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윤정환, 일본에서 한국을 꿈꾸다
입력: 2017.11.06 09:40 / 수정: 2017.11.06 09:40
윤정환 감독
윤정환 감독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2011년 초 J리그 2부 클럽 사간 도스의 사령탑으로 취임한 윤정환 감독에게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팬이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선수 시절 그는 K리그에서 독특한, 팬이 즐길 수 있는 축구를 했지만 성적이 뒤따르지 못했다. 그는 "그래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재미만 있는 것과 결과도 좋은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했다.

바로 그해에 그는 결과를 냈다. J2에서 2위에 오르며 팀 역사상 처음으로 J1으로 승격했다. 이후 J1에서도 승격 첫해 5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고, 2014년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던 중 팀 성적과 관계없는 이유로 물러났다. 일본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K리그로 돌아온 그는 성공하지 못했다. 2015년부터 2년 동안 울산을 지휘했지만 첫해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고, 이듬해 4위에 올랐지만 결국 일본 복귀를 선택했다. 선수 생활을 마쳤던 사간 도스에서 성공했던 그가 맡은 팀도 그가 선수 생활을 했던 세레소 오사카. J2에서 4위를 기록한 뒤 승격플레이오프를 통해 3년 만에 J1으로 올라간 팀이었다.

지난 4일 세레소 오사카가 J리그 YBC 르뱅컵 결승전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2-0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1995년부터 J리그에 참가한 세레소 오사카가 처음으로 우승컵을 차지한 것이다. 리그에서도 7월부터 8월까지 선두를 달렸고 이후 선두를 내주며 우승권에서 밀려났지만 3경기를 남겨 놓은 가운데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인 3위를 지키고 있다. 윤정환 감독은 사간 도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부임 첫해에 성공을 거뒀다. 윤정환 감독은 르뱅컵 우승 뒤 기자회견에서 세레소 오사카의 성공에 대해 "리그가 시작될 때 선수들에게 어떤 팀을 만나든 철저하게 상대가 장점을 살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이 지금 팀에 뿌리를 내렸다. 선수들이 나의 이상을 그라운드에서 구현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1990년대,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의 축구는 K리그에서 하나의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축구의 중심이 윤정환이었다. 지금 K리그를 지탱하고 있는 서포터의 등장은 니폼니시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축구'는 성적이 뒤따르지 않아 성공하지 못했다. 윤정환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엔트리에 들었지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니폼니시의 축구가 당시의 K리그와 맞지 않았던 것처럼 윤정환의 축구도 당시의 대표팀에 맞지 않았다.

선수 시절 윤정환은 집중적인 견제에 시달렸다. K리그를 떠나 세레소 오사카 유니폼을 입은 그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었다. 일본축구는 한국에 비해 '몸싸움'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독으로서 윤정환은 오랫동안 성적을 내지 못하던 두 팀을 맡아 부임 첫해에 주목할 만한 결과를 만들었다. 일본은 그에게 자신의 축구를 실현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6년 전 그가 꾸는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몸담는 팀마다 뭔가를 남겨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것은 프로팀 감독으로서 능력과 업적을 말할 수도, 대표팀 사령탑이라는 자리를 말할 수도 있다. 사실 둘이 다를 것도 없다. 어디에서든 계속 성공을 쌓아간다면 또 다른 꿈에도 그만큼 다가서게 될 테니까.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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