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손흥민 골, '아웃프런트 대포알' 치명적인 매력(영상)
입력: 2018.01.05 15:04 / 수정: 2018.01.05 15:04

손흥민 골, 토트넘 살렸다! 손흥민(왼쪽에서 세 번째)이 환상적인 대포알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토트넘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손흥민이 슈팅하는 장면. /런던=게티이미지
손흥민 골, 토트넘 살렸다! 손흥민(왼쪽에서 세 번째)이 환상적인 대포알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토트넘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손흥민이 슈팅하는 장면. /런던=게티이미지

손흥민 골! 토트넘 1-1 웨스트햄

[더팩트 | 심재희 기자] 상대 골문으로부터 25m 이상 떨어진 거리. 오른발 중앙과 바깥쪽에 제대로 걸린 공이 묵직하게 골문으로 날아갔다. 골키퍼가 몸을 날리자 왼쪽으로 향하던 공은 역회전이 걸리며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듯 도망갔다. 속수무책. 공중에 뜬 골키퍼는 공이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을 느끼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웃프런트 대포알 슈팅.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26)이 시즌 10호골(리그 7골,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3골)을 그림 같은 작품으로 완성했다.

손흥민이 5일(이하 한국 시각) 잉글랜드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7-20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홈 경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에서 시즌 10호골을 작렬했다. 토트넘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39분 동점골을 터뜨리며 해결사 구실을 톡톡히 했다. 에릭 라멜라의 패스를 받아 27~28m 중거리 대포알 골을 성공하며 날아올랐다. 2018년 새해 축포를 시원하게 만들어냈고, 최근 9경기 6골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토트넘은 손흥민 골로 1-1로 비기며 5위(승점 41)를 지켰다.

축구팬들이 가끔 찾는 '주모'를 절로 부르게 하는 환상적인 득점이었다. 12분 전 웨스트햄의 페드로 오비앙이 만들어낸 대포알 골을 뛰어넘는 엄청난 한방이다. 오비앙이 강력한 인스텝킥으로 토트넘의 골문을 뚫었다면, 손흥민은 강력하면서도 정교한 아웃프런트킥으로 웨스트햄 골망을 갈랐다. 장군멍군. 손흥민이 홈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할 뻔한 토트넘을 살렸다.

손흥민 골 뒤풀이! 손흥민이 5일 웨스트햄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손흥민 골을 등에 입고 토트넘은 웨스트햄과 1-1로 비겼다. /런던=게티이미지
손흥민 '골 뒤풀이!' 손흥민이 5일 웨스트햄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손흥민 골을 등에 입고 토트넘은 웨스트햄과 1-1로 비겼다. /런던=게티이미지

손흥민은 그동안 종종 대포알 슈팅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빠르고 기술이 좋아 침투 형태의 공격을 많이 펼치지만, 대포알 슈팅 능력을 뽐내며 득점에 성공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슈팅력이 매우 좋고, 양 발을 다 잘 써 페널티박스 바깥에서도 득점이 가능하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받은 '슈팅 특훈'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손흥민 스스로도 축구 인생에서 매우 중요했던 시기라고 말하는 2009년 나이지리아 17세 이하 월드컵. 그는 당시 3골을 기록하며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압권은 나이지리아와 8강전 대포알 골이다. 1-1로 맞서던 후반 9분 30m 대포알 득점을 생산했다.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이겨낸 뒤 체중을 제대로 실어 오른발 인스텝킥으로 골을 만들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챔피언스리그에서 FC 포르투를 상대로 결승골을 뽑아낸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몸 중심을 잡기 쉽지 않은 빠른 움직임 속에서도 정확하게 공을 차 계속 뻗어가는 대포알을 골문 안에 꽂았다. 부단한 노력에 의한 기본기, 엄청난 이미지 트레이닝, 그리고 자만이 아닌 자신감이 모두 비치는 골이다. 비록 한국이 나이지리아에 2-3으로 지면서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두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유럽 진출을 이뤄냈다.

어느덧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2018년 '성인' 손흥민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팀의 핵심으로 활약했고, 잉글랜드 토트넘에서도 화끈한 공격력을 뽐내며 더 성장 중이다. 빠르고, 돌파 잘하고, 양 발 다 잘 쓰고, 슈팅 시원하고, 먼 거리에서도 대포알을 날릴 수 있는 능력. 위치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골을 만들어내는 토털 패키지. 손흥민이 '손날두'로 불리는 이유다.

5일 웨스트햄전이 끝난 뒤 손흥민은 인터뷰에서 기쁨보다는 아쉬움을 먼저 드러냈다. 토트넘이 홈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이며 승리를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골인 건 중요하지 않다. 승점 3을 놓쳐 화가 난다." 손흥민이 만들어낸 '아웃프런트 대포알'의 치명적인 매력과 함께 '불타는 승부욕'이라는 또 다른 열정이 앞으로 더 멋진 골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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