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유로파리그에 등장한 욱일기? 무지는 자랑이 아니다!
입력: 2018.05.10 05:00 / 수정: 2018.05.10 05:00
4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로파리그 4강 2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아스널 경기에서 욱일기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경덕 교수 제공
4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로파리그 4강 2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아스널 경기에서 욱일기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경덕 교수 제공

서경덕 교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항의, 교육 중요하다"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욱일기, 네가 왜 거기서 나와!'

4일(한국시간) 전 세계 축구 팬의 시선이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4강 2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마드리드)와 아스널 경기로 향했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유로파리그 결승 진출 팀이 결정되는 만큼 양 팀은 배수의 진을 치고 총력전을 펼쳤다. 결과는 1-0 AT마드리드의 승리. 1,2차전 합계 2-1로 앞선 AT마드리가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1996년부터 아스널을 이끌었던 아르센 벵거 감독은 이 경기를 끝으로 더 이상 아스널을 대표해 클럽대항전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경기 내적으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든 승부였지만, 외적으로 보면 AT마드리드의 무지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기 중 대형 욱일기가 펄럭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고, 이 모습은 전파를 타고 전 세계 안방으로 전달됐다. AT마드리드 팬들이 특별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욱일기를 응원에 활용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4강 2차전에서 AT마드리드는 전통의 빨간색과 흰색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욱일기와 같은 색상에 디자인 패턴이 비슷하다. 또한 이날 클럽대항전 이외에도 AT마드리드 팬들은 리그 경기에서도 욱일기를 응원에 동원해왔다.

AT마드리드 팬들이 욱일기를 응원에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스카이스포츠 화면 캡처
AT마드리드 팬들이 욱일기를 응원에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스카이스포츠 화면 캡처

이쯤 되면 욱일기가 펄럭인 이유는 어떤 의도보다는 무지에서 비롯된 해프닝에 가깝다. 하지만 무지에서 비롯됐다 해서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속담이 있다. 서양에도 똑같은 말이 있다.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한다. 미국 코넬 대학교의 더닝과 크루거가 제안한 이론으로 찰스 다윈의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갖게 한다"는 게 요지다. 즉, 능력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만,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는 무지를 설명한 말이다. AT마드리드가 '더닝-크루거 효과' 빠진 셈이다.

문제는 AT마드리드를 비롯해 많은 서양인들이 욱일기와 흔히 '나치기'로 불리는 하켄크로이츠가 같은 의미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무지는 죄가 아니다. 하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려 하는 건 죄다. 그 만큼 무지를 깨우치는 교육이 중요하다.

종합격투기 UFC 무대에서 활약하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과 캐나다 출신 웰터급 파이터 조르주 생피에르의 일화는 중요한 시사점이다. 2013년 생피에르는 닉 디아즈와 UFC 158 메인이벤트에서 욱일기가 새겨진 도복을 입고 케이지에 등장했다. 정찬성은 생피에르에게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는지 해명을 요구했다. 정찬성은 장문의 편지에서 일본이 군국주의라는 이름으로 수 많은 만행을 저질렀고, 과거 일제 강점 아래 식민 통치를 겪은 대한민국은 욱일기를 입은 생피에르가 반갑지 않다고 강조했다. 결국 생피에르는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 절대 그런 의도는 아니었으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후 생피에르를 후원하고 옷을 제작했던 하야부사(Hayabusa) 역시 욱일기가 들어간 용품을 제작하거나 지원하지 않았다.

욱일기(왼쪽)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의미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게시물이 주목 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욱일기(왼쪽)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의미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게시물이 주목 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생피에르의 무지를 일깨운 정찬성의 카운터 펀치는 통했다. 욱일기의 의미를 알리는 교육이 필수적인 이유다. 구체적인 움직임도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8일 "AT마드리드의 유니폼이 욱일기와 비슷한 빨간 줄무늬 디자인이라고는 하지만 팬들이 욱일기를 직접 들고 응원하는 건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 교수는 "스페인 자국리그에서 사용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지만 전 세계 축구팬들이 TV로 지켜보는 유로파리그에서 욱일기 응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라 생각해 구단 측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AT마드리드 회장 및 구단주, 구단 공식 메일계정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그리고 팬클럽에 욱일기는 나치기와 같은 의미라 설명하고, 욱일기 응원을 제재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 교수는 "이런 일이 벌어질 때 우리가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욱일기 사용이 왜 잘못됐는지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며 "사실 외국인들이 잘 몰라서 사용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전했다.

AT마드리드는 17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에 있는 파르크 올랭피크 리오네에서 마르세유(프랑스)와 유로파리그 왕좌를 두고 격돌한다. 이 경기에 또다시 욱일기가 등장할지 지켜 볼 일이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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