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황선홍 FC서울 감독의 쓸쓸한 중도 퇴진, '떠날 때는 말 없이'
입력: 2018.05.01 10:04 / 수정: 2018.05.01 16:14

황선홍 FC서울 감독이 지난달 29일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 퇴진, 많은 축구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더팩트DB
황선홍 FC서울 감독이 지난달 29일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 퇴진, 많은 축구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더팩트DB

[더팩트|박대웅 기자] 결국 성적 부담을 이기지 못 하고 지휘봉을 자진 반납했다. FC서울 황선홍(50) 감독이 지난달 29일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구단 측이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2016년 6월 중국으로 떠난 최용수 전 감독을 대신해 FC서울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은 계약기간 2년 6개월을 다 채우지 못 하고 시즌 도중에 퇴진의 고배를 마셨다.

선수로서는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각광을 받았던 '황새' 황선홍의 씁쓸한 퇴장은 많은 축구팬들의 가슴에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선수로서도 부상의 불운과 싸우며 힘겨운 시절을 보내다가 2002년 월드컵에서 비로소 꽃을 피우더니 지도자로서도 가시밭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황 감독이 구단에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달 29일 늦은 밤이었다. 구단은 이튿날 오전 황 감독과 만나 얘기를 나눴지만, 황 감독은 '너무 힘들다. 팀을 위해서는 떠나는 것이 맞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 구단 고위 관계자는 "황 감독의 사임 의사를 만류했다. 그렇지만 너무 힘들다고 해서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구단도 더 이상 만류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황 감독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4월 30일에는 예정된 모든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사퇴가 확정된 상태였지만, 선수들은 황 감독과의 이별을 눈치채지 못했다. 선수들은 기사를 보고서야 황 감독의 사퇴를 안 것으로 전해진다. 구단 관계자는 "황 감독께서 훈련을 마치고 짐을 싸서 떠났다. 선수들과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고 전했다.

FC서울은 올 시즌 개막 10경기에서 2승4무4패(승점 10)를 기록, 9위에 머물러 있었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FC서울'의 이름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었다. 최근에는 황 감독과 에이스 박주영이 그라운드 밖에서 충돌하기도 했다. 박주영은 자신의 SNS에 황 감독의 지난 2년을 비판하는 뉘앙스의 글을 남겼다.

부진한 성적에 리더십 의문까지. 벼랑 끝 상황에서 황 감독은 고비를 넘지 못했다. 서울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친 상주와의 리그 10라운드 홈경기에서 0-0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팬들은 "정신차려, 서울!"을 넘어 "황새아웃!"을 외쳤다

황선홍 감독은 2002년 월드컵을 마친 뒤 은퇴, 2003년 전남 드래곤즈 2군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1군에 합류, 허정무 감독과 2006년 FA컵 우승을 이끌어냈다. 당시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며 지도자로서의 길을 걸었다. 2008년에는 드디어 프로 지휘봉을 잡았다. 부산 아이파크 사령탑을 맡게 됐다.

하지만 프로 무대의 벽은 높았다. 부산 부임 첫해 황선홍 감독은 스타인 안정환(리그 27경기 6골 3도움)을 영입해 부산 축구의 부흥을 일으키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과는 14팀 중 12위. 2009년에도 12위(총 15팀)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나 2010년 들어 본격적인 색을 내기 시작했고, 8위의 성적을 냈다. FA컵에서 결승에 진출했다. 아쉽게 수원 삼성에 패하며 고배를 마셨으나 ‘지도자 황선홍’으로 호평을 받았다.

황선홍의 부산 3년은 그를 더 성장하게 만들었다. 2011년에는 ‘친정’ 포항을 이끌게 됐다. 기존 선수들 위주로 리그 3위 성적을 냈다. 이미 2012년을 위한 밑그림은 완성돼있었다. FA컵 정상에 올랐다. ‘토종 축구’로 2013년 전인미답 ‘더블(리그+FA컵 동시 제패)’을 달성했다. 2014년 리그를 4위로 마쳤다. 4년간 3개의 우승 트로피, 3연속 신인상(이명주-고무열-김승대 영플레이어상) 배출까지. K리그와 포항의 새 역사를 썼다.

황선홍 감독은 2016년 6월 중국슈퍼리그 장쑤 쑤닝으로 간 최용수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가 서울을 택한 이유는 아시아를 제패하기 위해서였다. 포항 시절 2012, 2013년 2연속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4년에는 공교롭게 8강에서 서울에 덜미를 잡혔다. ACL 정상 꿈을 이루기 위해. 스쿼드, 재정, 수도팀이라는 메리트가 있어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첫 시즌 곧바로 우승을 차지하며 포항에 이어 서울에서도 황새 신화를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5위로 시즌을 마쳤고, ACL 진출권 획득에 실패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황선홍 감독은 대대적으로 리빌딩(데얀, 오스마르, 윤일록, 김치우 등 핵심 선수 이적)을 했지만 결국 성적 부진과 선수와의 갈등 등으로 자신의 포부를 제대로 펼치지 못 하고 꿈을 접었다. 후임에는 이을용 코치가 우선 감독대행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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