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월드컵 4포트' 신태용호의 운명은?
입력: 2017.11.21 05:00 / 수정: 2017.11.21 05:00
2018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이 12월 1일 펼쳐진다. 8월 31일 이란과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는 신태용 감독. /최용민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이 12월 1일 펼쳐진다. 8월 31일 이란과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는 신태용 감독. /최용민 기자

[더팩트 | 심재희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32개국이 모두 가려졌다. '점오 티켓'을 쥐고 있던 호주와 페루가 대륙간 플레이오프 승자가 되면서 막차를 탔다. 이제 12월 1일(한국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펼쳐질 조 추첨식에 관심이 쏠린다. '4포트'가 사실상 확정된 신태용호도 운명의 순간에 주목하고 있다. 과연 '4포트' 신태용호는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 달라진 포트 기준, 4그룹 한국

1982 스페인 월드컵부터 24개국이 본선에 나서면서 지금의 조별리그 개념이 완성됐다. 이후 조 추첨이 진행됐고, 조 편성의 가장 큰 기준은 '대륙 분산'이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대륙별 안배'를 기본으로 포트가 결정됐다. 하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는 기준이 바뀌었다. 개최국이 톱 시드(1포트)를 받는 것은 동일하나 나머지 팀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랭킹 순으로 1~4포트에 들어간다. 2017년 10월 피파랭킹 순으로 1~4포트에 나라들이 배치된다.

1포트는 개최국 러시아를 비롯해 현재 가장 잘나가는 팀들이 모였다. 독일, 브라질,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벨기에, 폴란드, 프랑스가 톱 시드를 받는다. '남미 쌍두마차'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유럽 6개국이 한 데 묵였다. 2포트에는 '무적함대'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 4개국, 남미 3개국, 북중미 1개국이 포함됐고, 3포트에는 유럽 3개국, 아프리카 3개국, 아시아 1개국, 북중미 1개국이 자리했다.

10월 피파랭킹이 62위인 한국은 4포트에 배치된다. 세르비아, 나이지리아, 호주, 일본, 모로코, 파나마,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최약체로 분류됐다. 신태용호는 같은 대륙인 이란과 4포트의 다른 팀들과 조별리그에서 만나지 않는다. 참고로, 유럽 외의 대륙 팀들은 조별리그에서 같은 조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럽 팀들도 3개국이 조별리그에 함께 묶일 수 없다.

* 2018 러시아 월드컵 포트
- 1포트 : 러시아, 독일, 브라질,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벨기에, 폴란드, 프랑스
- 2포트 : 스페인, 페루, 스위스, 잉글랜드, 콜롬비아, 멕시코, 우루과이, 크로아티아
- 3포트 : 덴마크, 아이슬란드, 코스타리카, 스웨덴, 튀니지, 이집트, 세네갈, 이란
- 4포트 : 세르비아, 나이지리아, 호주, 일본, 모로코, 파나마,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한국은 지금까지 9차례 월드컵 본선에 참가해 5승 9무 17패의 성적을 남겼다. /심재희 기자
한국은 지금까지 9차례 월드컵 본선에 참가해 5승 9무 17패의 성적을 남겼다. /심재희 기자

◆ 한국의 역대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은 1986 멕시코 월드컵 이후로 계속해서 본선 무대를 밟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면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주인공이 됐다. 그렇다면, 그동안 조별리그 성적은 어땠을까.

8번의 월드컵(1986~2014)에서 한국은 2번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과 한 데 묶여 2승 1무 조 선두로 토너먼트에 진출해 4강까지 진출했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1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16강행에 성공했다. 나머지 6번의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총 24번의 조별리그 경기를 치러 4승 8무 12패의 성적을 남겼다.

* 한국 역대 월드컵 조별리그 성적
- 1986 멕시코 월드컵 : 1무 2패 조별리그 탈락(아르헨티나, 불가리아, 이탈리아)
- 1990 이탈리아 월드컵 : 3패 조별리그 탈락(벨기에, 스페인, 우루과이)
- 1994 미국 월드컵 : 2무 1패 조별리그 탈락(스페인, 볼리비아, 독일)
- 1998 프랑스 월드컵 : 1무 2패 조별리그 탈락(멕시코, 네덜란드, 벨기에)
- 2002 한일 월드컵 : 2승 1무 조1위 토너먼트 진출(폴란드, 미국, 포르투갈)
- 2006 독일 월드컵 : 1승 1무 1패 조별리그 탈락(토고, 프랑스, 스위스)
- 2010 남아공 월드컵 : 1승 1무 1패 조2위 토너먼트 진출(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 2014 브라질 월드컵 : 1무 2패 조별리그 탈락(러시아, 알제리, 벨기에)
- 2018 러시아 월드컵 : ???

