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이 30일부터 16강 토너먼트에 돌입했다. 녹아웃 스테이지에 들어가면서 연장까지 승패가 갈리지 않으면 승부차기로 다음 라운드 진출 팀을 결정하게 된다.
관심을 끄는 것은 FIFA가 이번 대회를 통해 선보이는 새로운 승부차기 방식 'ABBA(아바)'다. 이제까지는 동전 던지기로 선축과 후축이 결정된 뒤 A팀-B팀-A팀-B팀 순서로 승부차기가 진행됐다. 바뀐 승부차기 순서는 A팀-B팀-B팀-A팀-A팀이다. 양 팀 각 다섯 명의 키커가 승부차기를 진행해 같은 점수를 기록할 경우 여섯 번째 키커부터 순서를 바꿔 B-A-A-B-B-A로 서든데스 대결을 펼친다.
이같은 변화는 축구 규칙을 제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의 지난 3월 결정에 따른 것이다. IFAB는 먼저 차는 팀이 첫 키커가 승부차기에 성공할 경우 나중에 차는 팀보다 승리 확률이 높고 나중에 차는 팀 선수의 심리적 압박감이 커진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승부차기 방식을 변경했다. 이미 유럽축구연맹(UEFA)이 여자 대회를 통해 도입했으나 FIFA 대회에서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소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ABBA'는 기본적으로 테니스의 타이브레이크와 같다. 테니스에서 게임이 듀스일 때 시행하는 타이브레이크는 먼저 한 선수가 서브를 한 번 넣고 이후 교대로 두 번씩의 서브권을 갖는다. 테니스에서는 서브를 넣는 쪽이 유리하다. 따라서 자신의 서브권에서 포인트를 따지 못하면 그만큼 더 불리해진다. 다만 잇따라 두 번 서브하기 때문에 점수차가 바로 벌어지지 않도록 만회할 기회는 있다.
그러나 ABBA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승부차기와 테니스 타이브레이크는 여전히 다르다. 서브의 유리함이 페널티킥을 차는 것만큼 결정적이지 않다. 자기 팀 키커의 실축을 골키퍼가 선방으로 만회할 가능성은 상대 서비스 때 포인트를 얻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또 타이브레이크는 그 전까지 해 온 플레이의 연속 선상에 있으며 자신의 실수를 자신이 만회할 수 있다. 그러나 승부차기는 완전히 새로운 또 하나의 승부다.
ABBA는 상대 팀 키커와의 경쟁이라는 긴장감을 다소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성공과 실패가 두 번의 킥으로 묶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료의 성공 여부에 따라 느끼는 부담감은 더 커질 수 있다. 연속 실패는 치명적이다. IFAB가 새 방식을 도입한 것은 확률상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선수들이 승부차기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달라지지 않는다. 실패보다는 성공 확률이 훨씬 높은 승부차기에서 키커가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은 골키퍼가 아니라 상대 팀 키커, 같은 팀 동료와 경쟁하는 단체경기 속의 외로운 개인승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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