴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받았다. 독일의 조급함을 보여준다. 그는 한국전 출전이 아예 불가능해졌다.

거기에 월드컵 전부터 논란이 돼 왔던 메수트 외질과 일카이 귄도간에 대한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터키 이민자 출신인 외질과 귄도간은 지난달 레세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독일과 터키가 외교적으로 사이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귄도간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나의 대통령에게 존경심을 담아서"라는 문구를 적은 유니폼을 선물했다. 월드컵 직전 일부 팬들은 두 선수의 대표 자격 박탈까지 요구했으나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결국 두 선수를 선발하게 됐고 월드컵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논란의 여파 때문인지 1차전이었던 멕시코와 경기에 출전했던 외질은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스웨덴전에서 결장했다. 독일의 주축이었던 외질의 부진과 둘러싼 논란은 독일 팀 분위기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듯 겹치는 상황들이 독일엔 '악재'이지만 한국에겐 '행운'과 같다.

지난 2004년 한국은 독일과 평가전에서 3-1로 승리했다. 당시 한국엔 박지성, 설기현 등 쟁쟁한 해외파가 있었지만 친선경기였기에 차출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국내파였다. 독일은 최정예 멤버를 대동했다. 당시 최고 스타플레이어였던 올리버 칸, 미하엘 발락, 미로슬라프 클라제 등이 출전했다. 그 당시도 객관적 전력 면에선 독일이 '압도적'으로 우세했으나 한국은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며 보란 듯이 독일을 3-1로 꺾었다.

이번 경기도 마찬가지다. 객관적 전력에서 밀리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지라도 대표팀의 '투혼'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경기다. 게다가 독일 대표팀의 환경적 요인까지 우릴 돕는다. 현재 독일은 결코 한국이 못 넘을 산이 아니다.

lws2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