◆ 2018 최악의 시나리오

조별리그 추첨의 기본 원칙이었던 '대륙별 안배'가 사라지면서 한국이 바라볼 수 있는 '행운'은 줄어들었다. 해볼 만한 상대로 여겼던 아프리카, 북중미 팀들과 조별리그에서 만나기 어려워졌다. 1포트와 2포트에 객관적인 전력이 강한 팀들이 즐비해 '죽음의 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 신태용호다.

일단, 1포트에서도 '초 강팀'으로 분류되는 독일, 브라질, 아르헨티나, 프랑스를 만나면 최악의 시나리오 밑그림이 그려진다. 여기에 '무늬만 2포트'인 스페인이 함께 엮이면 '대참사'다. 2포트의 우승후보들인 잉글랜드, 우루과이, 크로아티아도 부담스러운 상대다. 3포트에서는 '북유럽 강호' 스웨덴과 덴마크가 피해할 상대로 비친다. 아래는 '악' 소리가 절로 나는 최악의 시나리오.

브라질, 스페인, 스웨덴, 한국.
독일, 우루과이, 덴마크, 한국.
아르헨티나, 스페인, 덴마크, 한국.
프랑스, 스페인, 코스타리카, 한국.

◆ 2018 최상의 시나리오

'죽음의 조'로 몰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행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월드컵 본선에 오른 팀들의 전력이 모두 강하긴 하지만, 이변을 바라볼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도 분명 존재한다.

우선, 1포트에서 러시아나 폴란드를 만나게 된다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러시아는 개최국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지만 본선 진출국 가운데 10월 피파랭킹이 65위로 가장 낮다. 폴란드는 최근 피파랭킹이 급상승했지만 톱 시드의 다른 나라들보다 전력이 조금 떨어진다. 2포트에서는 11월 평가전에서 맞붙어 꺾은 콜롬비아,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러 가까스로 본선에 오른 페루,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맞대결을 벌였던 스위스가 해볼 만한 팀들로 보인다. 3포트에서는 아프리카 팀들에 눈이 간다. 튀니지, 이집트, 세네갈이 다른 팀들보다 상대하기 수월할 수 있다. 아래는 최상의 시나리오.

러시아, 페루, 세네갈, 한국.
폴란드, 콜롬비아, 이집트, 한국.
러시아, 콜롬비아, 튀니지, 한국.
폴란드, 페루, 세네갈, 한국.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4포트에 배정되어 조 편성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6일 카타르와 홈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는 손흥민. /최용민 기자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4포트에 배정되어 조 편성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6일 카타르와 홈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는 손흥민. /최용민 기자

◆ 한국보다 약한 팀은 없다!

주요 외신들과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을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약체로 꼽고 있다. 지역 예선에서 보여준 실력을 따져 보면 '한국보다 약한 팀은 없다'는 평가가 과장된 게 아니다. 조별리그에서 상대해야 할 1, 2, 3포트의 팀들은 확실히 우리보다 강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든 최상의 시나리오든 신태용호가 조별리그를 통과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높아 보이진 않는다. 조 추첨의 불운 혹은 행운이 결과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조 추첨을 앞두고 과거 월드컵의 준비 과정과 결과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8번의 도전에서 성공한 두 번과 실패한 여섯 번. 2002 한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성공 키워드는 '준비'였다. 결코 약한 상대들이 아니었지만 철저한 준비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좋은 경기력을 펼치며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반대로 다른 월드컵들의 실패 원인도 '준비'였다. 상대를 잘 알지 못해서 당한 적이 많았고, 우리 능력을 너무 과신해서 무너진 적도 있었다.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여. 이번 월드컵의 성패를 좌우할 단어 역시 결국 '준비'다.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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